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떠도는 땅 

저 : 김숨출판사 : 은행나무발행일 : 2020년 05월16일 | 종이책 발행일 : 2020년 0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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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거침없는 문학적 행보가 놀랍다.”
- 전성태 / 소설가

인간 존엄의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하는 탁월한 힘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김숨 신작 장편소설 [떠도는 땅] 출간


읽는 이의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작가 김숨. 그의 집요함과 세심함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힘과 서사의 밀도는 독자와 평론가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많은 에너지와 감정 소모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써내며 쉼표 하나, 말줄임표 하나에도 온 마음을 쏟는 그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써내려간 문학의 자리엔 숭고함이 남는다. 일본군 위안부, 입양아, 철거민 등 소외된 약자와 뿌리 들린 사람들을 보듬어왔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디아스포라’를 노래한다. 집필 기간 4년, 소설가 김숨이 1년 9개월 만에 장편 [떠도는 땅]을 내보인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숨의 장편소설 [떠도는 땅]이 출간되었다. 올해로 등단 23주년을 맞은 김숨은 인간 존재의 근원과 존엄성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문단과 독자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인간 존엄의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해온 그가 한국문학장(場)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신작은 고려인의 150년 역사를 응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떠도는 땅]은 1937년 소련의 극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 17만 명이 화물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화물칸이라는 열악한 공간을 배경으로 열차에 실린 사람들의 목소리, 특히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디아스포라적 운명을 이야기로 확장시킨 이 소설은 슬픔과 그리움이 고인 시간을 걸어온 고려인들의 비극적 삶, 그리고 오랜 시간 ‘뿌리내림’을 갈망했던 그들의 역사를 핍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총 4년이 걸린 작품으로 격월간 문학잡지 [Axt]에 연재했던 소설을 2년 6개월 동안 개고하였다.

그리움이 삶의 전부인, 떠도는 땅 위에 부유하는 사람들
시리고 날 선 어둠 새로 스며드는 그들의 이야기


1937년 가을. 소비에트 경찰은 금실이 살고 있는 신한촌으로 몰려와 집집을 돌아다니며 일주일 치 식량과 당장 입을 옷가지만 챙겨 사흘 뒤 혁명 광장에 모일 것을 명령한다. 날벼락처럼 떨어진 갑작스런 통보에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지만 경찰들은 그저 “너희 조선인들에게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라고 말할 뿐이다. 금실은 보따리장사꾼인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 함께 출발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남편도 곧 뒤따라올 것이라며 금실을 다그친다. 결국 그녀는 남편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고 준비해둔 비상식량과 당도할 땅에 심을 씨앗들을 챙겨 열차에 몸을 싣는다.

“떠나라는 통보를 받고 아버지 무덤을 찾아갔지요. 그 앞에 넙죽 엎드려 시든 엉겅퀴를 쥐어뜯으며 아버지를 원망했지요. 죽으나 사나 고향땅에서 살 것이지, 남의 땅에 와서 자식이 집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게 하느냐고요.”
(/ 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제대로 된 화장실도, 마음 편히 누울 자리도, 밖을 제대로 볼 수도 없는 동굴 같은 화물칸 바닥에 앉아 보이지 않는 금을 긋고 가족끼리 모여 있다. 양쪽 벽면에 널빤지를 가로놓아 2층을 만들어 그곳에도 사람들을 태웠다. 그들이 탄 열차는 사람이 아닌 가축을 실어나르는 화물열차. 금실과 같은 칸에 실린 사람들은 모두 스물일곱 명이다. 그중엔 몸이 불편한 노인, 배가 제법 부른 임신부, 호기심 많은 아이들,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도 있다. 참담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막막하고 커다란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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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 연해주에서 하루아침에 화물열차에 태워져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한 조선인들. [떠도는 땅]은 한 달여 동안 화물칸에 갇혀 동토의 대륙을 횡단하는 스물일곱 명의 운명과 고난을 마치 〈마태 수난곡〉처럼 장엄하게 시연한다. 흔들림, 소리, 기척, 냄새만이 존재하는 동굴 같은 공간에서 이들은 쉼 없이 말을 나눈다. 소설은 온통 그 대화의 리듬에 바쳐져 있고, ‘김숨표 대화’라 부를 만한 다성적 화법은 한 번도 개인의 발화를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주인 없는 목소리가 되어 인간의 운명을, 여성의 수난을 울림 있게 노래한다. 김숨의 거침없는 문학적 행보가 놀랍다.
- 전성태 / 소설가

[떠도는 땅]은 1937년에 일어난 비극을 강제이주 열차 한 칸에 내몰린 몇몇 가족을 통해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이 열차에 강제로 태워진 페르바야-레치카 역이 화물열차 역이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의 150년 역사를 응축하고 있다. 비극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디아스포라 민족인 고려인이 겪은 비극을 잊지 않게 하는 비망록이다.
- 윤상원 / 전북대 교수·고려인연구센터 소장

본문중에서 TOP

저릿저릿한 두 손을 날개처럼 펼쳐 부른 배를 감싸던 금실은, 종잡을 길 없이 내달리는 열차가 마침내 설 땅에서 아기를 낳게 되리라 직감한다. 그녀는 막연하지만 그 땅이 춥고 척박한 땅일 것만 같다.
(/ p.13)

심지에서 불꽃이 피어난다. 불꽃은 호박죽색 불빛을 둥글게 빚으며 사람들 얼굴에 묻은 어둠을 털어낸다.
(/ p.38)

금광 일을 쉬는 날 우린 소시지와 빵을 보자기에 싸들고 자작나무 숲에 소풍을 갔어요. 벌, 나비, 무덤들, 산딸기, 버섯, 보라색 꽃, 햇빛…… 그런 날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줄 알았어요. 그런 걸 두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하는 걸까요.
(/ p.107)

새는 깨어나 다시 노래할 거라고, 그럼 사람들의 얼굴에 눈송이처럼 맑고 차가운 슬픔이 깃들고 사나워진 마음이 순해질 거라고…….
(/ p.112)

꿈속에서 만졌던 흙의 감촉과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해 금실은 두손을 맞비빈다. 아버지의 발을 흙으로 덮어주는 꿈이었다. 토란처럼 뭉뚝한 발가락들마다 가늘고 희미한 뿌리가 서너 가닥씩 자라 있었다.
(/ p.165)

저자소개 TOP

김숨 [저]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 『철』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소설집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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