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당신의 아주 먼 섬 

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8년 03월05일 | 종이책 발행일 : 2018년 01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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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미경의 마지막 장편소설
지난해 1월 18일, 소설가 정미경이 세상을 떠났다. 암을 발견한 지 한 달 만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라 남은 사람들의 비통함이 컸다. 그를 아끼고 그의 소설을 좋아하던 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미경은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고, 2001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세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출간하며 한국소설사에 독자적인 자리를 만들어왔으며, 이상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정미경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했고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소설도 허투루 써내지 않았다. 그가 떠난 지 1년, 화가이자 그의 남편인 김병종이 그의 집필실에서 찾아낸 한 편의 소설이 세상에 선보인다. 어디에도 발표된 적 없는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이다.

손바닥 안에 희망이란 소금꽃을 쥐고 사는 간절함에 대해
『당신의 아주 먼 섬』은 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다채로운 양상들을 세밀하게 펼쳐 보이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정미경은 섬을 떠났으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오래전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떠나 예술가로서 자신의 성공만을 좇는 연수는 고등학생 딸 이우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우가 불의의 사고로 친구 태이를 잃고 상담실과 병원을 전전하며 방황하자 연수는 결국 섬에 귀향해 살고 있는 어린 시절의 친구 정모에게 이우를 부탁한다. 정모는 점차 시력을 잃어가며 삶에 대한 욕심도 잃어가는 중이었지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내려온 섬의 소금 창고에서 묘한 기운을 느낀다. 마침내 정모는 소금 창고를 도서관으로 꾸밀 무모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정모에게 소금 창고를 내준 친구 태원은 섬의 유지인 영도의 아들로 연수와 사귀었던 사이이고, 정모는 남몰래 연수를 마음에 두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모는 이우와 함께 도서관을 만들어가며 차츰 자신을 어지럽힌 과거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앞으로의 일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다. 이우 역시 정모와, 그리고 말 못하는 섬 소년 판도와 생활하며 태이에 대한 기억을 슬픔이란 그릇에 담긴 따뜻함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판도가 선물하는 침묵과 손바닥에 써주는 다정한 말들에 야릇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수익성 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 정모가 못마땅한 영도는 개관이 임박한 도서관을 원상 복구시킬 것을 요구하는데……
『당신의 아주 먼 섬』은 손바닥 안에 삶의 희망을 쥐고 사는 사람들의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다. 건너갈 희망이 있을 때 삶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각자의 눈은 모두 다르다. 하나하나 떼어 한 편 한 편의 소설로 엮어도 될 만큼 인물들의 사연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누구의 삶도 소홀이 흘려 볼 수 없는 까닭이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궤적에 침잠할 줄 알았던 정미경식 소설 쓰기의 장점이 돋보인다.

“그녀의 몸을 삭아내리게 했던 그 소설,
내게서 그녀를 데려가버린 도화선이 되었던 그 미운 소설” _김병종(화가)

정미경은 등단 이래로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적 성실함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아왔다.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탐구했고 새로운 직업이나 사회환경 등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았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한 층위에서 들여다보았다. 그중에서도 정미경의 시선에 자주 포착된 것은 도시나 이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소설만큼은 그간 정미 ...

추천사 TOP

이 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다. 다른 원고들은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만은 내가 그녀의 방배동 집필실을 정리하다가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출력해놓은 듯한 이 원고 뭉치는 하마터면 다른 폐지들과 함께 쓸려나가버릴 뻔했다.
- ‘발문’ 중에서

죽음의 뒤편에서 우리는 생의 의지대로 계속 살아나가겠지만, 삶이 난감하게 느껴질 때면 자기 연민에 지지 않고 계속 읽고 썼던 정미경이란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세상의 속물성과 잔인한 타자성을 끊임없이 대면하면서도 안온한 냉소에 머물지 않았고, 예술과 생의 괴리 속에서도 삶에 제각기 다르게 주어진 어둠의 채도들을 분별해내려고 했다. 한국소설의 독자적인 구성과 미학을 이루기 위해서, 또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 수많은 손들이 그의 소설들을 다시 찾고 붙들며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강지희(문학평론가)

목차 TOP

당신의 아주 먼 섬 _7

발문 | 김병종(화가)
정미경, 서늘한 매혹 _213

본문중에서 TOP

판도는 고둥을 내밀었다. 고개를 저었는데 이상한 고집을 부리며 손바닥에 쥐여주었다.
“왜? 왜 주는데?”
판도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우의 손바닥에 썼다.
알, 았, 는, 데, 묻, 는, 순, 간, 잃, 어, 버, 렸, 어.
(/ p.35)

원래부터 말이야 없었지만, 유난히 말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표정을 지을 때다. 이우도 고개를 저었다. 난감한 눈빛이더니 손바닥을 잡고는 그렇게 적었다.
멀리 갈 거야.
알아. 멀미도 안 하고 구명복 입고 얌전히 앉아 있을게.
마음 여린 판도는 다시 손바닥에 적었다.
배가 작아서 멀리 가진 못해. 걱정 마.
별거 아닌데, 왜 손바닥에 쓰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걸까.
(/ pp.86∼87)

넌 어때? 여전히 편도선은 자주 붓고, 여전히 파라락 소리가 나게 책장을 넘기고는 암담한 표정을 짓고, 여전히 쓰레기통을 쓰게리통이라고 해? 쓰게리통, 네 입에서 나오는 그 소리를 꼭 한 번만 더 듣고 싶다. 해가 지네. 오늘은 노을에 보랏빛이 살짝 섞였어. 색 배합이 매일 달라지지. 늘 여기, 네가 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시간엔 또 그래. 저기, 섬과 섬 사이, 유난히 빛나는 한 점, 거기 어디쯤 네가 있는 듯하다.
(/ pp.104∼105)

“……뭐 운이 좋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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