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 100 poems and photos for your fragile soul

출판사 : 소담발행일 : 2019년 06월27일 | 종이책 발행일 : 2018년 09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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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사진 위에 스민 아름다운 문장들,
그 따뜻하고 가슴 먹먹한 콜라보


월간 [PAPER] 골수팬들에게 반가운 작가 황경신, 김원의 ‘영혼시’가 출간되었다. 김원의 사진 위에 스민 황경신의 아름다운 문장들, 황경신의 글을 품은 김원의 감성적인 사진들. [PAPER] 독자들 사이에서는 ‘영혼시(영혼을 위로하는 시)’라 불렸다.

이 책『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의 ‘영혼시’는 영혼의 한 조각이 말랑말랑해지는 과거의 글들과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장롱 구석에 먼지 쌓인 오래된 추억 상자를 슬며시 열어 그 기억의 지층을 들추어 화석이 된 글들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찬란하고 비루한 자의식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오래된 상처의 흉터를 살펴보는 일과 같다.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은 아름다울 것도 없고 자랑스러울 것도 없으나, 그 자국을 남긴 때와 장소, 우연과 인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거기 새겨져 있어, 최소한 진부하지는 않다. 비록 그것이 하는 이야기가 낡고 빛바랜 것이라 해도.
(/ 에필로그 중에서)

영혼시가 선물했던 여러 추억들. 다시 꺼내어본 그 추억들은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에 물줄기를 드리우며 그때 그 시절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아파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온다. 성장기에 만난 [PAPER]의 글들과 사진은 함께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아파했던 우리 영혼의 동반자였다.

세월이 지나 인연을 잘 만난 글과, 운명을 잘난 사진을 차곡차곡 모아서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가 되었다. 그 사랑했던 글들과 다시 한번 재회하며 색을 잃었던 추억들이 다시 하나둘씩 색을 입고 두둥실 우리 가슴 안에 떠오른다.

추천사 TOP

#1. 답답한 일상의 해방구이자 소우주였던 [PAPER]
적절한 시기에 너무 잘 만났구나 싶은 것들이 있다. 내겐 월간 [PAPER]가 그렇다. 제주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던 1998년. 후배 하나가 불쑥 [PAPER]라고 적힌 잡지 하나를 수줍게 건네고는 도망갔다. “선배, 이거 한 번 보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그냥 흥미롭다 정도가 아니라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잡지’의 개념을 완전히 해체해버리는 발랄함에 문화적 충격을 받고 한동안 얼얼했다. 정형화된 틀을 탈피한 글들, 이전에 본 적 없는 과감한 기획들, 무엇보다 만드는 이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종이 안에서 기분 좋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다루는 주제도 문화와 사랑, 예술과 사람 등 경계가 없었다. 나는 내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그때 확신했다. 지금이야 ‘한 달 살이 열풍’이 불 정도로 제주도가 인기지만, 내가 학창 시절을 통과하던 90년도만 해도 제주는 문화적으로 척박한 땅이었다. 문화에 목마른 나에게 한 달에 한 번 바다 건너오는 [PAPER]는 답답한 일상의 해방구이자 소우주였다. 그렇게 난 [PAPER]와 사랑에 빠졌다.

뒤늦게 알고 보니 1995년 세상에 나온 [PAPER]는 서울에서만 배포되다가 1998년부터 전국 가판대와 서점에 깔리기 시작한 터였다. 나는 [PAPER] 전국 진출의 첫 수혜자였던 셈이다. [PAPER]를 사면 늘 가장 먼저 펼쳐 봤던 건,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에 실린 글과 사진이었다. 김원의 사진 위에 스민 황경신의 아름다운 문장들. 황경신의 글을 품은 김원의 감성적인 사진들. 그 아름답고도 따뜻하며 가슴 먹먹한 완벽에 가까운 콜라보. 나는 황경신의 글을 흠모하며 노트에 옮겨 적었고, 김원의 사진을 오려 책상 앞에 붙여놓곤 했다. 코너명이 딱히 없었던 두 사람의 합동 작업물은 [PAPER] 독자들 사이에서 ‘영혼시(영혼을 위로하는 시)’라 불렸는데, 그 이름 참 잘 지었다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혼시’ 앞에 머무르다 보면 정말로 내 영혼의 한 조각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무방비 상태로 읽었다가 눈물 쏟은 날도 있었지만, 그 눈물이 그렇게 위안일 수 없었다. ‘영혼시’는 [PAPER]의 정체성이었고, 얼굴이었고, 소울(soul)이었다.

성장기에 만난 사랑은 강렬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때로 인생을 흔든다. 누군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고, 누군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반해 만화가가 됐을 것이다. [PAPER]에 새겨진 글들에 취해 성장했던 나는 그렇게 글쟁이가 됐다. 그리고 세상에나, [PAPER] 필진이 됐다. 운명처럼.

#2. 인연을 잘 만난 글, 운명을 잘 만난 사진
필진으로 합류한 후 김원과 황경신을 처음 만나러 가던 날을 기억한다. 오랜 시간 동경했던 분들이기에 긴장을 숨길 수 없었던 자리. 쭈뼛거리며 인사하는 나를 ‘허허’ ‘호호’ 맞아주는 두 분. 김원 두령님은 예상보다 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근사한 은발의 멋쟁이셨고, 경신 작가님은 예상보다 더 소녀 감성을 지닌 사려 깊은 편집장이었다. 이런 분들이니까 그런 사진을 찍고 그런 글을 썼구나, 글과 사진이 사람을 퍽이나 닮은 것이었구나, 아아 너무나 행복하다, 그날 기쁨에 벅차서 속으로 울었다.

‘영혼시’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내가 늘 궁금했던 것. 김원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황경신이 글을 쓰는 것일까, 황경신의 글에 감명받아 김원이 사진을 찍는 것일까. 정답은 전자에 조금 더 가까웠는데, 김원 두령님이 사진 몇 장을 후보로 건네면 그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경신 작가님이 골라 글을 ...

목차 TOP

프롤로그

Chapter 01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그대를 향해 서 있습니다

종이배 하나 접어
하기야 슬픔 아니었다면
비가 그치면
눈을 감으면
어쩌면 모두 꿈 아닌 것들
푸른 자전거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
너무 늦게 알게 된다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추억의 문은 견고하고

Chapter 02 너, 한 번도 앉지 않은 빈자리에 말간 햇살들이 잠시 머물다 간다

빈자리
까맣게 잊어가지요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가지 말아야 할 곳
사막에서 모래 위에서
내가 잠깐 움켜쥐었던
훔치다
나는 아직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잊어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
한없이 얇고 투 ...

본문중에서 TOP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른다, 어째서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름 알지 못하는 곳에 처음 이를 때마다 가슴이 뛰고 어지러웠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그것을 찾을 때까진 알 수가 없다고, 그것을 찾는 일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 이 여행을 끝내고 싶지 않다.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 중에서 / p.26)

온종일 그대 오시는 길만 바라보았습니다
쓸쓸한 세월에 눈이 시립니다
얼마나 더 서 있어야 하는 건지,
서 있으면 기어이 그대가 오시기나 하는 건지,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그대를 향해 서 있습니다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중에서 / p.32)

지친 듯 흐트러진 머리카락
쏟아지며 반짝이는 햇살
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나비를 쫓던 시선
긴 언덕에 몸을 누이고 너, 알지 못할 노래를 흥얼거렸지
너를 사랑하게 되면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할 것 같아
나, 서둘러 너를 떠나보냈지, 그 이후에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는 울겠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중에서 / p.45)

아주 사소한 것까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만나지 못하는 사람 때문에 괴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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