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온 : 안미옥 시집

저 : 안미옥출판사 : 창비(창작과비평사)발행일 : 2020년 08월22일 | 종이책 발행일 : 2017년 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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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안미옥 시인의 첫 시집이다. 등단작 [식탁에서]와 [나의 고아원]에서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음을, 하찮은 것에서 하찮지 않음을 찾아내는” 비범한 시각과 “남다른 상상력과 때 묻지 않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보여주었던 시인은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맨살 같은 언어로 맞이하는 시적 환대”의 세계를 펼친다.

출판사서평 TOP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말하는 다단(多段)한 마음의 언어
간절하고 환하고 슬픈 안미옥의 첫 시집이 당신을 향해 온다


내게는 얼마간의 압정이 필요하다. 벽지는 항상 흘러내리고 싶어 하고/점성이 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 한다.//냉장고를 믿어서는 안된다. 문을 닫는 손으로. 열리는 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옆집은 멀어질 수 없어서 옆집이 되었다. 벽을 밀고 들어가는 소란.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게//다리가 네개여서 쉽게 흔들리는 식탁 위에서. 팔꿈치를 들고 밥을 먹는 얼굴들. 툭. 툭. 바둑을 놓듯
('식탁에서' 중에서)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안미옥 시인의 첫 시집 [온]이 ‘창비시선’ 408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작 [식탁에서]와 [나의 고아원]에서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음을, 하찮은 것에서 하찮지 않음을 찾아내는” 비범한 시각과 “남다른 상상력과 때 묻지 않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보여주었던 시인은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맨살 같은 언어로 맞이하는 시적 환대”의 세계를 펼친다. “고통과 슬픔에 힘껏 약해지려는”(김행숙, 추천사) 간절한 마음을, “낮은 목소리의 단단한 말들”(김영희, 해설)로 엮어낸 빛나는 시편들이 잔잔하면서도 순간 날카롭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굴레도 감옥도 아니다/구원도 아니다//목수가 나무를 알아볼 때의 눈빛으로/재단할 수 없는 날씨처럼//앉아서//튤립, 튤립/하고 말하고 나면//다 말한 것 같다//뾰족하고 뾰족하다//편하게 쓰는 법을 몰랐다/편하게 사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건 정말일까/한겨울을 날아가는 벌을 보게 될 때//투명한 날갯짓일까/그렇다면//끔찍하구나/이게 전부 마음의 일이라니
('시집' 중에서)

간결한 형식과 간명한 어휘를 통해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말하는”(김행숙, 추천사) 안미옥의 시에는 유독 ‘마음’이라는 시어가 자주 반복된다. 시인에게 삶은, 시는 “전부 마음의 일”([시집])인 듯하다. 그런데 “좋은 마음”과 “슬픔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부드러움에 닿고자 하는 마음”([네가 태어나기 전에])이나 “나를 좋아하고 싶은 마음”([조언])처럼 긍정의 마음은 하나같이 부재와 결핍의 상태로 묘사된다. 여기에 “무너지는 마음”이나 “상한 마음”([톱니]) 또는 “부서지는 마음”([천국])이나 “긁으면 긁히는 마음”([꽃병]) 같은 부정의 마음이 더해진다. 그런가 하면 “살아 있는 것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치료탑])는 지금, 시인은 존재와 부재, 사라지지 않는 것과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 말한다.

어항 속 물고기에게도 숨을 곳이 필요하다/우리에겐 낡은 소파가 필요하다/(…)/맨손이면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나는 더 어두워졌다/어리석은 촛대와 어리석은 고독/너와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오래 기도했지만/나는 영영 나의 마음일 수밖에 없겠지/찌르는 것/휘어감기는 것/자기 뼈를 깎는 사람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나는 지나가지 못했다/무릎이 깨지더라도 다시 넘어지는 무릎/진짜 마음을 갖게 될 때까지
('한 사람이 있는 정오' 중에서)

“살아본 적 없는 시간은 일단 망가졌다고 생각”([치료탑])하고 “없는 것에 대해서만 말했”던 시인은 “이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온]). 하지만 슬픔과 한 몸을 이루는 어떤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아 “어떤 일들은 영원히 사라지는 법 없이/공기 속을 떠다”니며 “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트리거]). 유난히 “슬픈 것에만 작동”하는 기억들 속에서 시인은 “슬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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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말하는 시. 안미옥의 시에는 삼켜진, 쟁여진, 그리하여 심연으로 내려가는 굴을 파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층 한층 탑을 쌓아올리는 그런 말, 들끓는 침묵의 언어가 함께한다. 그녀의 “침묵은 검고, 낮고 깊은 목소리”, “심해의 끝까지 가닿은 문 같다”. 그 문을 “아직 두드리는 사람”의 언어가 안미옥의 시다. 언어에 표정이 있다면 안미옥의 언어는 “숨을 참는 얼굴”. 그리하여 안미옥의 첫 시집을 읽는 우리는 이제 “볼 수 없던 것을 보려고 할 때”의, 들리지 않던 것을 들으려 할 때의 그 얼굴이다.
작고 부드럽고 연한 마음, 그 마음의 언어는, 그 언어의 피부는 고통과 슬픔에 더 힘껏 약해지고자 한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맨살 같은 언어로 맞이하는 시적 환대의 어떤 자세를 안미옥의 첫 시집은 이룩한다. 그녀의 시집을 읽는 내내 나를 떠나지 않았던 이미지가 하나 있었다. 푸른 새벽빛 속에 기도하는 자세를 이룬 검은 실루엣. 그것은 단정하고 간절하고 환하고 슬펐다. 그 검은 실루엣으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 당신을 향해 바야흐로 온다.
- 김행숙 / 시인

목차 TOP

제1부 진짜 마음을 갖게 될 때까지
네가 태어나기 전에
매일의 양파
톱니
거미
한 사람이 있는 정오
균형 잡힌 식사
밤과 낮
나를 위한 편지
식탁에서
캔들
페인트
금요일
인디언 텐트
치료탑
아이에게

제2부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질의응답
수색
적재량
천국
가정
불 꺼진 고백

오픈
램프
굳은 식빵을 끓여 먹는 요리법
치료자들
조언
구월
빛의 역할
토마손

제3부 무엇이 만들어질지 모를수록 좋았다
문턱에서
아홉번째 여름
트리거
나의 고아원
천국 2
목제 숲
정결
목화
가까운 사람
생일 편지
꽃병
파고
정전
가족의 색
나의 문

제4부 부서지고 열리는 어린잎을 만져본다
시집
옥수수의 밭
...

저자소개 TOP

안미옥 [저]

1984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2012년 『동아일보』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온』이 있으며,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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