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명 선언서 감독님, 이 영화 이렇게 찍으면 안 됩니다 디어 브리타 배부른 소리 캠프 버디의 목을 조르고 비행운 아래에서 작가의 말

■ 본문 중에서 문명은 더 이상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침몰하는 배의 선장들은 키를 돌리고 짐을 버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우리 문명의 악업은 그 정도로 청산이 불가능하다. 더 나은 시스템과 기술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믿는 이 무책임한 낙관을 더 이상 지성이라 부르지 않겠다. _9쪽, 반문명 선언서 그러나 이 차는 달랐다. 이번만큼 간절한 적이 없었다. 그는 이 자동차에 향수마저 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밤을 보내고 와서도 이 차가 그대로 있을까. 다시는 망향자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명휘는 그대로 아침까지 차 앞에 있었다. _21쪽, 감독님, 이 영화 이렇게 찍으면 안 됩니다 브리타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기억은 자아의 구성 요소 중 극히 일부분이란 걸 새삼 느꼈어요. 우린 서로의 기억을 공유 하면서 자랐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이잖아요. 오해는 말아요. 전 브리타가 저랑 다른 사람이라서 좋으니까요. _62쪽, 디어 브리타 이너프가 다른 제품과 달랐던 것은, 약을 복용하면 정말로 살이 빠진다는 점이었다. 그 효과만큼은 사실이었고, 그 사실이 언니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언니는 원했던 몸을 얻었지만 우습게도 몸에 대한 통제권은 거의 잃어버렸다. _101쪽, 배부른 소리 인서는 모범생답게 캠프에 온 것을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심지어 나가면 부모님에게도 캠프 교정을 권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현진은 인서의 그런 순진한 태도를, 자신도 쉽게 설득되고 남들도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발상을 혐오했다. 진실된 마음으로 끈기 있게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게 가능했다면 두 부모에게 각각 버림받는 경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타인의 삶을 억지로 욱여넣는 일 같은 건 있어선 안 되었다. _153쪽, 캠프 버디의 목을 조르고 마거릿은 이제야 자신의 역할을 깨달았다.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속의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나서야 존재를 승인받는 기분이 들었다. _223쪽, 비행운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