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 김현 시집

저 : 김현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21년 11월16일 | 종이책 발행일 : 2021년 10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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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인생이 그토록 허술한 것이라면
우리에게 왜 용기가 필요하겠어요”
일상 언어와 시적 언어의 경계를 무화하는 문법으로 자아내는 지독한 위트와 페이소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김현 신작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62번 시집으로 김현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9년 시단에 등장해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등 네 권의 시집을 발표하고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김현. 첫 시집 『글로리홀』에서는 서브컬처와 혼합장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소수자의 욕망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입술을 열면』에서는 장면전환기법 등 영상문법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낯선 시적 감각을 전달한 그는 『호시절』을 통해서는 지속되는 혐오와 차별에도 커다란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수자의 기쁘고 슬픈 삶을 서정적 언어로 그려냈다. 소시집 『낮의 해변에서 혼자』를 지나 펴내는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는 그런 그가 구축해온 시세계의 방점을 찍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언어와 시적 언어의 경계를 무화하는 독창적인 문법으로 구사하는 서늘한 풍자와 지독한 위트는 읽는 이에게 신선한 문학적 충격과 함께 짙은 페이소스를 전달한다.

출판사서평 TOP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구성이다. “연기를 시작합니다”로 시작하는 ‘시인의 말’처럼 시들은 일반적인 시집처럼 부가 아니라 세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 ‘눈물은 여럿이 찢어먹어야 제맛’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실존적 비애를 자조적 유머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시집을 여는 첫 시이기도 한 「리얼한 연기를 위해 불을 피웠다」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자본주의의 리얼”이 된 화자가 “선생님/ 마음이 우스워질수록/ 몸이 무너져내립니다/ 사십 년을 몸에 힘 넣고 살았으니/ 사십 년은 몸에 힘 빼며 살아가도/ 의미가 있겠죠”라고 읊조린다. 그런가 하면 이국에서 일어난 비극을 되새기기도 하고(「태초에 이 들판에 한 마리 호랑이가 있어」), 사회적 진보를 외치는 운동권 청년들에게 조용히 희생당한 여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토종닭 먹으러 가서 토종닭은 먹지 않고」). 「사망 추정」에서 가정 폭력을 겪고 다시 자신의 가정을 만든 화자가 자신의 자식을 두고 “엄마, 엄마는 어쩌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라는 말 대신에/ 죽어도 죽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하게 되었을까요/ (……)/ 사평이는 이제/ 화장실을 찾아 변을 볼 줄 알고/ 말할 줄 압니다/ 엄마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 저 아이도 커갈수록/ 부모 알기를 개똥으로 알겠죠/ 참 다행이에요”라고 하는 대목에서 느껴지는 자조와 뜻 모를 씁쓸한 안도는 읽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막간극 ‘자기야 요즘 정말’을 지나 2막 ‘개의 개 같은 삶과 오리의 오리 같은 삶’에 이르면 삶의 여러 비극의 단면을 그린 시편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 영만이가 엄마에게 남기는 전언을 시로 그려낸 「☆생일-기쁨의 두부고로케」는 더이상 말할 수 없는 이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시인의 역할에 대해 새삼 깊이 숙고하게 된다.

엄마, 두부를 먹으면 새사람이 된다는 게……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 형, 친구들아
두부를 먹을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를 가진 종족들인가봐

나?
나는
나에게도 미래가 오지요
엄마, 나도 이제는 사람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 엄마는
너는 어쩌면 이렇게 예쁘냐고 하겠죠
봐요, 나 미래 알아요

그러니까 엄마
두부를 먹을 때는
내 생각
_「☆생일-기쁨의 두부고로케」 부분

3막 ‘신방에 들어가 표주박 술을 주고받고’는 「형들의 나라」라는 장시로 이루어져 있다.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하고, 서사시 같기도 한 「형들의 나라」는 성소수자인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거침없이, 일상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이것이 부모의 사랑 이야기이고
부모에게서 만들어진 이의 사랑 이야기이다
형 우린 짧을까요
길까요
두 사람 눈 내리는 강원도에 가기로 했다
겨울이 지나갔다
형들은 한집에서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고
혼령이 깃든 것들을 귀히 여기고
풀벌레 울고
구름은 가난한 호시절을 지나
전어를 굽고
바지락 삶는 냄새
쌀과 대추와 밤
만물의 축원 속에서
두 사람은 신방에 들어가 표주박 술을 주고받고
이를 첫날밤이라 하였습니다
_「형들의 나라」 부분

시인은 「서정」이라는 시에 이렇게 썼다. “홍수 보아라/ 어제 네가 보내준 가을을 잘 받았노라/ 어디서 이런 가을을 찾아서/ 보내을까/ 그 가을에 언뜻/ 푸른 염소 한 마리를 넣고 싶더구나// 그러나/ 넣지 않았다”. 이는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세상의 풍경에 섣부른 서정을 더하지 않겠다는 시인의 다짐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에 담긴 재기발랄하면서도 다소 날선 시어들은 이러 ...

목차 TOP

시인의 말

1막 눈물은 여럿이 찢어먹어야 제맛
리얼한 연기를 위해 불을 피웠다/ 태초에 이 들판에 한 마리 호랑이가 있어/ 불멸이 자기 꼬리를 물기 위해 돌았다 돌았어/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 토종닭 먹으러 가서 토종닭은 먹지 않고/ 오월의 장미/ 근면한 인생의 고소미/ 사망 추정/ 똥물 따라 돼지 떠간다/ 삼나무 숲에 석 삼 너구리/ 걷잡을 수 없는 곳을 향해 가는 너의 애마가/ 고스트 듀엣/ 사랑의 이목구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끝없이 혼자서/ 혼자서 끝없이/ 터치 마이 보디/ 시원시원한 여자/ 이 ...

본문중에서 TOP

시대를 고민하였어요 아침에
까치 한 마리가 오라버니 이마에 붙은
콩가루를 콕콕 찍어먹던가요
잠 깼죠
시대의 고민이 이어지던가요
오라버니 이게 얼마 만이에요
한 이십 년 만인가
지금도 민족의 울분으로 젖을 찾고
진보당원으로서 평화통일에 앞장서고
여길 어디라고 들어와 씨발년아
오라버니 오늘같이 좋은 날에
술 한잔하고 그만
사라지세요 속세에서 살 만하면
대지, 어머니, 뽀오얀 생명의 줄기 타령이나 하시다가
저한테 한 짓을
쓰세요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지금, 살아 있잖아요
저는 정신을 놓고 바위산에서
뛰어, 올랐죠
죽겠더라고요 죽어줬죠
_「토종닭 먹으러 가서 토종닭은 먹지 않고」에서

자주 흰죽을 먹습니다
맛도 없고 향도 없고
거짓도 없는 부드러운
영혼의 봉변을 기대합니다
말로에는 누구나 비참하여라
주님 메시지
오늘 타락 물 안 좋네
형,
우리는 왜 타락하지 않았을까요?
먼 길 가는데 그 돈밖에 못 보내 미안해요
?_「이 순정한 마음을 알 리 없으리」에서

순부씨
그곳은 비바람이 잦아들었나요
이기셨나요
이곳은 아침부터 작은 눈발이 날려
늙은 사람들의 사자성어가 되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모두
흰머리가 되어서 한집에 모여 앉아
윷을 ...

저자소개 TOP

김현 [저]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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