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 김미월 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9년 11월18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10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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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마지막 페이지에 머무는 다사로운 희망의 빛
김미월 8년 만의 새 소설집!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수록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 틈새에서 빛나는 찬란한 순간을 다정하게 응시하는 작가 김미월의 세번째 소설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가 출간되었다. 고독한 존재들이 삶의 공간에서 일구어내는 독특한 낙천성이 인상깊었던 첫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2007), 세상에 상처받고 스스로를 유폐한 영혼들이 선한 의지로 자신을 치유하고 고립에서 벗어나는 진실된 성장을 그린 첫 장편소설 『여덟번째 방』(2010), 아주 사소한 몸짓에서 한 사람의 귀한 자질과 고유한 매력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 두번째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2011)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집이다. 그 세월을 통과하는 동안 청춘의 끝자락에 당도한 김미월의 인물들은 더욱 깊어진 눈으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한다. 그들은 이제 지구가 멸망하는 것보다 멸망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가치해지는 것이 더욱 암담하다는 사실을 안다. 삼십대로 접어든 이후에도 생활은 팍팍하고 때때로 낙담에 짓눌리지만, 김미월의 인물들은 특유의 태평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지속할 힘을 되찾는다. 삶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들의 연륜과 희망을 놓지 않는 강인한 마음 덕분에, 이번 소설집에서는 종말조차 나른하고 따스한 풍경으로 그려진다.

서른 이후, 삶은 부대끼는데 속은 헛헛한 시절
슬픔을 능숙하게 다루게 된 이들의 애잔하고도 꿋꿋한 일상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삼사십대 사회인이다. 직장을 갖고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그들의 생활은 한시라도 빨리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불안으로 매 순간 고통받는 이십대 청춘의 삶과는 결이 다르다. 사회에서 자리잡기까지 산전수전을 겪으며 웬만한 일로는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도록 단련된 그들은 사는 것이 원래 고통스럽다는 진실을 깨닫고 북받치는 감정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재빠르게 삼켜내면서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당황시키는 순간은 여전히 찾아오는데, 이제는 확고해졌다고 믿어온 삶의 방향이 뒤흔들리는 때가 바로 그것이다.
첫 단편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은 일시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서른아홉 살 여성 ‘양희’의 이야기이다. 자유롭게 혼자 떠도는 삶을 만끽해온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근원적 외로움이 엄습한다. 우연히 여행을 함께하게 된 어느 한국인 유학생이 자신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데려다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헤어진 남자친구와 재회하기 위해 돌아가버린 순간, 양희는 문득 깨달은 것이다. 혼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가본들 그곳이 가장 아름다울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그대로 귀국한 그녀는 오랜 친구이자 남편과 이혼한 ‘나’와 함께,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생부를 이제라도 찾아가보기로 한다. 생판 남과 다를 바 없는 아버지는 과연 양희의 외로움을 녹여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양희의 곁에는 함께 길을 찾고 있는 ‘나’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만 굳건하다면 혼자서도 한세상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김미월의 인물들은 자신이 옳다고 여겼던 삶을 부정당하거나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오늘의 운세」의 주인공 ‘나’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을 느끼고 당황한다. ‘나’는 따돌림당 ...

목차 TOP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_007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_039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_069
2월 29일 _099
오늘의 운세 _129
질문들 _157
선생님, 저예요 _185
도망가지 않아요 _207
연말 특집 _241
만 보 걷기 _275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
‘서른이’는 자란다 _307

작가의 말 _331

본문중에서 TOP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급작스러운 깨달음이었다. 이제껏 그녀는 자발적으로 혼자였다.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했고 혼자 사는 삶을 즐겨왔다. 그런데 별안간 혼자라는 사실이 지긋지긋했다. 그녀는 무례한 외판원처럼 함부로 쳐들어온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해 사진을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가다가 돌아온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혼자 간 곳이 가장 아름다울 수는 없었을 테니까.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중에서)

그러니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내일 죽는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죽기 전까지 매 순간 모든 생각 모든 행동이 부질없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살아 있는데도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게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중에서)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는 희수가 결혼 안 할 거라고 대답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자신도 이미 결혼했으면서 그녀의 결혼에 전전긍긍하는 꼴이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지만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래전에 그는 상상한 적이 있었다. 그의 결혼식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녀가 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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