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저 : 천자오루(陳昭如)역 : 강영희출판사 : 사계절발행일 : 2020년 02월26일 | 종이책 발행일 : 2020년 0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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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세상에는 수없이 많고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가 있다. 젊은 남녀의 사랑뿐 아니라 나이, 계급, 국적,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 나아가 성소수자들의 사랑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랑에 속해 있으면서도 없는 듯 무시되거나 특별한 미담으로만 소비되었던 또 하나의 사랑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성性과 사랑 이야기다.
장애인은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었을 뿐인데, 마치 그 손상과 함께 성적인 욕망이나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갈망까지 제거되었다는 듯 무성無性의 존재처럼 취급되거나 일방적인 피해자로 여겨지기 일쑤다. 타이완판 ‘도가니’라 불리는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을 폭로했던 저널리스트 천자오루는 장애인 당사자와 그 부모, 돌봄 노동자와 사회복지사, 인권단체 활동가와 특수학교 교사, 장애인을 위한 성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등 전방위적인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 봉인되어 있던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애를 색안경을 낀 채 본 적은 없는가? 부모가 되려 하는 지적장애인 부부를 지지할 수 있는가? 장애인 자녀의 성 문제를 막기 위해 성기나 자궁을 적출하는 부모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장애인을 위한 성 서비스는 국가나 기관이 제공해야 할 복지인가, 아니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모욕인가? 가장 첨예한 질문을 안고, 가장 뒤늦게 찾아온 사랑 이야기가 여기 있다.

출판사서평 TOP

내 사랑이 이상한가요?
다양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온몸을 힘차게 밀어 찾아 나가는 따뜻한 체온과 완벽한 교감의 순간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을 필두로 차별과 억압, 배제의 구조 속에 놓인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힘을 얻으며, 장애인들도 고유한 목소리를 가진 존재이자 권리의 주체로서 사회의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수의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교육을 받으며 참정권을 행사하는 장애인의 삶이 공적 담론의 장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랑과 욕망의 주체로서 타인과 육체적, 정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아직 많지 않다. “남자, 여자 분간도 못 하는데 관심은 무슨 관심”(39쪽)이라며 장애인을 무성의 존재처럼 여기는 편견이 한쪽에 있고, “잘 먹고 잘 자면 그것으로 됐지. 또 무슨 행복과 즐거움을 바라겠다고?”(74쪽)라며 생존 이상을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 아니냐는 질타가 다른 한쪽에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꺼내는 용기와 짜릿한 교감의 순간,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 겪었던 좌절과 슬픔, 신체의 손상에서 오는 한계와 도전이 숨김없이 그려져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과 정도의 장애인들은 저마다 자기 신체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다채로운 사랑을 펼쳐 나간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저절로 자위를 알더라고요. 가르쳐준 사람이 없는데도 할 줄 알았어요.” _ 황리야(지적장애인 위위의 어머니, 사랑과 연애 교육 전문가)

“사회복지사는 최선을 다해 도울 뿐, 주제넘게 나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결정해서는 안 돼요.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관으로 볼 때 두 사람을 가장 부모다운 부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 그들이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절대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부모죠!” _ 류쥔웨이(지적장애인 부부의 연애, 결혼, 출산을 지원해온 사회복지사)

“저에게 사랑은 신앙과 같아요. 몸을 던져 사회운동을 하는 것도 사랑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죠. 사랑이 없으면 장애 없는 환경이 갖추어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사랑이 없으면 완벽한 평생 돌봄 시스템이 갖추어진다 한들 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_ 샤오치(루게릭병으로 인한 지체장애 남성, 사회운동가)

“두 번째 남자친구도 지체장애인이었어요. 그 사람과 성관계를 하려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아세요? 모든 지지대를 다 풀기까지 기다리는 데만 엄청 오래 걸려요, 하하하!” _ 후이치(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 여성)

“진짜 안타까워요.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동성애자 그룹에 합류했어요. 아름다운 육체를 누군가에게 선보일 기회를 갖지 못했잖아요. 저 자신에게 정말 미안해요. 젊고 팔팔할 때의 몸은 정말이지 자랑스럽잖아요!” _ 황즈젠(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 남성, 성소수자)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혐오와 무지, 논란의 한가운데서 이들의 욕망과 필요, 절망과 체념의 심연을 오롯이 전하겠다는 저자의 뚜렷한 의지다. 섣부른 비난이나 옹호에 앞서 일단 말하고 듣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에두르지 않고 분명하게 묻는 저자 앞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어둠 속에 방치해두었던 마음속의 말을 다 꺼내놓았다. 덕분에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온몸으로 분투하는 용감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다. 세상은 그들을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말로 분류하지만, 만 명의 장애인에게는 만 가지 빛깔의 사랑이 숨 쉬고 있다.

성性은 양다리 사이에만 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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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애인의 사랑과 성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와 쟁점을 망라한다. 나아가 우리에게 사랑과 성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성적 자기결정권의 온전한 실현이란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 정상적인 성과 비정상적인 성은 누가 규정짓는지 등 여러 근본적인 질문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나는 이 책에서 용감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 수많은 우려와 편견, 냉대와 무시를 뚫고 자신의 신념과 욕망에 의지해 자유를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성소수자이면서 장애인인 즈젠의 말처럼 “용감하게 자기 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더 아름답고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 김원영 / 변호사,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목차 TOP

읽기 전에 /용기 있는 사람들의 사랑과 성에 관한 이야기 – 김원영

1. 오명
2. 깊은 잠에 빠진 아이
생명의 빛과 그림자 /아직 열리지 않은 수문 /그들이 법정에 설 때
3. 사랑할 권리
도라, 욕망에 눈뜨다 /몸을 둘러싼 첨예한 질문들 /책임과 윤리
4. 자기만의 방
단지 살아 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경계를 뛰어넘는 쾌감 /이토록 험난한 사랑
5. 장애, 여성, 연애
갈망하고 상상하고 말하는 여성들 /다들 성욕은 어떻게 해결해요? /내 몸에 맞는 엄마 되기
6. 섹슈얼리티가 빠진 인권이라니
쇠 신발을 신은 소년 /손천사, 장애인을 위한 성 ...

본문중에서 TOP

“말도 안 돼! 남자, 여자 분간도 못 하는데 관심은 무슨 관심?”
이는 부모가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들은 성인이 된 지적장애인 자녀들을 어린아이 취급한다. 작고 낮은 목소리로 “착하지, 물 마셔”, “이리 와서 앉아”, “엄마한테 쪽쪽 해줘야지” 등의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이 ‘아이들’이 성별 개념이 있는지, 사랑과 애정 관계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감히 생각하지 않으려는지도 모른다.
( '장애인에게는 성적 욕구가 없다는 아주 오래된 편견' 중에서/ p.39)

어머니는 뜻밖의 사고에서 아이가 하체를 부딪쳐 다쳤는데 그때 겸사겸사 거세했다는 이야기를 마지못해 해주었다. 음경 전체를 적출해 앞으로 발생할 ‘화근’의 싹을 미리 잘라 없앤 것이다. (중략) 아들이 나중에 성적 충동을 못 이겨 실수를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날에는 남에게 미안할 뿐 아니라 배상할 형편도 안 돼서 부득이하게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중략)
“한번 생각해봐요. 당신 딸이 매달 그게 올 때마다 온몸을 엉망진창으로 더럽혀요.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고. 그 아이 아빠, 엄마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어떻게든 자궁과 난소를 들어내 ...

저자소개 TOP

천자오루 [저]

타이완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수도신문사, 자립조간, 슈퍼텔레비전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CALL IN! 지하 방송국』, 『역사의 농무에 갇힌 집단』, 『물신숭배의 우주를 살다』, 『포르모사의 사랑에 관한 책』, 『망각된 1979년 - 타이완 식용 기름 중독사건 30년』, 『침묵: 타이완 특수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이 있다. 이 책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로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을 수상했다.

강영희 [역]

대학에서 중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기획 일을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뭇 산들의 꼭대기》 《시간의 서》 《사랑하는 안드레아》 《나는 하버드 심리상담사입니다》 《중국을 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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