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저 : 정지돈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21년 10월26일 | 종이책 발행일 : 2021년 09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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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내가 원하는 건 산책이나 도시라는 말을 중심으로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이다.”
도시 속에서 걷기, 건축 속에서 걷기, 예술 속에서 걷기,
사유의 리듬에 맞추어, 소설가 정지돈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소설가의 산문을 엮어 책으로 내는 방식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여러 매체에 실은 시의적 에세이들을 정리한 책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콘셉트 아래 써내려간 에세이.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소설가 정지돈이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담은 일종의 ‘도시 산책기’로,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밀도 높게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원고지 30~50매 분량의 글 스물세 편이 묶여 있으며 짤막한 단상에서는 다 펼쳐 보일 수 없는 확장된 사유를 하나의 주제 아래 넉넉하고 촘촘하게 담을 수 있었다. 정지돈은 젊은작가상 대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할 만큼 건축·미술계의 관심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이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에는 그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예술과 사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방식이 산책이라는 행위와 함께 담겼다. “계획은 모두 망상에 불과하지 않은가. 산책은 이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으며 걷고 머무는 것.” 건축과 혁명, 영화와 문학, 우연과 리듬, 연결과 확장… 사유의 리듬에 맞추어 서울과 파리를 오가다보면 272쪽이라는 페이지수를 능가하는 여러 층위의 시공간과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출판사서평 TOP

서울의 구보, 파리의 플라뇌르
시작은 ‘구보씨’였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21세기 버전 에세이’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편집자의 제안. 그 소설의 내용이나 구보씨라는 인물보다는 문장의 세련된 리듬감이 그가 걷는 경성의 풍경과 만나 빚어내는 분위기가 정지돈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었다. 특히 주요했던 것은 구보씨가 자연이 아닌 도시를 걸었다는 점이다. 고요한 산책이 가져다주는 목가적인 사유와는 다른, 도시를 걸을 때 동반되는 일종의 산만함이 불러일으키는 심상이 있다. 21세기의 도시 산책자는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와 현재,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고 미술과 건축, 역사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온 정지돈 작가이기에 가능한 글이 있으리란 생각에서 시작된 책. 무엇보다 그가 산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구보씨는 플라뇌르fl?neur의 한국형 버전이기도 하다. 플라뇌르는 보들레르에서 시작되어 발터 벤야민에 의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으며 ‘도시 산책자’ ‘만보객’으로 번역된다. 때마침 파리에서 석 달간 체류할 기회가 생긴 정지돈 작가는 서울의 구보와 파리의 플라뇌르를 연결해 사유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낭만적인 도시를 걷는 고독한 예술가의 이미지로 이어지리라 기대할 순 없으리라. ‘정지돈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므로. 작가는 “파리의 도시 문화에서 연유한 플라뇌르는 이성애자 무직(또는 학자나 예술가 같은 얼빠진 직업을 가진) 남성 도시 산책자”이며 “상품과 여성을 소비문화로 누리면서도 산업화의 속도를 거부하고 도시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굴하는 저항적인 태도”를 보인 존재로 의미화하는 건 억지스럽고 따분한 일이라 쓴다. 1960, 70년대 소설과 영화 속 서울을 걷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영상매체가 길 위에서 이루어지는 여성들의 일과 대화, 일상을 다룬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남자들이 주체인 영화에서는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이 일상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소수에 불과하며 거리가 배경이 되면 언제나 성적인 요소가 따라다녔다.” 더불어 “작가에게는 시대를 말해야 한다는 (외부의) 요구와 그와 무관하게 움직이고자 하는 (내부의) 욕망이 존재한다. 구보씨는 이러한 요구와 욕망이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서 특정 사조와 연결될 때 등장할 수 있는 최선의 형상 중 하나”라는 관점은 “예술가를 경계에 선 인물로, 그리하여 플라뇌르로 만들지만 여전히 특정한 종류의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으며 주체로서의 예술가를 상정하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했음을 분명히 한다. “구보씨는 ‘나’의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의 고뇌가 중요한 고뇌라는 믿음 또는 이데올로기가 자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보씨는 작가로서 세계와 자기 자신을 관찰하지만 그러한 관찰을 관찰하진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정지돈 작가는 자신의 산책길 역시 낭만화될 것을 애초에 거부하고 경계한다. 산문 곳곳에 삽입된 작가의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는 흡사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되기까지 한다. 금정연, 오한기, 이상우 작가가 실명으로, 그러나 얼마간 변용된 캐릭터로 등장하여 함께 서울과 파리를 걷는다. 문학과 영화를 비롯해 다방면의 지식과 소양을 가진 그들의 대화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유로이 오가지만, 그 대화가 “검은색 롱패딩을 입은 삼십대 아시아인 남성 문학인 세 명”이라는 젠더/인종적 정체성을 뚜렷이 한 위에 이루어지기에 위트와 유머로 이어진다.

경험의 역설, 여행의 역설
‘예술가가 도시를 걷는다’라는 콘셉트에서 가지게 될 기대 하나를 상기한 바와 같이 빗겨갔다. 그렇다면 서울과 파리에서의 ...

목차 TOP

-들어가며
-말이 되는 도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는 그 반대다 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에서는 그 반대다 ②
-결국 쇼핑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①
-결국 쇼핑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②
-파리의 벤치들
-결국 쇼핑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③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으며
-샛길: 코로나19 시대의 산책
-인생에서 두 번 저 ...

본문중에서 TOP

언어를 배우고 나면 반어, 아이러니, 유머, 농담, 현학적인 표현부터 줄임말까지 모든 게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도시를 가로지르고 표류하고 발견하고 점거하고 걷기 위해서는 도시를 배워야 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발화-보행해야 한다. (…) 발화의 교차와 변환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 발화 행위를 통해 매 순간 새롭게 발명되는 도시 풍경을 만드는 것. 그런데 이런 도시가 가능할까? _16쪽

사실 플라뇌르는 한 번도 실제로 존재했던 적이 없다. 파리라는 도시에서 난립했던 특정한 종류의 걷기와 걷기를 기록한 텍스트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작가들이 재창조한 것뿐이다. 존재했던 건 걸음을 걸었던 사람들이며 나머지는 모두 구성된 것들이다. _83쪽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관광, 산책 등의 여가가 중단되거나 침해되는 상황에서 기대치 못한 호황을 누리는 게 있다면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나 인터넷 쇼핑몰일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 세계에서 산책을 못 하게 된 사람들은 웹에서 산책을 한다.
산책을 너무 아무데나 갖다붙이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디지털 산책은 이미 많이 쓰이는 개념이다. 2018년 있었던 서울시립미술관 ...

저자소개 TOP

정지돈 [저]

1983년 대구 출생.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에 단편소설 「눈먼 부엉이」가 당선되어 등단. 후장사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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