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팽 선생 

원제 : Monsieur Pain

저 :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no)역 : 남진희출판사 : 열린책들발행일 : 2018년 12월17일 | 종이책 발행일 : 2013년 1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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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의 [원점]을 읽다!
우리를 뒤덮은 악(惡)의 존재를 추적하는 볼라뇨식 탐정 소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팽 선생]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81~82년에 쓰인 볼라뇨의 초기 작품으로 1994년 첫 출간 당시 스페인의 펠릭스 우라바옌 중편 소설상을 수상했다. [팽 선생]은 전체주의 혹은 사회 전체의 그늘 아래 개인의 고독감과 존재 증명에의 욕구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이야기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치밀한 내면 묘사가 압권이다.

[팽 선생]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 안에 [악(惡), 목소리들, 꿈과 현실 혹은 사실과 허구의 혼재(混在)] 등 볼라뇨가 창조해 온 세계의 근간이 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전쟁과 전체주의를 매개로 인간의 편집증과 광기를 이끌어 냈던 볼라뇨의 또 다른 작품 [제3제국]과 그 줄기를 같이하기도 한다. [제3제국]이 전쟁 게임을 소재로 전체주의에 대해 다소 직선적이고 순차적인 접근을 했다면, [팽 선생]은 최면과 꿈, 미로, 미행 등 미스터리적 요소를 통해 우회적이고도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뉴욕타임스]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볼라뇨는 환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그 이면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면서도 그 어둠의 크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전했는데, 이는 볼라뇨가 꿈과 현실이 모호하게 뒤섞인 상황을 내세워 전하려 했던 그 크기를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운 [팽 선생] 속 악의 존재를 잘 설명해 준다.
훗날 볼라뇨가 [2666]이라는 대작에서 악의 본질과 기원을 파헤치려는 본격적인 시도를 했다면, [팽 선생]에서는 악이 뒤덮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팽 선생이라는 반(半)허구, 반(半)실존 인물의 행적을 통해 비유적으로 보여 준다. 볼라뇨가 문학으로서 일궈내려 했던 수많은 가치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단순하고도 흡입력 강한 이야기 흐름까지 갖춘 [팽 선생]은, 이제 막 볼라뇨의 문학 세계로 들어서 보려 하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첫 번째 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볼라뇨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볼라뇨 소설의 근원을 탐미할 기회를 줄 것이다.

실제와 허구를 뒤섞어 만들어 낸
악(惡)으로 뒤덮인 세계를 떠도는 무기력한 초상들


이야기는 제2차 세계 대전 직전의, 암울하고도 뒤숭숭한 파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최면요법가인 팽 선생이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멎지 않는 딸꾹질을 치료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 낸, 일종의 모험담이다.
전쟁에서 폐에 손상을 입고 제대하여 장애 연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팽 선생은 사회적 약자의 전형이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과 그 기준을 모른 채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개인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시인 바예호는 실제로 파리에서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초라하게 죽었으며, 스페인의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국제 여단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행동파 시인이었다. 악의 흐름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세계의 방향을 돌려 보고자 했으나 결국 모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힘없이 죽어 가는 시인 바예호와, 그런 바예호의 딸꾹질을 치료하겠다고 나섰지만 병의 원인도,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의 정체도 알 수 없었던 팽 선생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력한 개인들의 초상이다. 갑자기 나타나 바예호의 치료에서 손 뗄 것을 강요하며 팽 선생을 괴롭히는 정체 모를 스페인 남자 두 명은 일종의 악의 상징으로, 소 ...

추천사 TOP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작품이다. 스릴러와 전통적인 누아르를 오간다.
- LA 타임스

볼라뇨는 환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볼라뇨는 우리로 하여금 그 이면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면서도 그 어둠의 크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 뉴욕 타임스

볼라뇨는 이 부서진 세계에서 문학의 불안정한 가능성을 증명하려 한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볼라뇨는 문학에 불가능이란 없음을 증명했다.
- 뉴욕타임스

볼라뇨 작품의 위대한 주제는 예술과 불명예, 범죄와 기교 그리고 작가와 전체주의 국가의 관계이다. 그의 모든 주인공들은 심연에서 허우적대거나 책을 읽는 데 모든 시간을 바치는 외로운 이들이다. 이 세계에서 작가가 된다는 것은 탐정이 되거나, 묘지를 지나거나, 유령을 맞닥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태롭다.
- 마르셀라 발데스 / 네이선

낯설고 기묘하며 말도 안 되게 웃긴 데다 슬픔과 공포가 가득하다.
- 타임스

볼라뇨가 불멸의 반열에 들어섰다.
- 워싱턴 포스트

만약 볼라뇨가 역설과 숭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그의 위험한 작업을 다루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다지 독특하거나 의미 있는 작가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터무니없고 끔찍한 것들은 항상 볼라뇨 곁에 있었다.
- 벤자민 컨켈 / 런던리뷰

본문중에서 TOP

4월 6일 수요일, 해가 질 무렵 막 집을 나서려는데, 레노 부인이 그날 오후 리볼리 거리에 있는 카페 보르도에 급히 와줄 것을 요청하는 전보를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닌 데다가 아직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서두르기만 하면 제시간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희한한 사건에 연루되었을 거라는 첫 번째 조짐이 바로 나타났다. 계단을 내려가다 3층에선가 두 사람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어두운 바바리코트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들이 나보다는 낮은 쪽에 있었기 때문에 챙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데다 내가 조심스럽게 소리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세 계단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나와 정면으로 마주칠 때까지 그들은 나의 존재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 p.11)

밖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치챌 수도 없을 정도로 가는 비였다. 그러나 밤의 고독감을 증폭시키기엔 충분했다. 역시 레노 부인은 우산을 가져왔다. 사람들 모두 언제까지라도 각자의 집에 처박혀 있기로 한 것처럼 거리는 텅 ...

저자소개 TOP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no) [저]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 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했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남진희 [역]

1960년 전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중남미 문학을 전공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 강사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사람의 아들>, <물고기 기호>, <상상동물 이야기>, <지혜로운 삶을 위한 대화>, <은여우와 멧도요>, <걸어다니는 뻬우엔 나무>, <나비가 된 공주>, <사랑에 미친 꼬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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