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비유의 바깥 : 문학동네시인선 083

저 : 장철문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7년 10월25일 | 종이책 발행일 : 2016년 06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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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문학동네시인선의 여든세번째 시집 장철문 시인의[비유의 바깥]. [비유의 바깥]은 총 여섯 개의 매듭 안에 총 51편의 시가 나뉘어 담겨 있다. 매듭은 ‘실이나 끈 따위를 묶어 마디를 맺은 자리’로 뜻풀이를 시작하는 단어이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일과 일 사이의 마무리, 또는 어떤 일의 결말을 뜻하는 말, 혹은 어떤 일의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나 어려운 고비를 칭하기도 한다. 어떤 시작과 어떤 끝 사이에 맺히는 말이 ‘매듭’이다 싶으니까 이것이 ‘시’를 칭하는 ‘시’의 비유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여기에 ‘바깥’이 붙여 기본기에 충실한 시집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출판사서평 TOP

1
문학동네시인선의 여든세번째 시집 장철문 시인의[비유의 바깥]을 펴냅니다.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데뷔한 뒤 발간한 [바람의 서쪽][산벚나무의 저녁][무릎 위의 자작나무]에 이은 네번째 시집입니다. 앞선 시집과는 8년의 터울을 두었으니 그간 시인이 게을렀던 탓이 아니겠냐며 이 얇은 시집을 두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으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일단은 나도 모르게 말부터 싹 삼가게 됩니다. 허투루 읽고 버릴 시 한 편이 없다 싶으니까 시인의 침묵과 시인의 부재로 짐작이 되던 그간 시인의 하루하루가 시로 참 촘촘했겠구나, 다시금 헤아려지기도 합니다.

[비유의 바깥]은 총 여섯 개의 매듭 안에 총 51편의 시가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통상 ‘부’라는 말로 써왔던 나뉨의 총칭을 ‘매듭’이라 쓴 것이 재미가 있어 간만에 그 ‘매듭’의 안팎부터 들쑤셔보는데, 시집의 만듦새에 이렇게 적합한 단어가 또 있었을까 싶은 것이 그 사전적 정의를 다시 보게 되면서였습니다. 매듭이 무엇이던가요. ‘실이나 끈 따위를 묶어 마디를 맺은 자리’로 뜻풀이를 시작하는 단어이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일과 일 사이의 마무리, 또는 어떤 일의 결말을 뜻하는 말이지요. 혹은 어떤 일의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나 어려운 고비를 칭하기도 하고요.

새삼 어떤 시작과 어떤 끝 사이에 맺히는 말이 ‘매듭’이다 싶으니까 이것이 ‘시’를 칭하는 ‘시’의 비유가 아닌가 생각도 해보게 되었는데요, 여기에 ‘바깥’이 붙으니까 이 시인 거추장스러운 시의 장식은 탈탈 다 털어버리고 알몸 그 맨몸으로만 승부할 작정이구나 싶어 읽는 마음에 있어 그 자세부터 곧추세우게 되는 듯했습니다. 참으로 깐깐하게 시의 허리뼈부터 꼿꼿이 세우자는 시인의 고집, 그 기본기에 대한 집중은 사실 시의 오장육부를 바로잡는 일이라서 이 시집을 손에 쥔 누구나에게 약이다 싶은 마음으로 대하라고 하기에 참으로 적합하다 싶었는데요,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요약해 말하자면 쓴 약 같은 시집이랄까요, 장철문의 시집 [비유의 바깥]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말이지요.

2.
시인의 말을 통해 짧게 표현하기도 했지만 시인은 제 시들을 일컬어 "길가에 내놓은 의자" 같다고 합니다. ‘의자’의 쉬어감이 ‘의자’의 편안함을 주지만, 이 ‘의자’가 ‘길가’에 놓여 있다는 게 말하자면 함정이지요. ‘길가’는 집이 아니고 그래서 ‘길가’는 사람들이 오가는 데 놓여 있는 거리의 말이어서 몸은 쉬게 할 수 있으나 마음은 구름처럼 풀어놓을 수 없게 하지요.

그 의자 하나 들고 길가에 나와 앉은 마음으로 시집을 펴 읽습니다. "아이는 새잎처럼 자라고, 나의 비유는 끝이 났다"([오월 낙엽])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첫 시에서의 ‘아이’는 마지막 시 [창을 함께 닫다]에도 출연하는데 ‘아이’의 상징성 또한 이번 시집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유의 안쪽’에 어른들이 있다면 ‘비유의 바깥’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뿌리에 축축하던 습기는 사라졌다
바라던 대로
오월의 산빛은 비유의 바깥에 있다
바라던 대로
파도와 비애는 언어의 바깥에 있다

비유는 죽고, 나만 앙상하게 남았다
(/ '오월 낙엽' 중에서)

이 ‘바깥’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끼어들기도 합니다. 어떤 중심으로부터 저절로 밀려나고 혹은 도망쳐 만들어진 그 ‘바깥’은 생보다는 죽음과 좀더 맞닿아 있는 세계인 까닭입니다. 차갑게 식어 말라가는 세계, 뜨겁던 컬러로부터 바래어가는 세계, 그 ‘바깥’의 심정을 일순 대변하는 시가 바로 예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저 중에는 하루만 살고 가는 것들
그냥
아하, 이게 사는 거구나 ...

목차 TOP

시인의 말

첫째 매듭

오월 낙엽
풍찬노숙(風餐露宿)
갓등 아래
강가 강에 와서
나무
소가 죽었다
수자타 마을에 가서
관입시작삼매(觀入詩作三昧)
다시 바라나시에 와서

둘째 매듭
고막이 터지는 때
도토리는 싸가지가 없다
백화(白樺)
초가을 볕 속에서
모과나무 밑 초닷새 상현(上弦)
내가 사랑하는 것은
담쟁이 물드는
편지
소품(小品)

셋째 매듭
새떼가 온다
벚꽃, 그리고 낮달
희순이
정제문 앞에서
뒤란에 저녁이 온다
구례 산동
호박잎을 따러 와서
망초꽃과 자전거

넷째 매듭
유홍준은 나쁜 놈이다
그 나무가 어디로 갔을까
상춘(賞春) 가다
야외 수업
풍개가 익을 ...

본문중에서 TOP

아이는 새잎처럼 자라고, 나의 비유는 끝이 났다
올해 나는 잣나무 잎 지는 시기를 새로 알았다
송홧가루 날려 새잎 돋을 때다
꽃가루가 먼지와 섞이고 새잎에 빗방울 꿰일 때
나의 비유는 끝이 났다, 수맥이 옮겨간 숲처럼
나의 언어는
죽은 새의 부리처럼 갈라졌다
실뿌리에 축축하던 습기는 사라졌다
바라던 대로
오월의 산빛은 비유의 바깥에 있다
바라던 대로
파도와 비애는 언어의 바깥에 있다
비유는 죽고, 나만 앙상하게 남았다
내 생의 최대의 비유가
생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의 언어는 바닥을 드러냈다
변명의 여지도 없고, 불입할 낙장도 없다
오늘 잣나무가 쭉정이를 떨어뜨리는 시기를 새로 알았다
질펀하게 깔린 잣잎 위에
열매를 맺지 못한 작년의 잣송이들이 즐비했다
절필(絶筆),
아니면 녹음(綠陰)일까?
그 어느 쪽도 소식 없다
(/ '오월 낙엽' 전문)

저자소개 TOP

장철문 [저]

전라북도 장수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고 글도 씁니다. 가만히 있다가, 꽃과 나무를 보다가, 길을 가다가, 불쑥불쑥 누군가에게 귓속말로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과 말이 찾아올 때 시를 씁니다. 지은 책으로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무릎 위의 자작나무], [전봇대는 혼자다(공저)], 동화 [노루 삼촌], [심청전], 그림책 [흰 쥐 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등이 있습니다. 시집 [비유의 바깥]으로 제18회 백석문학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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