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양의 노래 : 가토 슈이치 자서전

저 : 가토 슈이치(加藤周一)역 : 이목(李沐)출판사 : 글항아리발행일 : 2018년 04월17일 | 종이책 발행일 : 2015년 09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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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이 책은 20세기를 이해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세계사적 자유인’ 가토 슈이치가 50대에 출간한 자서전이다. 일본에서 출간 후 40여 쇄 이상을 찍으며 널리 읽히고 곧 영미권과 유럽에도 번역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한국어판은 상당히 늦은 셈이다. 한국어판 [양의 노래]는 저자가 1966년부터 [아사히저널]에 연재한 [양의 노래]와 [(속)양의 노래] 그리고 수년 후 미국 출판사의 요청에 의해 쓴 [양의 노래 그 후]를 엮은 것이다. 가토 슈이치는 20대에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 폭격을 겪은 뒤 프랑스에 유학했고 이후 일생에 걸쳐 온 대륙을 다니며 글 쓰고 강의했다. 유연하고도 철두철미한 지성으로 평생 특정 환경에 묶이지 않고 그 자신의 길을 갔던 그는 세계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으며 말년에는 일본 평화헌법 9조 수호운동에 헌신했다. 그의 반생을 담은 [양의 노래]는, 한 인간의 견고한 정신이 형성되는 과정을 담은 놀라운 기록이자 극단의 시대에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한 세계시민의 문명비평 비망록이다.

출판사서평 TOP

진정한 자유인이자 세계인이었던 지知의 거인 가토 슈이치는
전쟁과 이념이 옥죈 극단의 20세기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양의 노래]는 나의 기원이다.”
- 가토 슈이치

세계사적 지성의 성장
가토 슈이치는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다. 그는 혜택 받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그의 조부는 간토평야의 대지주였고 외조부는 일찍이 이탈리아에서 유학하여 서양풍의 교양과 미식을 즐길 줄 아는 인물이었다. 부친은 도쿄의 개업의였으나 돈벌이와 무관하게 성미대로 진찰을 했고 환자를 대접해 돈을 벌겠다는 식의 영업의식이 없었다. 그 덕에 환자는 극히 적었지만 생계는 검소하며 평온했고, 가토는 금욕주의적 합리성이 견고한 집과 군국주의 색채가 강한 수재학교를 오가며 엘리트교육을 받았다.

어려서 가토는 자연과학을 좋아했고 독서와 공부 모두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그렇게 우수한 성적으로 한 학년을 건너뛰어 일류중학교에 합격했지만 그는 그 시절을 가장 따분하고 괴로웠던 시기, ‘공백’이라 표현한다. 이 극단적인 공백에 그가 채워 넣은 것이 그의 평생으로 이어지는 예술적 식견이었다. 중학 시절 가토는 외조부를 따라 영화와 극을 보러 다니며 문학과 공연예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문학에 심취해 고등학교 수험에 실패하기도 했으나 본시 주관이 선명했던 소년의 세계에 문화예술이 더해진 이후 그의 삶에 좌절이라 할 만한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태평양전쟁 발발 소식으로 도쿄가 술렁이던 날 극장에서 분라쿠文樂공연을 보았고 매일이 전쟁 소식으로 뒤덮일 때 국민복國民服 차림의 사람들이 늘어선 도쿄 거리를 여행자처럼 걸었다. 이즈음 그는 스스로가 처음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이후 대륙을 건너다니며 여러 사회의 주변부에서 진지한 관찰자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는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해 대학에서 의사로서 생활을 시작하는 한편 당대의 여러 문인과 지우를 얻어 글을 쓰고 문학회를 꾸렸다. 그러는 동안 천황제 파시즘을 겪었고 전쟁에 동원된 친구들의 죽음과 상처를 보았으며 미일합동 원폭의학조사단에 참여해 히로시마에 가기도 했다. 격동의 시기 한가운데서 슬픔에 잠기기도 어려움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떤 국면에서든 그는 놀랍도록 그 자신이다. 패전 후 폐허가 된 도쿄에서 정부가 비장하게 ‘일억총참회一億總懺悔’를 선전하는 가운데 공연한 분노나 선동된 비감함 한 점 없이 일상의 풍경에서 사람들의 활기를 읽어내는 모습은 가토 슈이치라는 인간의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견문을 거듭한 반생
태평양전쟁 이후 가토 슈이치는 기회를 얻어 프랑스로 유학한다. 이를 그는 스스로 ‘제2의 출발’이라고 썼다. 파리의 대학촌에 방을 얻어 각국의 청년들과 문학, 그림, 시에 관해 논하는가 하면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건축과 음악, 공연을 깊이 즐기는 나날이 이어진다. 단기 통역을 하거나 일본에 견문을 글로 써 보내는 등의 벌이로 넉넉지 않은 생활이지만 그는 언제든 해당 사회와 사람들 사이에 생각의 뿌리를 내리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그가 보고 들은 것은 엄정한 자기성찰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 대한 애정과 감탄으로, 때로는 그저 세계에 관한 끝없는 탐구와 질문으로 나아간다. 어느 때건 놀라운 것은 그의 동나지 않는 날카로운 호기심이다. ‘제2의 출발’ 이후의 여정은 가토의 친구들이 그를 ‘세계사적 자유인’이라고 한 뜻을 절감케 한다.

뒤에는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에 참석해 인도를 거쳐 타슈켄트에 ...

추천사 TOP

“가토 슈이치의 [양의 노래]를 나는 고전의 반열에 올려두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에는 드문 ‘저항하는 휴머니즘’이 어떻게 태어나 자라났는지 이야기해주고 있다. 한국 독자들이 가토 슈이치를 어떻게 읽을지, 꼭 알고 싶다.”
- 서경식 / 도쿄경제대 교수

“나는 내가 딜레탕트하다고 비춰질 만큼 관심대상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토의 시야에는 못 미친다.”
- 마루야마 마사오 / 전 도쿄대 명예교수

“지식인의 값어치가 이토록 땅에 떨어지고, 지성에 대한 냉소주의가 이다지도 만연한 시절이 없다. 이런 시대에 가토 슈이치를 읽는다는 것은 거의 반시대적인 느낌마저 든다.”
- 우에노 지즈코 / 도쿄대 교수

“양띠 해에 태어난 저자 스스로가 [양의 노래]라는 제목을 지었다. 이 양(저자)은 그러나 떼를 짓지 않는다. 목동을 그저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그의 눈은 부드럽지만 예민하고, 곧바로 목동의 진가를 분간한다.”
- 히구치 요이치 / 도쿄대 명예교수

“사회적, 문학적 행동주의자로서 전후post-war 시대를 이처럼 뛰어나고 우아하게 묘사한 에세이는 영어권에 아직 없다.”
- 어윈 샤이너 / 버클리대 일본역사학 교수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세계시민’이란 호칭에 가깝다. 그는 끊임없는 위트와 유머를 깊이 스며들게 하는 지의 발전기다. 가토 슈이치와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건 인간 존재의 창조적 가능성과 연애하는 것이다.”
- 로버트 제이 리프튼 / 정신의학자·뉴욕대 명예교수

“가토가 등장한다. 그 순간부터 전혀 다른 공기가 흐른다. 지성보다 한 단계 상위인 ‘정신의 움직임’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올바름’인지를 꼭 알고자 하는 정신이다.”
- 미즈무라 미나에 / 전 스탠퍼드대 교수, 소설가

목차 TOP

양의 노래
01 할아버지의 집
02 향기로운 대지
03 시부야 곤노초
04 아픈 몸
05 사쿠라요코초
06 우등생
07 공백 5년
08 미타케초의 집
09 반항의 징조
10 2·26사건
11 고등학교 시절-고마바
12 희화
13 고원의 목가
14 축도
15 행복했던 지난날의 추억
16 화창하던 어느 날
17 불문학연구실
18 청춘
19 내과 교실
20 1945년 8월 15일
21 신조
22 히로시마
23 1946년
24 교토의 정원
25 제2의 출발
26 시인의 집
27 프랑스 남부
28 중세 유럽
29 고국에서 온 편지
30 두 여인
31 겨울 여행
32 음악
33 해협 저편
34 위선
35 이별
36 밖에서 바라본 일본
37 격물치지
38 아시아 ...

본문중에서 TOP

나는 지금도 이 기묘한 인물을 잊을 수 없다. 큰아버지는 젊은 시절, 당시로서는 신기했던 사진술에 푹 빠졌고 사진촬영 기술을 잠시 가르쳤던 것 외에는 학교를 졸업한 뒤로 죽을 때까지 40여 년 동안 어떤 직업에도 종사하지 않았다. “징글징글해.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저렇게 건장한 체구에 아무 일도 하지 않다니……”라고 내 어머니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인물을 ‘징글맞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비록 게으를지언정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일평생 게으름을 피우며 지내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인물에게는 비굴한 면이 없었고, 출세를 원했으나 출세할 수 없었던 오사카 상인의 아들처럼 야비한 면도 없었다. 바지런히 일하고 꾀 많은 그의 아내처럼 다른 사람 뒤에서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교활함조차 없었다. 공무원이 된 도쿄제국대학 출신 수재들처럼 시건방진 말투가 없었고, 졸개들을 거느린 대의사代議士들처럼 호걸인 양 큰 소리를 내며 웃는 일도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꼬맹이인 나에게 ‘징글맞고 미운’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었던 셈이다.
(/ '2장:향기로운 대지' 중에서)

여자에게는 외설스런 망상을 품는 동시에 다른 한 ...

저자소개 TOP

가토 슈이치 [저]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참여지식인이다. 1943년 도쿄대 의학부에서 박사(뇌과학) 학위를 취득했고 학창 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 시, 소설, 평론을 썼다. 일본 패전 직후 미·일 원자폭탄 영향 합동조사단의 일원으로 피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 1951년 유학생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대학 등에서 혈액학 연구에 종사하는 한편 일본 잡지와 신문에 문예평론을 발표하고 귀국 후 “일본 문화의 잡종성”에 관한 내용을 1956년 [잡종문화]라는 책으로 간행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58년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참가를 계기로 의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반전 사회운동에 앞장섰다. 조치上智대 교수, 예일대...

이목 [역]

한림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곡서당에서 공부했다. 문학, 역사, 철학 고전에 관심을 기울이며 근현대사로 이어지는 일본의 근세 후기 문화와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소년의 눈물]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청춘을 읽는다] [한무제] [국경을 넘는 방법] [하루 한 구절 중국명언집]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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