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라는 말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따. ‘이별의 말’이든 ‘남은 다른 말’이든 간에 그것은 계속되는 말이 아니고 끝나는 말, 마무리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별사라는 말은 적적하다. 그러나 그 적적이 자긍과 자부의 순수의지에서 연유할 때 쓸쓸함이 아니라 고절함이 된다. ‘별사’는 더할 수 없이 높고 뛰어난 말이며 노래이다. ‘별사’는 장엄하다. 미학적으로는 ‘숭고미’에 해당한다. 정신의 위대함이 서려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 만년을 보내고 있는 노시인은 그의 안태고향 ‘호미곶’에 ‘별사’를 붙여 「호미곶 별사」라는 한 편의 시를 작시하여 남긴다. 나아가 『호미곶 별사』라는 표제의 시집 한 권을 이 세상에 내어놓는다. 소지를 하듯 오롯한 한 생의 열정을 마지막 한 점까지 불살라 고향 ‘구만리’ 하늘에 올리는 시, 「호미곶 별사」는 청천 서상은 시인이 찍는 포스트 귀거래사의 화룡점정이다. 이 시집 『호미곶 별사』는 동해 너머 태평양으로 날려 보내는 엄의한 호랑이의 멀고 긴 포효이자 숨결이다.

시인의 말 1. 호미곶 별사 영원에 / 풀 / 자위 / 호미곶 별사 / 浪山의 구름과 소나무 / 소박한 기억들 과메기 / 축구공 / 탄 / 한천 / 허공보시 / 지금 뭐 하니 / 대기실 깊은 밤 / 내일이 없다면 당장, / 시인의 팔순 / 우는 법 / 새해 아침 2. 만부득이 검은 불꽃 / 하얀 꿈 / 다 그렇지 뭐 / 만부득이 / 미련 / 비창 / 소견 새길 / 오버 / 어쩌면 나는 / 오후에 / 장고 / 진달래 / 포도 한공 맛보기 / 화전 / 호명 / 헌옷 3. 옹이눈 가을 / 겨울 모기 / 망상일기 / 부엉이 / 애린 / 詩 五里 / 얌생이 억한심정이라야 / 옹이눈 / 별나라 가기 전 / 장닭 쥐구멍에 햇살이 / 추운 별 / 춘, 3월 / 호리병 / 탄 / 흉가 / 그늘 4. 속 풀이 귀 풀이 절곡 / 길들어진 생 / 쿠쿠 이야기 / 돼지와 닭에 대한 기도 / 무궁화 생존이란 것이 / 그것이 순리라고 / 암중모색 / 아프리카, 니제르의 죽음들 아, 내 딸아 / 잡초 / 제비꽃의 족보 / 無 / 속 풀이 귀 풀이 중매쟁이 / 연전 / 천심 해설│김주완 고절하면서 장엄한 별사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