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나무는 간다 

저 : 이영광출판사 : 창비(창작과비평사)발행일 : 2020년 08월22일 | 종이책 발행일 : 2013년 08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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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2011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영광 시인의 신작시집 [나무는 간다]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한국 시단에서 하나의 '사건'이라 불릴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아픈 천국]이후 3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이다. "짐승의 비릿함과 사람의 고독, 시인됨의 긍지와 부끄러움, 사랑과 역사가 교차하는 밀도 높은 시의 몸"(함돈균, 해설)이 담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절정에 오른 시적 감각으로 무고한 죽음을 낳는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순덩어리의 사회를 매섭게 질타하며 시대의 불합리한 폭력에 맞서는 결연한 시정신을 보여준다.

삶에 온몸으로 부딪는 힘센 시의 언어

2011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영광 시인의 신작시집 '나무는 간다'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한국 시단에서 하나의 '사건'이라 불릴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아픈 천국'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이다. "짐승의 비릿함과 사람의 고독, 시인됨의 긍지와 부끄러움, 사랑과 역사가 교차하는 밀도 높은 시의 몸"(함돈균, 해설)이 담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절정에 오른 시적 감각으로 무고한 죽음을 낳는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순덩어리의 사회를 매섭게 질타하며 시대의 불합리한 폭력에 맞서는 결연한 시정신을 보여준다. 시대를 관통하며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력과 섬뜩하리만큼 세밀한 묘사, 생동감 넘치는 정교한 언어 감각이 돋보이는 견고한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총 60편의 시가 실렸으며 미당문학상 수상작 '저녁은 모든 희망을'을 비롯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유령' 연작 2편이 특별히 눈에 띈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변혁에 대한 갈망으로 불탄다/새날이 와야 한다/나는 모든 자폭을 옹호한다/나는 재앙이 필요하다/나는 천재지변을 기다린다('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미당의 토착적인 서정성과 김수영의 불온성'을 동시에 담고 있는(이광호) 이영광의 시는 '아픈 천국'에서 몸으로 쓰는 시이다. 문학평론가 함돈균이 이번 시집을 "'몸의 시학'에 관한 한국문학사의 가장 전위적인 실천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해설)고 평가하였듯이, 시인은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나무는 간다) "거품 같은 몸"('깔깔대는 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건드리면 꿈틀대는"('정물') 가슴 밑바닥에 고인 감정을 뽑아올려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언어로 드러낸다. 몸에서 떠오르는 시적 영감을 직관으로 잡아채는 것이 그의 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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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와 많은 술을 마셨다. '시'라는 값싼 안주 하나로 거뜬히 아침을 맞이하던, 불가사의한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밥벌이를 핑계로 시에게(혹은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창에 그를 홀로 남겨두고 나마저 떠났다. 세월이 흘러 그의 첫번째 시집이 세상에 펼쳐지던 날, 차마 그에게 말은 못하고 어딘가에 남겨둔 글이 있다. "형, 진창에는 그래도 연꽃이 펴요."
어느새 그의 네번째 시집이다. 시와 인연 끊은 내가 감히 그의 시집에 글을 얹어도 되는지, 여전히 민망하다. 게다가 나는 그에게 이렇게 툴툴거리는 놈이다. "그냥 쉽고 편한 시를 쓰면 안되나요?" 그 투정에는 물론 내가 아는 시인이 더 유명해졌으면 하는 속물적 바람이 깔려 있다. 그럴 때면 그는 빙긋이 웃을 뿐 말이 없다. 자기 몫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그의 시는 불온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세상과 타협하고 대충 살아가는 나 같은 인간에게는 일종의 고문이다. "투명 소주"([투명])에 벌겋게 취한 "유령"들이 출몰하는 "다 쓰러져가는 국밥집"([과거는 힘이 세다])에 여전히 완강하게 그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완강함이 그를 힘센 시인이게 한다. 그게 그의 몫이다. 최근 많이 아팠던 그가 술을 끊겠다고 했을 때 나의 반응은 이랬다. "시는 어쩌고?" 힘센 시인에 맞서 독자는 "유정도 무정도 없이"([유정도 무정도 없이]) 잔인함으로 승부한다. 그게 나의 몫이다.
- 김정한 출판인

목차 TOP

제1부
이따위 곳
우물
저녁은 모든 희망을
깔깔대는 혼
웃는 사람
독도들
세한
기도
과거는 힘이 세다
유정도 무정도 없이
망가져가는 아이
구름과 나
불을 끄려고 한다
얼굴

살생부
개구리 지옥
하지만
구멍가게
나무는 간다

제2부

가나안
두부
치매였을까
오일장
둥지 위의 것들
기적
원수들
깊은 계곡 옹달의 당신
절망
투명
사랑 아닌 것이 되어
타이슨
쓸쓸한 계산
천안
유언
아프면 안된다던 말
쇠똥구리야
두 악마
내려놓는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제3부

사랑의 하인
사랑의 발명
슬픔이 하는 일

골 때리는 어머니
아버지의 꽃 같은 얼굴
삼월
첫눈
천국
아득한 전생
놀았다고, 놀고 있다고 해야겠지만
인질범
정물
동 ...

저자소개 TOP

이영광 [저]

196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98년『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늘과 사귀다』『나무는 간다』『끝없는 사람』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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