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시집

저 : 오은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7년 11월13일 | 종이책 발행일 : 2013년 04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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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오은 시인이 4년 만에 58편의 시를 들고 두번째 시집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에서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얼마나 다르게' 쓰느냐에 더 집중했다면, 이 시집에서는 이제 그 양쪽의 균형을 더 깊이 있게 맞추었다 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시,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이 담긴 시, 스스로를 무한히 긍정하면서도 자기 갱신을 위해 소중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시,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시, 기꺼이 역치를 끌어올리는 시"([풀리는 시, 홀리는 시-더 좋은 시에 대한 단상], [현대시] 2013년 1월호)를 그의 두번째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사서평 TOP

모든 것을 지시할 수 있지만,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는 '언어'의 세계
그 언어로서 수행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
―오은 두번째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말들이 징검다리고 밥이고 우주고 엄마고 바로 당신이었던 그 무렵, 낙오된 귀를 열어젖히는 한없이 낯선 소리, 에르호 에르호......
(/ '그 무렵, 소리들' 중에서)
(*'에르호'는 '나'라는 뜻을 품고 있다.)

"한국 시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언어유희의 미학을 극단까지 몰고 간다"(시인 정재학), "스스로 생장한 언어의 힘으로 새로운 시적 규율을 만들어가는 시인"(시인 이재훈), "언어가 구성하는 사회적 조건과 가치를 의심하고 질문하게 한다"(평론가 허윤진)는 평을 받으며, 한국 시의 또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2009).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만 스무 살 나이로 등단한 오은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그가 4년 만에 58편의 시를 들고 돌아왔다. 시인의 범상치 않은 언어감각은 여전하다. 특유의 블랙유머와 그 안에 담긴 사회·문명 비판의식은 이전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가장 가벼운 낱말들만으로 가장 무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노폐물을 배설했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 '설' 전문)

이 시집의 서시 자리에 놓인 작품이다. 말의 씨앗을 발견하고 수집해 그것을 부풀리고 변환시키는 오은 시인 특유의 '말놀이'를 잘 보여준다. '설'이라는 단어를 모티브로 해서 혀(舌), 소문과 발설(說), 누설(泄)과 배설(泄), 눈(雪), 그리고 첫날의 의미까지 엮어갔다.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는 노'폐'물('No폐물'로 읽을 수도 있겠다), 문득 아파온 '폐'도 마찬가지다. 표기가 동일하지만 다른 의미로, 이 의미에서 저 의미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설'은 더 많은 '설'이 되어, '폐'는 더 다채로운 '폐'가 되어 무의식적인 감각과 음악적 긴장감을 더한다.

일단 세우고 말하자. 날을. 잡은 것 같았다. 감을. 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병을.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 '날' 중에서)

나는 이 세상을 쥐락펴락한다. 너희들을 가두고(쥐Lock), 너희들을 흔들고(쥐Rock), 급기야 너희들을 기쁘게 한다(쥐樂). 펴락처럼, 필요악처럼.
(/ '래트맨(Ratman)' 중에서)

날이. 또다시 샌 것 같았다. 김도. 빠지는 것 같았다. 기운이.

돌고 있었다.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콜레라가. 이 시대가. 사랑이. 가난이. 궁색이. 로마가. 삽시간에. 위태로워졌다.
(/ '날' 중에서)

이와 같이 동음 혹은 유사음을 활용하거나 도치를 통해 시 전체에 리듬감을 주고, 익숙했던 한국어를 낯설고 신선하게 접근한 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시인은 특정한 의미로 굳어 있던 단어들을 유연하게 풀어주고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일련의 '말사태'를 이룬다. 시인 김언은 이 시집 해설에서 이러한 '말놀이' 혹은 '말사태'가 어떻게 가능한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야 하고 ...

목차 TOP

시인의 말


ㅁ놀이
도파민
Be
부조리-단독자의 평행이론
커버스토리
건축
분더캄머
발아래
부조리-육식과 피학
사우나

부조리-명제에 담긴 취향
야누스
면접
교양인을 이해하기 위하여
추잉검
세미나

부르주아
스크랩북
스케치북
래트맨(Ratman)
인과율
지구를 지켜라
육식주의자
이국적 감정
아웃
일 분 후
최후의 관객

란드
그 무렵, 소리들
어떤 날들이 있는 시절-소비의 시대

수상해
CIA처럼
물질
마음들
디테일
부조리-경우의 수
용의자
베이스

1년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에 관한 단상
탈옥수
어떤 날들이 있는 시절-망실(亡失)의 시대
이력서
엑스트라
이것은 파이프다
아이디어
주도면밀-이현승 兄에게
말이 되는 ...

본문중에서 TOP



익은 감자를 깨물고 너는 혀를 내밀었다 여기가 화장실이었다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지금이었다 나는 아무도 듣길 원치 않는 비밀을 발설해버렸다 너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나에게로 천장으로 스르르 바깥으로
방사능이 누설되고 있었다 너의 눈빛을 기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는 여기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듯,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노폐물을 배설했다 노폐물은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지 너의 용기에 힘껏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내년의 첫째 날에 일어났다 그날은 종일 눈이 내렸다 소문처럼 온 동네를 반나절 만에 휩싸버렸다 문득 폐가 아파와 감자를 삶기 시작했다 여기가 화장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이 더 마려웠다

야누스

얼음이 녹는 건 슬픈 일
얼음이 녹지 않는 건 무서운 일

어떻게든 살기 위해
남몰래
천천히 녹는다

래트맨(Ratman)

(세상은 줄곧 나를 가지고 실험을 해왔지만……)

나는 얼마나 끈질긴가.

유사 이래, 쥐도 새도 모르게 행해지던 작전은 번번이 실패하였다. 언제나 나가떨어지는 쪽은 새였으니까. 실험이 끝나면 나는 적 많은 무적이 되어 있었다.

퍽 싱거운 인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 ...

저자소개 TOP

오은 [저]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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