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90일 대여]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

저 : 법정(法頂)편저 : 맑고 향기롭게사진 : 최순희출판사 : 책읽는섬발행일 : 2019년 05월02일 | 종이책 발행일 : 2017년 05월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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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불일암의 사계절, 15년의 시간…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삶을 어루만졌다


깊이 있고 절제된 문장을 통해 일상과 자연 속에 담긴 놀라운 깨달음을 전해 주는 법정 스님의 글과, 불일암을 십수 년 동안 오가며 그곳의 사계절과 소소한 풍경을 담은 최순희 할머니의 사진을 엮은 책이다. 한국 전쟁과 이념 대립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운명처럼 떠안은 채 고통 속에 유폐되어 있던 한 여인이 법정 스님과 불일암을 통해 삶의 평온을 되찾아가는 시간의 흔적이 소담한 사진과 법정 스님의 유려한 글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아름다운 삶이 남긴 향기와 여운은 이토록 진하고 오래가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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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의 이름 모를 수행자

1979년 한 여인이 법정 스님이 머물고 있는 불일암에 나타났다. 법정 스님의 문도(門徒)들에게는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었다. 법정 스님을 따르는 불자들이 적지 않았고, 3년 전에 펴낸 수필집 [무소유]가 널리 읽히면서 ‘팬’들이 심심찮게 찾아오던 터였다. 하지만 여인은 달랐다. 아침나절에 찾아온 그녀는 법정 스님에게 꾸벅 절을 하고는 암자의 잔일을 돌보다가 저녁이 되기 전에 총총히 산을 내려갔다. 잊을 만하면 찾아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서둘러 돌아가기를 되풀이했다. 법정 스님은 여인을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멀리하지도 않았다. 문도들은 그녀가 궁금했지만 속가의 일을 따지는 것은 수도자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저 나름의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고 두 번째 계절이 찾아왔다. 1년이 지나고 2년을 넘기고 십수 년의 시간이 쌓였다. 그 사이 여인에 대해서 하나둘 드러났지만, 불일암에서 그녀는 여전히 무명인(無名人)이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이 새겨진 삶
그리고 아픔을 묵묵히 지켜봐주었던 법정 스님과 60번의 계절


그녀의 이름은 최순희.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다니고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신여성이었다. 사회주의자였던 남편을 따라 북으로 향했던 그녀는 평양국립예술극장의 공훈배우로 활동하던 중 한국 전쟁 때 광주로 향하다가 국군의 반격으로 지리산에 숨어 들어가 남부군 문화공작대 문화부장으로 활동했다. 1952년 생포되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남부군의 자수를 권유하는 삐라와 방송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그녀의 삶은 여전히 한국 전쟁 속에 유폐되어 있었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북에 두고 온 아들 때문에 그녀는 오랜 세월 고통스러운 시간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1970년대 후반 법정 스님이 잡지에 기고한 글을 접한 최순희는 장문의 편지를 쓴 뒤 무작정 불일암으로 향했다. 이후 그녀는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불일암에 올랐다. 십수 년의 시간이 쌓이는 동안 그녀는 서서히 불일암의 일부가 되어갔다. 불일암은 최순희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었고, 법정 스님은 거의 유일하게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였다.

법정 스님과 불일암을 추억하다

최순희는 불일암을 오르내린 지 15년째 되던 1994년에 [불일암 사계]라는 사진집을 펴냈다. 소량만 만들어 시중에는 팔지 않고 지인들에게만 나누어준 비매품 도서였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더듬고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틈틈이 카메라에 담았던 불일암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겨 있다. 처음 불일암을 오를 때 오십대 중반이었던 나이는 어느덧 일흔 살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펴낸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불일암을 오르내리기 열다섯 해째입니다.
이젠 눈을 감아도 초입 풀섶에 이 계절 어떤 빛깔의 풀꽃들이 소담스레 피어 있을지도 환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나 정작 법정 스님과 대화를 나눈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행여 수행 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눈에 안 띄는 곳만 찾아 바람처럼, 그림자마냥 그렇게 다녀왔을 뿐입니다. 맑고 투명하게 살아가시는 법정 스님의 면모를 이 작고 보잘것없는 사진집으로부터 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불일암은 앞으로도 두 다리의 힘이 성성할 때까지 변함없이 찾을 것입니다. 지나온 세월들을 부처님 전에 간절히 참회하면서, 이 책을 인연 있는 모든 분들께 바칩니다.
('최순희 - 1994년, 비매품 사진집 [불일암 사계]를 펴내면서' ...

목차 TOP

春, 흙을 만지다
땅에서의 슬픔은 땅의 것으로, 땅에서의 그리움은 땅의 것으로 1/5
도배를 하고 나서|봄의 문|안에서 들려오는 소리|흙, 우리, 생명|‘나’라는 그릇|사건|고독|향수|물 흐르고 꽃 피는 방|산|방울 물|자기 들여다보기|봄여름가을겨울|나무가 나에게 1|나무가 나에게 2|묵묵히, 꽃처럼|꽃이 서로를 느끼는 방법|이미 부처|아침의 인사|떠날 때도 아름답게

夏, 바람 안에 머물다
땅에서의 슬픔은 땅의 것으로, 땅에서의 그리움은 땅의 것으로 2/5
봄은 가도 꽃은 남는다|어린왕자의 별나라|한가한 하루|약속|군불을 지피 ...

저자소개 TOP

법정 [저]

스님. 수필가. 전라남도 해남 출생.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당대의 고승 효봉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고 1959년에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음. 1992년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살아왔음. 1996년 서울 도심의 대중음식점 대원각을 시주받아 이듬해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었음. 2003년부터 강원도 산골의 오두막에서 문명을 멀리하고 살던 중 폐암이 발병하여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입적함. 저서로는 수필집 『영혼의 모음』(1973), 『무소유』(1976), 『물소리 바람소리』(1986), 『버리고 떠나기』(1993), 『새들이 떠나간 숲...

맑고 향기롭게 [편저]

최순희 [사진]

1924년에 태어나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평양에서 자랐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유학하는 등 엘리트 신여성으로서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게 교유했다. 시인 김영랑의 동생 김하식과 결혼했다. 사회주의자였던 남편을 따라 북으로 향하여 평양국립예술극장에서 오페라 [카르멘], [바보 온달], [춘향전] 등의 주연을 맡았다. 한국 전쟁 당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남부군 문화지도원으로서 활동하던 중 국군에 생포되었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북에 두고 온 아들 때문에 평생 고통스러운 시간에 갇혀 있던 중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으면서 삶의 평안을 조금씩 회복했다. 2015년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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