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의 환상소설은 엄밀한 의미에서 ‘환상소설’이라기보다는 ‘환상이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일제시대 작가들은 식민지라는 민족적 현실 때문에, 이성 중심적인 조선 전래의 유학적 전통 때문에, 문학인을 상상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이념을 실현하는 존재로 간주해 온 문사???전통 등으로 인해 현실을 모방하는 ‘미메시스’ 창작의 방향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식민지시대의 작가들은 미메시스 중심 문학의 강력한 영향력 안에서, 때로는 이러한 문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완적인 미학적 수단으로서, 때로는 문학 외적 힘에 의한 검열 등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환상이라는 장치를 활용하곤 했다.”(해설 중에서) 미메시스와 환상을 통해 본격적인 계급문학으로 나아가려는 과도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기영의 〈쥐 이야기〉와 최서해의 〈기아와 살육〉, 불가해하지만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낯선 리얼리티를 향해 감각의 촉수를 뻗어내밀어 감지한 비논리적이고 불가사의한 사랑과 정염의 세계인 나도향의 〈꿈〉과 임노월의 〈처염〉, 그리고 예술지상주의적인 가치 세계를 향한 초월을 그리며 매력적인 ‘탈주’의 미학을 시도한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 식민지 지식인의 강박적인 자기 존재 의미의 회의 과정을 환상적으로 처리한 현상윤의 〈핍박〉, 이광수의 〈꿈〉, 박태원의 〈적멸〉, 이상의 〈날개〉, 목가적인 유년의 시대로 회귀해 들어감으로써 당면한 현실적 장벽이 험난함을 암시하는 안회남의 〈동물집〉이 그렇다. 《환상소설첩》 근대편은 모두 발표 당시의 신문 및 잡지를 일일이 확인하여 원본 텍스트로 삼아 현대 문법에 맞게 교정하여, 독자들이 무리 없이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가장 원문에 근접한 판본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김동인 - 광염 소나타 나도향 - 꿈 박태원 - 적멸 안회남 - 동물집 이광수 - 꿈 이기영 - 쥐 이야기 이상 - 날개 이효석 - 공상구락부 임노월 - 처염 최서해 - 기아와 살육 현상윤 - 핍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