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들의 기록은 양반, 상류, 기득 계층만을 위한 것이었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의 역사는 기록보다는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터, 그것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설화 한 토막으로 삭아 산화(酸化)되고 말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남녘 산야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아무렇게나 묻혀 있다. 그들의 넋을 위로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지 않고는 고향에서 온전히 살아질 것 같지 않았다.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이름 없는 민초들’의 넋마저 산화되기 전에 그들을 불러 모아 한판 씻김굿을 하고 싶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명량대첩明亮大捷 民草殘酷戰爭史(민초잔혹전쟁사)―백성이 다시 쓰는 명량 해전사 …… 정규군이 아니면서도 이순신 수군의 전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들은 義兵, 義僧軍이었다. 그들은 해상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유진방위(留陣防衛)에 임하기도 했으며, 혹은 군량 조달의 소임을 맡기도 했다. 정부는 이미 전쟁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이순신과 일부 수군 지도층, 연해민들의 결속 아래 이루어진 것이 곧 명량해전이었다. 여기서 명량대첩을 가능케 한 주된 요인이 해역의 특성과 조류의 생리를 이용한 방어전술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한 지휘관의 전술 능력에 기인한 것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명량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한 것부터 그 지역 관계자들의 견해에 따른 것이었을 가능성이 짙고, 전투요원들 대부분이 연해지역(沿海地域) 토착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명량대첩은 자보의식으로 집결된 전라도 연해민들이 이순신의 지휘 아래 일부 관군과 결합, 지형지물을 십분 활용해서 싸운 자수(自守)의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 해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어선과 피난선을 병선화(兵船化)하고 피난민들이 전장에 뛰어들어 함께 싸웠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형과 아우는 물론 부자 또는 일가족이 이름도 남기지 않고 죽어간 해전이었다. _조원래(趙湲來) 순천대학 교수의 논문 중에서

1. 대흥사에서 길을 묻다_011 2. 달마산을 날다_028 3. 어란 마을의 갯가 오두막_042 4. 벽파진 큰 감나무집 _057 5. 민초여∼ 백성이여∼ _064 6. 벽파진_077 7. 금골산에서, 달마산에서 _084 8. 전장에 핀 사랑_093 9. 벽파진 전략 _106 10. 죽기를 각오하라_118 11. 심장에서 솟구치는 피 _128 12. 적장의 여자 _141 13. ‘어란’의 이름으로 _150 14.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다_173 15. 명량아, 거칠게 울어라 _187 16. 울돌목에 해당화 피고_201 17. 허망한 사랑_207 18. 훨훨 내리소서_215 19. 살아 있는 자 모두 이순신 진영으로_231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