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붉은 마스크 : 설재인 장편소설

출판사 : 아작발행일 : 2021년 06월15일 | 종이책 발행일 : 2021년 06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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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다. 그 시험이 절대로 끝나지 않을 줄은.”
떠오르는 MZ 세대의 기수 설재인 작가의, 폭풍 같은 하이퍼리얼리즘 재난 소설


떠오르는 MZ 세대의 기수, 설재인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붉은 마스크》는 외고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낸 후 3년간 두 권의 소설집과 장편, 에세이집까지 출간하며 폭풍처럼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온 국민이 숨을 죽여야만 하는 수능일에 한반도를 강타한 원인 모를 전염병, 이제 세상은 붉은 마스크를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멸망을 향해 끝나지 않을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작가는 장르적 문법에 따르는 대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에 주목해 코로나가 강타한 교육 현장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아프게 후벼 파고, 악착같이 드러낸다.

“변신과 함께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핏빛 내시경, 아프고 아름답다!”
- 김창규, 소설가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종말 그 자체, 근래에 읽은 재난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 천선란, 소설가

출판사서평 TOP

변신과 함께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핏빛 내시경, 아프고 아름답다!

설재인 작가의 《붉은 마스크》는 학교와 수능을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무대로 삼아, 국지적인 파국과 그 안에서 계속 존재하기 위해 힘겹게 내면을 비트는 인물들을 그리는 소설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자면, 수능이 치러지는 당일 갑자기 변신해버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속사정을 꽤 아파 보이는 칼로 사정없이 후벼 판다. 그 변신이 종(種)을 가를 정도로 극단적이기 때문에 《붉은 마스크》는 필연적으로 우리 종, 즉 지금 여기 사는 우리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변신과 이종(異種)이라는 소재 및 주제는 카프카의 《변신》을 훨씬 뛰어넘어 《길가메시 서사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 이야기를 입으로 전할 수밖에 없던 시대에도 그 두 가지는 소중한 모티프였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대개 판타지나 SF로 분류되고, 비중의 차이는 있으나 태생부터 비유나 상징이라는 역할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이종 판타지인 뱀파이어물이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독자에게 환영을 받은 뒤로 현재 독자와 작가들이 즐겨 찾는 것은 일명 좀비물이다. 뱀파이어물이 개인 대 개인의 이야기, 혹은 뱀파이어 가문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데에 반해 좀비물은 흔히 재난과 직결된다. 좀비가 주는 공포는 개체의 파괴력보다는 무리가 갖는 전파력과 더불어 인간성 말살에서 오기 때문이다.
《붉은 마스크》에 등장하는 이종은 인간으로부터 변이했으나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좀비와도 다르다. 그들은 사고력을 고스란히 보존한 채 물리적인 장벽을 넘어서는 텔레파시 능력을 얻는다. 그리고 2021년 현재 마스크 없이 바이러스 앞에 설 수 없는 우리와 달리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다. 줄거리를 더 드러내지 않고는 밝힐 수 없지만, 그들의 능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붉은 마스크》에 등장하는 새 존재는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이종의 틀에 쉽게 넣을 수 없다. 그에 더해 작품의 성격 또한 장르 클리셰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 사실은 작품의 첫 열 쪽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요 인물 남희재는 가장 가까운 세계, 즉 가족과 학교의 일반적인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한다. 실마리는 그 세계의 이중성에 있다. 고상한 가치는 표면뿐이고 실은 저열한 욕망으로 뭉쳐 있는 세계. 희재는 자신이 그 세계에 저항한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줄지어 등장하는 황승조, 민유림, 박종민 등 주요 인물들 역시 비록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나 하나같이 비참하다고 결론지어버린 사적인 현실이나 욕망을 통해 현실의 한 단면만을 볼 뿐이다.
장르 종속적이고 자극적인 매력만 노리기보다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능까지 작정하고 겸하는 장르물이라면 보통 두 속성을 함께 챙기려 공을 들인다. 반면에 《붉은 마스크》는 처음부터 한 방향으로 기울어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확대하여 보여주고 싶은 무대는 현실이다. 그 의도적인 편향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달라지지 않으며, 현실이라는 복잡한 유기체의 폐부를 완전히 갈라서 독자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겠다는 작가의 의지 역시 멈출 줄을 모른다. 변신이 완료된 존재들의 속성이 전부 드러나는 대목부터 독자는 이 작품의 본질이 이종 이야기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점부터 《붉은 마스크》가 더 긴 이야기의 서막일 수 있다는 반가운 의혹이 발생한다. 작품의 구성과 표현 방법을 보아도 동일한 추측이 가능하다. 소설 서두와 말미에는 번갈아가며 1인칭으로 서술되는 독백들이 위치한다. 인물이 달라져도 구체적인 사항만 바뀔 뿐 독백의 톤은 비슷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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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두려운 이유는 사회가 억누르고 있던 이기심과 난폭성, 추악함이 여과 없이 드러내는 타인을 마주쳐야 한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붉은 마스크》에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각종 인간 군상들이 대거 등장한다. 더욱이 그렇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눈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입체적이다. 이 소설은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종말 그 자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재난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이 소설이 절망의 탈을 쓴 기쁨으로 찾아가리라.
- 천선란, 소설가

목차 TOP

1부 · 머리_7
2부 · 가슴_55
3부 · 배_177
4부 · 아가미_275

작가의 말_313

본문중에서 TOP

P.57 퍽 하는 소리는 영어 듣기평가 13번 문제가 나오던 중에 시험실 뒤쪽에서 처음 울렸다. 아, 씨발. 누군가 아주 작게 속삭이듯 욕을 뱉었다. 그것마저도 역시 소음이건만. 아무도 시험지에 처박은 얼굴을 들어 소리의 진원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기엔 13번 문제가 아무렇지 않게 강물 흐르듯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숨을 죽여야만 하는,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비행기들마저 착륙을 미루고 상공을 빙빙 돌아야 했다는 바로 그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었으니까.

P.66 전쟁도 돌림병도 없으니 요새의 젊은것들은 유사 이래 가장 평화롭게 일생을 살다 가는 세대일 거라고, 어린 시절 6·25 전쟁을 겪었던 이경찬의 큰아버지는 그렇게 빽빽 소리를 치곤 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 큰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듣도 보도 못했던 세 글자의 돌림병에 걸려 무력하게 생을 다하고, 가족들에게조차 마지막 모습을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화장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젊은이들이 그토록 싸가지 없게 굴 때마다 그 큰아버지가 주기도문처럼 외웠던, 저들을 벌해주십사 외쳤던 바로 그 재난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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