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성스러운 유방사 : 어떻게 가슴은 여성의 '얼굴'이 되었는가?

편저 : 다케다 마사야역 : 김경원(KimKyoungwon)해제 이라영출판사 : 아르테(arte)발행일 : 2019년 09월11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07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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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가슴은 커지고, 예뻐지고, 숨겨야 하는 부위가 되었나?
'파격 노출'은 괜찮지만 '젖꼭지'는 안 된다는 이들에게
강력하게 권하는 '유방 문화 필독서'

‘유방’이라는 단어를 듣고 남성의 몸을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큰 의심 없이 ‘유방’은 여성의 신체로 인지되곤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유방을 포유류의 가슴 혹은 배에 위치해 쌍을 이루는 기관으로 정의한다. 물론 여성(암컷)인 경우 피하 조직이 발달하여 융기하고, 일정 기간 젖을 분비하는 기관이라고 덧붙이고 있으나 남성 유방암도 엄연히 존재하듯 남성의 가슴도 함께 지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남성의 유방이란 이미지가 얼른 떠오르지도, 잘 유통되지도 않는다. 사실 ‘유방’뿐 아니라 ‘가슴’이라는 단어를 쓸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어떤 신체 부위가 생식과 관련이 된 경우에 자꾸 거기다 ‘숙명’ 같은 걸 부여하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가슴은 수유를 목적으로 한 기관이니 모성의 상징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렇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수유의 기능이 없는 남성의 가슴은 없는 존재나 다름없어진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남성 유방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여성 유방의 ‘융기된 부분’은 ‘차이’로 인해 생식 활동을 유도하는 ‘유혹’의 기관이며, 그렇기에 미적인 평가 대상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그렇다. 이렇게 ‘가슴은 곧 여성’이라는 이미지, ‘여성의 가슴은 성性적’이라는 명제는 오랫동안 의심되지 않아 왔고, 여전히 일각에서는 의심하지 않는 명제 중 하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전제에 대해 의심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물이다.
『성스러운 유방사』가 기획된 것은 2008년부터다. ‘유방문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각 분야 연구자 스물두 명이 “여성의 가슴은 정말 성적인가?”, 혹은 “‘유방’이 여성만의 기관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10년을 골몰했다. 고대 문학과 예술부터 근대와 오늘날의 영화, 만화, 애니매이션, 잡지, 포스터, 공공미술과 문신 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매체를 살피고 여러 나라를 직접 답사했다. 그런 이들의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가슴이 이야기가 있다”는, 다수에게 익숙한 젖 먹이는 성스러운 가슴, 성적으로 유혹하는 가슴 외에도 수없이 많은 가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서양의 ‘가슴 문화’에 각각 집중한다. 각 부마다 각국의 가슴 문화를 개괄하는 ‘총론’과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 ‘가슴 이야기’들, 그리고 각국의 가슴 문화를 보여 주는 장소에 방문한 답사기인 ‘세계의 젖가슴 산책’,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더 많은 가슴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하는 ‘젖가슴 공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슴을 열고’서, 이 꾸준하고 진지한 연구자들이 이끄는 가슴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어떤 가슴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는, 비할 데 없이 넓어진 ‘가슴의 지평’을 얻은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게 될 것이다.

출판사서평 TOP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보여도 문제, 가려도 문제
브래지어와 젖꼭지의 사정

근래 들어 눈에 띄게 회자되는 한 가지 이슈가 바로 ‘노브라’다. 2018년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페이스북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여성단체로부터 시작된 ‘탈브라’ 논의에 더해 최근에는 여성 연예인들의 ‘노브라’가 한창 화젯거리였다. ‘노브라’ 라는 개인적 결정에 반대하는 논리는 ‘매너’로 압축된다. 집에서야 브래지어를 입든 벗든 자유지만 공공장소에서는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한다는 말이다. 문득 브래지어를 입는 것이 오늘날 공익적인 일이 된 것은 무슨 까닭인지 궁금해진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브래지어 착용이 일반화된 것은 양장 차림의 일반화와 시기를 같이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통해 보급받은 ‘라라물자’를 시작으로 서양식 복식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다. 체형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제대로 입어 내기 위한 것으로 이때 ‘브래지어’가 빠른 속도로 일본 사회에 보급되었다. ‘단정한 모습’을 연출한다는 ‘공익적’ 목적은 도입 초기 꽤나 비싼 물건이었던 브래지어 구매를 촉구하기 위한 명목이었다. 당시 코르셋이나 브래지어 같은 서양식 속옷은 경제권자인 남편이 직접 구매하는 물건이었지 여성이 직접 선택하고 지불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레이스와 면적이 좁은 천들이 하늘거리는 속옷 가게에 남자 혼자 가는 일이 어색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브래지어와 코르셋은 ‘성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건강과 위생, 사회 상규에 부합하는 ‘개화’의 상징이었다. 지금과는 반대로 백화점 속옷 가게에 가는 남편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아내를 단정한 차림으로 보이기 위해 지출하는 ‘신식’ 인사로서 자부심이 가득했을 테다.
그런가 하면 남성들이 가슴에 속옷을 착용하는 여성들을 비난한 때도 있었다. 20세기 초까지 중국에서는 가슴을 납작하게 누른 옷차림이 유행이었다. 이런 맵시를 내기 위해 가슴께를 납작하게 눌러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주는 ‘보정 속옷’인 조끼 ‘샤오마자’가 함께 유행했다. 맵시를 위해 가슴 형태를 바꾸어 주는 속옷이라는 점에서는 브래지어와 같았지만 목적으로 하는 형태가 정반대였을 뿐이다. 이때 가슴 형태를 보정하는 속옷 ‘착용’을 규탄한 것은 서구권에서 유학하고 온 남성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불룩 튀어나온 유방이 여성적 아름다움의 상징’이라는 새로운 미감을 수입해 왔고, 전족에 반하는 ‘천족운동’에 빗대 ‘천유운동’이라 이름붙인 ‘운동’까지 만들었다. 이 남성 지식인들은 유방을 속옷으로 압박하면 모유 수유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심폐 활동, 위장 소화에 해를 끼치고, 신체 발육을 저해할 뿐 아니라 폐병을 일으키고 수명을 단축시킨다”고까지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가슴을 속옷으로 누르는 일은 공익은커녕 생명까지 앗아 갈 백해무익한 일이다.
브래지어로 젖과 젖꼭지를 가리는 것이 ‘문명화’라는 인식은 ‘인어’ 이미지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에 기원을 둔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 공주>는 이미 보편적인 인어 이미지가 됐다. 우리가 아는 인어의 대표 주자이자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의 가슴에는 조개껍데기로 만든 비키니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인어공주’가 처음부터 비키니를 입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낭만주의 예술의 유행과 함께 자주 묘사되던 인어 이미지는 풍만한 가슴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유영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닷속에선 자유로웠던 인어의 가슴은 왕자가 사는 육지로 올라오면서 ...

목차 TOP

책을 펴내며

제1부 일본의 젖가슴, 이것저것

총론 | 일본은 유방을 어떻게 이야기해 왔는가
총론 | 일본 바스트 70년: ‘단정한 차림’에서 ‘자기다움’으로
젖가슴과 조개: 인어의 유방을 둘러싼 역할
에로스의 억압?: 비보관의 패러독스
남자의 젖꼭지와 여자의 유방
유방과 과실의 하모니
만화와 유방: 오카자키 교코가 그리는 젖가슴
세계의 젖가슴 산책 | 에조가시마 유신 순례기
세계의 젖가슴 산책 | 성스러운 젖: 후지산 기슭 ‘어머니의 태내’
세계의 젖가슴 산책 | ‘행복 가득 가슴 가득’: 마마 관음 참배기
젖가슴 공부: 기초 편

제2 ...

본문중에서 TOP

나 자신도 1960년대 후반 사춘기에 들어선 이후 나의 몸, 특히 바스트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몰라 고민했다. 브래지어는 A컵, 옷 사이즈는 9호가 표준이었던 당시 나는 C컵에 빅 사이즈였다. 미국 의사가 소리 높여 주장한 ‘바스트가 커다란 여성은 머리가 나쁘다’는 엉터리 학설이 일본에도 널리 돌아다녔다. 또한 세간(이라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바스트의 발육이 좋은 여자애가 성적으로도 조숙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인지, 10대부터 20대까지 내 커다란 바스트는 치한의 표적이 됐다. 나는 표준보다 커다란 바스트에 애증을 느끼는 스스로의 마음에 매듭을 짓고 싶었다. 연구회에 참가한 것은 이런 개인적인 동기 때문이다. 연구회에 가입하고 나서, 바스트에 대한 여성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며 실로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세상이 변해 가면서 일본 사회 전체의 바스트관이 변화했다는 사실도 알아 갔다. 일본의 상품·매스컴이 바스트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여성의 신체, 그것도 성적 신체가 상품화되는 과정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상업주의에 편승하거나 편승당하는 측면이 한 가지 흐름이다. 한편 여 ...

저자소개 TOP

다케다 마사야 [편저]

홋카이도대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 중국 문화‧문학‧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 문화 속 크로스드레싱을 다룬 저서 『양귀비가 되고 싶었던 남자들―‘의복의 요괴’ 문화지』를 계기로 2008년부터 ‘유방문화연구회’ 정례 모임에 참여하면서 젊은 중국 문화 연구자 몇몇과 ‘유방’을 주제로 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연구는 자연스레 서양 미술, 일본 고전문학 등 분야를 넓히게 됐고, 십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방은 과연 여성 특유의 무언가일까?’라는 질문에 매달려 왔다. 그 결과로 남성, 사람이 아닌 괴물이나 동물 등 기존의 ‘유방관乳房觀’에 균열을 내려는 연구자 스물두 명이 모여 나눈 십 ...

김경원(KimKyoungwon) [역]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객원연구원,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및 한양대학교 비교역사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동서문학상 평론 부문 신인상 수상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 출강한다.
저서로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가난뱅이의 역습』 『일본변경론』 『대논쟁! 철학 배틀』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거리의 인생』 등이 있다.

해제 이라영 [기타]

예술사회학 연구자. 모든 종류의 예술을 사랑한다. 미술과 예술경영을 공부한 후 문화기획과 문화교육 분야에서 일했다. 개별 작품보다 작품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에서 예술사회학을 공부했다. 현재 여러 매체에 기고하며 예술과 정치 관련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여자 사람, 사람』(전자책),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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