| 제2판 머리말
2017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초판이 매진되어서 책을 다시 출판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책을 다시 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재판할 것인지 고민하였지만 책을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 초판에서 사용한 각종 자료들이 이미 오래되어 싱가포르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싱가포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오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도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19년부터 시작된 싱가포르의 경제 침체가 코로나 사태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총선에서 야당이 40% 가까운 득표를 얻은 싱가포르가 어떻게 경제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볼 필요도 있었다.
그동안 한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판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나타나는 박정희 체제의 향수와 국가주의 경향을 걱정하면서 싱가포르를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라면서 책을 썼다. 하지만 제2판에서는 진보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경시하는 현실을 걱정하며 글을 써나갔다. 국가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시민을 우선시하며 끊임없이 권력의 오만함을 경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나 싱가포르 모두 아직도 국가 무오류의 신화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2판에서는 싱가포르의 혁신체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여 대학교육과 미래예측 제도를 소개하였고, 코로나 사태가 미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여 싱가포르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부분도 추가적으로 소개하였다. 그리고 가능한 한 대부분의 통계는 최신의 통계로 바꾸었으나, 일부 과거 통계가 내용상 필요한 경우에는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책이 나오는 데는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홍민준, 김주란 학생은 초판의 통계를 새로운 통계로 업데이트하고 교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제2판의 출판은 한없이 늦어졌을 것이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허정원 교수는 바쁜 와중에서도 원고를 읽어주셨고 교정까지 해주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출판을 격려해주신 문우사의 김영훈 사장님과 전영완 차장님 및 편집진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책을 낼 때마다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부족한 부분은 독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메꾸려 하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무역국이자 동반자인 싱가포르에 대한 비판적 애정과 관심이 이 책을 통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이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가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한다.
코로나와 싸우는 서울대 교정에서
고길곤 적다
머리말
이 책은 저자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싱가포르에서 행정과 정책을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해왔던 원고와 2015년 리콴유(Lee Kuan Yew) 전 싱가포르 총리의 죽음과 그 이후의 총선 과정을 1년 동안 지켜보면서 전문가 및 싱가포르 주민과 나눈 인터뷰, 그리고 그와 관련된 책 등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집필하였으며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의 「왜 싱가포르인가?」와 제2장의 「싱가포르의 지리와 자연환경」, 제3장의 「싱가포르의 역사적 맥락」에서는 싱가포르가 어떤 독특한 인문ㆍ자연환경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장들의 논의를 통해 단순히 싱가포르에 대한 나열식의 지식을 제공하기보다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 싱가포르의 가치 형성에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인문 지리적 조건과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제4장 「싱가포르의 가치란 무엇인가?」에서는 싱가포르의 가치체계가 무엇인지를 서술한다. 이 가치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싱가포르의 정부 문서, 각종 연구서, 그리고 인터뷰 결과를 이용할 예정이며 이러한 분석을 통해 싱가포르의 가치는 사회적,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 조건에 대응적으로 형성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싱가포르의 핵심 가치를 능력주의, 엘리트주의, 실용주의, 국가주의로 나누어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각각의 개념이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에 영향을 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서로 융합하여 싱가포르의 국정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구체적인 정책 사례를 통해 입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제5장 「싱가포르의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에서는 싱가포르의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살펴보면서 그 내용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또 오늘날에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논의한 후 그에 대한 반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아가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가 그대로 투영된 교육제도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유도하고자 한다.
제6장 「싱가포르의 실용주의Pragmatism」에서는 실용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관점이 싱가포르에서 어떻게 독특하게 변화되었는지를 소개하고, 그 결과 싱가포르의 실용주의는 교육, 능력주의, 경제우선주의, 엘리트주의가 결합된 사고체계임을 제시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국가전략 설정, 역사 인식, 공기업 정책, 외교 정책 등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본 후 싱가포르 실용주의의 한계를 논의하고자 한다.
제7장 「싱가포르의 국가주의의 가치」에서는 국가주의의 내용과 현황을 살펴본 뒤, 국가주의가 반영된 규제 정책, 법적 제도, 공공주택 정책, 공기업 정책 들을 설명한 후 그 장단점을 논의한다.
제8장 「싱가포르의 소국의식, 국가안보, 그리고 위기의식」에서는 싱가포르인들이 그들 스스로 싱가포르를 ‘작은 섬나라’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어떻게 경제 정책, 특히 산업 정책과 노동 정책에 투영되고 있는지를 논의한다. 또한 소국의식이 국방 및 안보 문제와 결합되어 어떻게 과도한 국방비 지출을 정당화하는지를 살펴보고, 또 어떻게 정치체제의 정당화 논리로 사용되는지도 살펴본다.
제9장 「싱가포르의 엘리트주의와 정치ㆍ행정 시스템」에서는 싱가포르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체계를 설명하면서 엘리트주의의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 분석을 통해 싱가포르의 엘리트주의는 교육을 중심으로 한 능력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면서 정치권력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보다는 융합된 형태의 권력구조로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싱가포르의 반부패 정책을 살펴보면서 싱가포르의 반부패 정책이 싱가포르의 독특한 권력구조에서 만들어진 산물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체제가 가진 현실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제시한다.
제10장 「싱가포르의 다문화와 다양성의 가치」에서는 싱가포르의 인종적ㆍ문화적 다양성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되었고, 어떻게 교육, 선거, 종교, 이민, 이중언어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논의한다.
제11장 「싱가포르의 도전과 미래」에서는 싱가포르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국가주의의 한계, 경제발전 가치에 대한 비판적 해석, 생산성의 위기, 복지의 위기와 소득 불평등, 온정적 간섭주의와 시민 자율성 간의 충돌 등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제12장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서는 싱가포르의 가치와 국가 운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밝힌다.
2017년 11월 11일
고 길 곤
감사의 글
이 책을 집필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재직 시절 싱가포르 사회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많은 조언을 해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없었다면 이 책을 펴내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긍정적 관점을 함께 제시해준 교수님들, 수업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아시아개발연구소Asia Development Institute의 최종원 소장님과 권혁주 부소장님께서는 선뜻 연구비를 지원해주셨다. 추진하셔야 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이 책을 위해 지원해주신 두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또한, 이 책의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고 조언해준 부경대학교의 한희진 교수님, 한국행정연구원 조수연 박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김대중 박사, 이예영 석사과정생, 그리고 강세진 석사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선뜻 이 책을 출간하는 데 머뭇거렸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문우사의 전영완 과장님은 초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시면서 교정까지 도와주셨다. 전영완 과장님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이 이렇게 가지런한 모습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우사의 김영훈 사장님도 어려운 출판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문학과 행정학의 경계에 있는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다시 한번 문우사 관계자분들과 편집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 모든 분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이 책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올곧이 저자의 부족함과 책임임을 밝히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아내 강금화, 딸 희경, 아들 석찬에게도 미안함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연구하겠다고 혼자 싱가포르로 연구년을 떠난 나를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어찌 이 책을 펴내는 일이 가능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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