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 공격과 방어를 통해 배운 내 삶을 존중하는 법

출판사 : 웨일북발행일 : 2020년 07월13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1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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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서 어쩌다 복싱하게 된 여자가
삶을 열렬히 사랑하기까지

“그때는 죽고 싶었는데, 지금은 영원히 살고 싶다”
삶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복싱과 사랑에 빠진 이 순간만큼은 내가 중심이었다


“복싱은 주먹질이 아니다. 복싱은 ‘자기 것을 지키며(방어)’, ‘상대의 것을 뺏기 위해(공격)’ 수없이 기술을 훈련하고 자신의 몸을 담금질해야 하는 운동이다. 모르고 보면 원초적이지만 알고 보면 인체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다.”
- 본문 중에서

어느 외고 수학 선생님이, 아마추어 복서가 되었다. 정교사 채용 면접에서 여덟 번이나 떨어진 끝에 붙은 외고의 교사 생활은 피 말리는 나날이었다. 새벽 5시 50분에 집을 나서 학교에 도착하면 7시. 정규 수업이 끝나도 방과후수업과 상담이 남아 있다. 초과근무의 연속에 허덕이다 퇴근하는 길 우연히 들은 땡- 소리에, 어쩌다 올려다본 체육관 간판에 충동적으로 체육관에 발을 들인다. 급한 성질 덕에 바로 세 달 치를 등록하고, 근처 매장에서 운동화를 사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그날 복싱을 배운 건 불가피한 운명이었다.
피곤과 수면 부족에도 복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학교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애인의 강요로 복싱을 그만둔다. 그 후 마음은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한강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한다. 그만큼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때, 그 구렁텅이에서 떠오른 건 다시 ‘복싱’이었다.

이 책은 설재인의 운동하는 삶이 담긴 이야기다. 단순히 다이어트나 취미 생활로 복싱을 시작한 게 아니다. 삶을 버텨내고자 했다. 이 이야기는 극적인 인생 역전이나 프로 복서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그려내지 않는다. 열렬히 복싱을 한 대가로 작가가 무엇을 얻었는지 말할 뿐이다. 또한 다양한 인물들, 선생님을 본받고 싶은 제자들과 같이 운동에 미친 회원들 그리고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관장님 등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설재인은 얼떨결에 시작한 복싱이 인생 최고의 행복을 선사했다고, 죽고 싶었지만 복싱 때문에 영원히 살고 싶다고 한다. 이게 내 삶의 중심이라고. 그저 작은 링 위에서 운동 하나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삶은 나를 링 밖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꽤 근사한 어퍼컷을 날릴 수 있지 않을까.”
학교가 아닌 복싱을 선택했지만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처럼 할 말이 많은 여자, 의견을 표현하고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여자, 그리고 그만큼 강단 있고 용맹한 여자로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을 나는 학교에서 근무하며 많이 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남들이(주로 남자들이) 비웃는 어느 분야에 몰두하는 ‘우리 근처의 여성’을.
_본문 중에서

이 책을 처음 읽는다면, 꽤 흥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자가 복싱을 한다고 하니, 그것도 외고 선생님이라는 좋은 타이틀을 내다 버리고 말이다. 남부러울 거 없는 학벌과 직업은 행복한 작가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불안과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는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터널일 수도 있다는 걸. 그럼에도 삶을 헤쳐 나갈 구멍을 만드는 게 인간의 강함은 아닐까? 이 작가는 주먹을 뻗어 구멍을 만들어냈다.
작가가 처음 복싱을 했을 때는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취미로 가볍게 하는 것이겠거니,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복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주변 사람들은 냉담해진다. 직장 동료들은 복싱은 후진국에서나 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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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달파 가슴이 터질 것 같던 어느 날, 머리 위에서 울리는 땡- 소리와 함께 작가는 빨려들 듯 체육관에 들어가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복싱의 날들이 시작된다. 복싱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같은 오목조목한 설명은 많이 없다. 작가가 그런 실득을 따지지 않으니까. 계산도 이유도 없는 사랑. 이런 사랑이야말로 지독한 사랑이다. 설명 대신 그는 5년간의 삶으로 대답한다. 생생하게 그려낸 복싱의 순간들—샌드백에 맞아 모양이 변한 너클, 목구멍에서 치미는 비린 피 냄새, 피 말리는 감량, 가쁜 숨, 이 모든 걸 꾹 참고 기어이 한 번 더 내뻗는 주먹—은 뜨겁고, 열기 사이사이에 스며 있는 잔잔한 사랑의 시선들은 눈부시다. 방콕 한복판에서 은하수를 통째로 주먹에 감는 순간 같은. 주먹뿐이 아니라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움직일 때도 별빛을 흩뿌리는 설재인의 이 책이 누군가의 머리 위에 울리는 땡- 소리가 되기를. 단, 조심해야 한다. 이 책 정말, 훅, 들어온다.
- 김혼비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와 《아무튼, 술》의 저자

목차 TOP

프롤로그_이것은 자기소개서입니다

ROUND 1 풋워크
대체, 왜, 어쩌다 복싱이야?
오만한 초심자의 패배
저도 아직 원투를 하는 걸요

ROUND 2 가드
아주 사소한 칭찬의 순간들
부상과 통증은 피할 수 없어
부치지 못하는 편지

ROUND 3 잽
수레바퀴 아래서
청과 홍, 서로를 얼싸안게 되는 그때는
덕질을 해야 하는 이유

ROUND 4 스트레이트
전세 역전을 꿈꾸며
생활체육대회 데뷔기
너라는 글러브를 처음 만난 그 순간

ROUND 5 저지
유전은 놀라워
누구와 연애하고 있던 걸까
사범님 이야기

ROUND 6 어퍼
대체 무슨 ...

본문중에서 TOP

흔히 ‘밴디지’라고 부르는 붕대를 손에 처음 감은 날을 떠올려본다. 어떤 기분이었더라. 샌드백용 10온스짜리 글러브를 처음 받은 것도 그때였다. 체육관마다 커리큘럼이 상이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마 처음 등록한 지 5일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붕대를 손에 감고 나서야 아, 내가 복싱을 하고 있구나 하고 실감했을 것이다. 또한 나도 저기 보이는 사람들처럼 큰 소리를 팡팡 내며 샌드백을 칠 수 있겠다는 기쁨을 아주 잠시 누렸을 테다. 그리고 금세 알았겠지. 그렇게 크고 경쾌한 소리는 저절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 몸은 아침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뺨을 김치 한 포기로 후려치는 것보다 더 미약한 힘밖에 가지지 못하다는 사실을. 이를 본 코치는 이렇게 표현했다.
“싸대기도 때려본 사람이 잘하더라고요.”
내가 계속 허리를 틀지 못하고 팔로만 스트레이트를 쳐서(복싱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먹 힘은 팔이 아니라 허리 회전에서 나온다) 나온 말인데, 어찌나 정확한지. 뺨을 후려쳐야 할 사람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한 채 얼떨떨한 마음으로 인간관계에 아등바등 매달리고 순응할 수밖에 없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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