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아침 그리고 저녁 

원제 : Morgen und Abend

저 : 욘 포세역 : 박경희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9년 08월30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07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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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아침 그리고 저녁』은 현재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2000년 발표한 소설로,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 생의 시작과 끝을 독특한 문체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고 또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이 짧은 소설은 작가 특유의 리듬과 침묵의 글쓰기를 통해 한 편의 아름다운 음악적 산문으로 읽힌다.

최근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욘 포세는 희곡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발표 이후 지금까지 수십 편의 희곡을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렸고,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으며, 언어가 아닌 언어 사이, 그 침묵과 공백의 공간을 파고드는 실험적 형식으로 ‘21세기 베케트’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군더더기를 극도로 배제한 미니멀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의 중간쯤 있는 반복 화법으로 매일의 생존투쟁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인간이 등장하는 비극들을 무대에서 선보여온 포세는 이 작품을 출간하고 나서 희곡보다 소설 쓰기에 좀더 집중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후 2014년 유럽 내 난민의 실상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이중적 면모를 비판한 작품 『트릴로지』가 문단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매년 그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또다른 이름-7부작』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작가의 역량은 장르를 불문하고 뻗어나가 희곡과 소설뿐만 아니라 시와 에세이, 어린이책까지 전 세계 4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었다.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 명예상,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국제 입센상을 비롯 유수의 문학상으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고, 프랑스 공로 훈장에 이어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출판사서평 TOP

탄생의 아침과 죽음의 저녁
침묵과 리듬의 글쓰기로 포착한 전 생애의 디테일


“이 이야기 속에서 삶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은 삶을 밀어내지 않는다.
이토록 가까운 삶과 저토록 머나먼 죽음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다.”
- 정여울

바지런한 산파의 움직임, 산모의 고통 어린 숨, 이제 곧 아버지가 되려는 남자의 기대와 걱정. 소설은 노르웨이 해안마을 어딘가, 한 살림집에서의 출산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이 잘못되어 아내나 아이나 아내와 아이 모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찬 남자의 내적 독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상념은 분명 그들을 도와 온갖 나쁜 일로부터 구원해줄 신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는 남자에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미처 단어가 되지 못한 외마디 모음과 뒤섞인 아내의 비명이 길게 이어진 후 마침내 아이가 태어나면서 초조한 시간은 끝난다. 그렇게,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아이가 태어났다.

장이 바뀌고 그사이 긴 시간이 흘러, 요한네스는 노인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너무 외진 곳이었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이곳에 터전을 잡았고 고깃배를 타고 나가 생계를 꾸렸다. 아내도 친구도 곁을 떠난 지금, 적막하고 고독하기만 한 요한네스의 삶에서 근처에 사는 막내딸만이 의지처가 되어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의 하루가 막 시작된 참이다. 썰렁한 집안에서 혼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빵을 먹는다. 별다른 기대가 없는 일상,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고 원래 그대로인데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듯하다. 늙은 몸도 무게가 거의 없는 듯이 가뿐하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 풍경이 어쩐지 너무 달라 보인다. 요한네스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바라본다.

여하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달라진 것이 있어도, 그것은 아마 그의 내부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게 가장 그럴듯할 것이다, 아니면 혹시 밖으로부터 온 것일 수도 있을까? 저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까, 대수로운 게 아니라도, 그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그저 뭔가 아주 사소하지만 모든 것을 완전히 달라 보이게 하는 그런 일이? 하지만 그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아닌가?
(/ pp.49~50)

그리고 여느 때처럼 서쪽 만灣으로 산책을 나간 길에, 페테르를 만난다. 같이 배를 탔고 오십 년 넘게 서로 머리를 잘라주기도 했던 절친한 친구,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를. 여느 때처럼 위층 다락방에서 잠들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오지 않았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던 아내가 집안의 불을 밝히고 기다리다 그를 위해 커피를 끓인다. 막내딸과 마주치지만 그가 보이지 않는 듯 지나가버린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지만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른 이날, 도대체 요한네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모든 게 그저 그의 상상인가? 또 번호 없이 여백으로만 구분된 마지막 장에는 어떤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가?

요한네스라는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 요한네스라는 늙은 어부가 생의 마지막날을 맞이하려 한다. 이 양끝 사이의 삶은 요한네스의 착각이나 환각, 그리고 조각난 기억들로 채워진다. 죽은 자들이 숨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그 기억은 요한네스가 지나온 삶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만들고, 확신했던 일을 불확실하게 만든다. 이렇듯 이야기 속에서 삶과 죽음이, 물질적 현실계와 형이상적 세계가 자연스레 겹친다. 시간 또한 선적으로 흐르지 않아서 현재 ...

추천사 TOP

나는 오랫동안 이런 이야기를 꿈꾸어왔다.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위대한 인간이 등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눈부신 이야기를. 누구나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두 가지 주제, 바로 삶과 죽음을 ‘특별한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작가는 이 어려운 작업을 아주 능청맞고도 사랑스럽게 해낸다. 삶과 죽음 사이에 들어찬 모든 문장에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않음으로써.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잠시 휴식하기 위한 쉼표만을 사용하면서, 죽음과 삶의 과정이 결국 하나의 끝나지 않는 문장 속으로 들어오도록. 이 이야기 속에서 삶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은 삶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무지갯빛 색실로 거대한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것처럼, 작가는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이라는 아름다운 벽화를 천의무봉의 손길로 직조해낸다. 이 이야기와 함께하는 순간, ‘이토록 가까운 삶’과 ‘저토록 머나먼 죽음’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왈츠를 추고 있는 듯하다.
- 정여울 / 작가, 문학평론가

한 사람이 태어나, 살고, 사랑하고, 죽어가는 과정을 이보다 더 원형에 가깝게 축약할 수 있을까. 이 짧은 소설을 장편소설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 삶의 원형에 가까운 것들이 그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옮긴이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반드시 직면하게 될 생의 마지막 하루를 욘 포세의 글을 통해 미리 경험해본다. 이른 아침에 다 읽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둘 떠올리다가 금세 저녁을 맞이하게 만든 책. 공기처럼 소중한 이들을 되새기고 싶은 어느 한적한 날에 어김없이 다시 꺼내어 읽게 될 것 같다.
- 김성은 / 코너스툴 대표

요한네스는 생각했다.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삶의 시작과 끝의 순간을 잔잔한 파도처럼 그려낸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삶을 이루는 단순한 본질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무에서 무로 가는 여정에서 남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책을 덮고 나니, 고요 속에 안도와 평온의 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사람은 가고, 사랑은 남는다.’
- 정승희 / 서툰책방 대표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평온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조바심 내던 마음이 잔잔해진다.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천히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 박윤희 / 좋은 날의 책방 대표

이 책을 읽는 동안 온전히 알기 어려운 존재의 탄생과 사라짐, 그 언저리를 지나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모든 것이 여느 때와 같으면서 동시에 다르다. 눈앞에 보이는 삶이 무거운 동시에 믿을 수 없이 가벼워 보인다.
- 박은지 / 부비프 대표

일상의 편린 같은 순간들을 조금 더 ‘섬세히’ 느낄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천천히 물기가 스며드는 모래의 모습처럼 적셔주고 있는 듯하다. 슬프면서 아름답고 먹먹하면서 어딘가 상쾌하다는 이 감정을 감히 표현할 수 없기에, 그저 조심스럽게 이 책을 내밀어주고 싶다.
- 이해인 / 문우당서림 디렉터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이세상’ 소설이 아니다 별다른 문턱 없이 이어지는, 저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삶과 죽음이 마침표도 없이 이어지듯 한 사람의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남아 있는 이들의 삶에 스며들어 서로의 삶이 쉼표로 이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삶과 죽음 이야기를 마주하고, 아침 그리고 저녁 늘 곁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과 머리맡에서 ...

목차 TOP

I
II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TOP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 pp.15~16)

그리고 지금, 저 방안에서, 어린 요한네스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어린 요한네스, 그의 아들, 이제 그의 어린 아들은 이 험한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가장 힘든 싸움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근원인 어머니의 몸속에서 나와 저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삶을 시작해야 한다,
(/ p.18)

이거 정말 요한네스, 자네가 이렇게 늙다니, 페테르가 말한다
믿을 수가 없네, 힘센 장정인 자네가, 한창때 자네는 우리 중에서도 제일 힘이 셌지, 누구도 자네와 겨뤄볼 엄두를 못 냈어, 그가 말한다
(……)
자 기운 내라고, 그가 말한다
할 수 있어,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선 채로 고개를 끄덕일 뿐 더이 ...

저자소개 TOP

욘 포세 [저]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국가공로훈장을 수여받았으며,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올랐다.
그는 1983년 소설 『레드, 블랙Raudt, svart』으로 데뷔했고 『보트하우스Naustet』(1989), 『병 수집가Flaskesamlaren』(1991) 등을 발표했으며 1994년에는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Og aldri skal vi skiljast』를 발표했다. 1990...

전체선택

박경희 [역]

독일 본 대학에서 번역학과 동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영어,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좋아해,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첫사랑, 마지막 의식]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이 밖의 역서로 [흐르는 강물처럼] [옌젠 씨, 하차하다]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숨그네] [맨하튼 트랜스퍼] 등이 있으며, 한국 작품 [무진기행] [직선과 곡선] [얼음의 자서전] [천변풍경]을 공동 번역자와 함께 독일어로 옮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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