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저 : 김진영출판사 : 한겨레출판발행일 : 2019년 10월22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0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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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왜 왔을까. 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
《아침의 피아노》에 이은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었던 《아침의 피아노》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 김진영 선생님의 두 번째 산문집 《이별의 푸가》가 출간되었다. 2017년 《현대시학》에 일부 연재했던 원고는 선생 사후에 ‘이별의 푸가’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채 남겨졌다. 《아침의 피아노》가 한 철학자가 삶의 끝에서 바라본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면, 《이별의 푸가》는 삶 내내 지녀온 ‘이별의 아픔’과 ‘부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은 글 86개로 쓰인 이 단상집은, 마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생의 모든 이별의 순간을 자신 앞에 좍 펼쳐놓고 세어보듯이, 이별할 때 지나야만 하는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쓰다듬는다. 만나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침묵하고, 눈물짓고, 분노하고, 미련을 놓지 못하고, 부재함을 느끼고, 비참해하고, 허전해하고, 분열하고, 아파하고, 욕망하고, 기뻐하고, 대수롭지 않아 하고, 유치해하고, 뻔뻔스러워하고, 냄새를 맡고, 목소리를 떠올리는…… 이별의 매 순간은 세세히 그리고 서서히 우리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거리에서, 차 안에서, 그 사람의 집 앞에서, 준비된 말이나 어떤 포즈도 없이, 이별을 견뎌내야 했던 어느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묻게 된다. “이별은 왜 왔을까. 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 그 사람이 아닌, 그 이별의 순간을, 그 부재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이별의 푸가》의 86개의 단면들은 하나의 선율을 따라 모방하듯 서로 쫓고 쫓기며 이별이 가진 일상성을 철학적 성찰의 지점으로 데려간다. 이별이 흘리는 슬픔과 외로움과 애태움과 아픔은 어느덧 침묵과 적요로 바뀌어서 “왜 이별해야 했을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이별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을 더한다. 이별하는 연인들의 고통과 이별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일상의 무거운 면면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롤랑 바르트와 프루스트, 그리고 아도르노, 한트케, 파스칼 등의 글과 말을 연결시키며 이별이 가진 이미지와 개념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건넨다. 《아침의 피아노》의 단정하고 깊고 맑은 문장들이 생에 대한 빛나는 명랑성을 보여주었다면, 그리고 그 모습이 선생이 본 아침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면, 《이별의 푸가》의 열정적이면서도 우아하고 강인하면서도 집요한 문장들은 이별에 대한 아련한 잔상들을 뜨겁고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그건 꿈처럼 도착했던 선생의 어느 저녁 풍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은 귀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사랑과는 이별을 해도 이별과는 이별할 수 없는 걸까?

이별이란 뭘까? 《이별의 푸가》는 그 질문을 통과하기 전에 몇 가지 다른 질문을 지나치라고 말한다. 만남이란 뭘까? 스침이란 뭘까? 이름이란 뭘까? 사랑이란 뭘까? 쓸모없음이란 뭘까? 《이별의 푸가》에서 말하는 이별의 주체란 이렇게 만나고, 스치고, 이름 불리고, 사랑을 하고, 완전히 쓸모가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될 수 있다. 이별 뒤에 언제나 당신이 원하는 건 더는 자기를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나를 생각하지 말아요, 나를 그리워하지 말아요, 나를 잊어버려요,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이것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별의 주체가 되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별이란 뭘까? 이별은 사랑이 패배와 배신으로 건너가는 분기점이며 동시에 사랑이 그 운명으로부터 구원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너무 아파하면서도 이별을 끝내지 못하는 건 ...

추천사 TOP

사랑은 이별로 끝난다지만, 이별은 무엇으로 끝날까? 5월에서 6월로 바뀌는 동안, 호수공원의 장미꽃들이 피었다가 지는 동안, 미세먼지로 뒤덮였던 하늘로 비바람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다시 화창한 아침이 찾아왔고, 문득문득 나는 이 책을 펼쳐 읽었다. 이별의 말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날마다 헤어지고 영원히 이별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랑하는 그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괴로움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부재가 존재만큼이나 구체적으로 느껴질 때까지. 놀라워라, 이별이 끝나는 건 바로 그 순간이다. 이 책은 저 먼 이별의 끝에서 뒤늦게 도착한, 길고도 다정한 별사(別辭)다.
- 김연수 / 소설가

목차 TOP

만남
의자
문장들
나의 얼굴
열패감
서약
후회

추억
통점
잔인한 침묵
침묵
추위
포옹
눈물
차례
분노
미련
약속
화장
부재
비참함
꿈(2)
사라짐
꼼짝도 않기
허전함
장갑
차가움
분열
아픔
추억(2)
씻기
문자
돌아오는 말들
결핍
황홀경
노예근성
거식증
마지막 스침
키스
사진
욕망
기쁨
대수롭지 않음
고백
사진
착한 마음
이름
배신
유치함
멂과 가까움
반지
육체
그림자
고통

뻔뻔스러움
울음
사랑과 죽음

돌아온 탕아
키스(2)
연, 깃발, 천사
허공
베개
세월

비극
안경
호기심
낯설어짐
잔인함
따뜻함
냄새
목소리
부재(2)
세상의 모든 풍경
구두 소리
무능력
추억
간주
낮은 신발
계절과 날씨
잠 잘 오는 방
일루미네이션
빈방
최후의 만찬

본문중에서 TOP

나는 약속을 꼭 껴안는다. 희망을 꼭 껴안는다. 그러면서 날개를 파닥인다. 기적은 사라져도 날개는 남는다. 연이 사라져도 실 끝은 남고 실마저 사라져도 손의 흔적은 남듯이. 있었던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 흔적을 꼭 붙든다.
(/ p.61)

사랑이 끝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아도, 계절은 다시 온다.
(/ p.62)

부재 속에 당신이 있는데 어떻게 내가 당신의 없음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 p.112)

사랑이란 그런 걸까. 한순간 빛나면 이미 끝인 걸까. 끝인데 영원히 끝나지 않는 끝인 걸까.
(/ p.157)

당신의 부재 앞에서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 그건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멀리 있다는 것이다. 그건 어떤 상태일까.
(/ p.170)

저자소개 TOP

김진영 [저]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과 그중에서도 아도르노와 베냐민의 철학과 미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으며 그 교양의 바탕 위에서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함께 공부했다. 특히 소설과 사진, 음악 등 여러 영역의 미적 현상들을 다양한 이론의 도움을 빌려 읽으면서 자본주의 문화와 삶이 갇혀 있는 신화성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일에 오랜 지적 관심을 두었다. 시민적 비판정신의 부재가 이 시대의 모든 부당한 권력들을 횡행케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믿으며 〈한겨레〉, 〈현대시학〉 등의 신문·잡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대표작으로는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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