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 요리사 박찬일의 순수 본류의 맛 기행

저 : 박찬일(朴贊逸)출판사 : 불광출판사발행일 : 2017년 08월26일 | 종이책 발행일 : 2017년 04월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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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이탈리아 요리계의 스타 셰프이자, 글 잘 쓰는 요리사로 알려진 박찬일. 그래서 그가 쓰는 '먹는 이야기' 만큼은 믿고 읽는다. 그가 이번엔 순수의 맛을 찾아 나섰다. 현대인의 극단적 식습관인 폭식과 미식美食. 그 사이에서 본류의 맛은 점점 잊혀 가고 있다. 자연에서 막 거둔 재료에 과장이 없는 조리 과정과 양념을 더한 최선의 맛! 그 맛을 찾아 그는 산과 들, 바다를 누볐다. 여정에는 정관, 선재, 대안, 우관, 적문 스님 등 사찰음식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열세 분의 스님이 동행했고, 농부들은 그들이 일구는 땅으로 기꺼이 안내했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이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 가장 성숙한 때를 기다렸다가 손수 거두어 음식을 만들었다. 산과 들, 바다가 내준 부엌에서 차려낸 맛의 성찬은 3년여 동안 계속되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소박한 기록이다.

출판사서평 TOP

왜 맛집 순례가 아니고 음식 재료 기행인가
섭생은 땅에서 시작한다

요리의 시작은 땅이다. 맛은 땅에서 시작한다. 스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찰음식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구고 거두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가 주방을 나와 땅으로 간 까닭이다. 거기서 그는 스스로 익기를 인내하는 작물의 간절한 시간들을 목격하며, 우리가 수없이 내뱉는 '맛이 있다, 없다'는 말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깨닫는다.
"냉이는 추운 겨울이 없으면 달고 깊은 향을 내지 못하며, 미나리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없이 향을 세포 안에 축적할 수 없으며, 고사리는 딱 며칠간의 따스한 봄날에만 여린 싹을 허락한다. 미역에 제 맛이 드는 것은 시린 바람과 바닷물의 깨질 듯한 수온을 견뎌낸 선물이며, 콩나물이 숨소리를 쌕쌕거리며 1주일을 버텨야 비로소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을 준다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식이었다."
그가 '여는 글'에서 "폭식을 미식으로 알고 음식재료 희롱함을 재주로 삼는 절망의 시기"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일 고농도의 맛이 퍼부어지니 어느새 우리의 미각은 순수한 맛을 달게 여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의 곁에서 스님들은 땅에서 바로 거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조리법은 간결했다. "맛은 재료의 힘이야. 기술이 다 무엇이야. 허명이지. 잘 기른 것, 잘 자란 것, 마음이 있는 것을 찾아서 써야 해." 여정 내내 반복되는 스님의 말들. 더불어 스님의 음식을 맛보면서 그가 쏟아내는 감탄의 말들. 그 행간에서 우리 또한 '맛없다'는 말을 내뱉기 전에 맛의 근본과 기본을 떠올려 보게 된다.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요리사 박찬일의 고백

순수의 맛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찰음식'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전통 한식이 곡절의 시대를 살면서 변해 가고 있을 때 고갱이를 붙들고 있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이는 산사 안에 갇혀 있어서 살아남은 셈이다. 그것은 절집의 맛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맛이기도 하다. 먹는 일을 절에서는 '공양供養'이라 한다. '베풀어 기르다, 주어서 가르치다.' 불교의 정신은 모두 이 말로 수렴된다. 그리하여 식재료를 거두는 것에서부터 다루고 만들고 먹기까지 과정 전체가 모든 생명이 이롭도록 배려한다. 오직 맛으로만 음식을 만들고 먹고 평가받는 요리사에게 사찰음식은 먹는 일에 '이타심, 생명존중, 삶의 태도'가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한 가지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햇수로 3년여, 이 긴 기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기행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님을 믿지 못했다. 저 회색 옷 입은 수행자들이 하는 요리가 과연 그 명성만큼 맛있을까, 진짜일까. 고기도 육수도 향신채도 아니 조미료도 치즈도 쓰지 않고 과연 혀에 붙는 맛을 낼까. 한번은 한 스님에게서 밥상을 받았다.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나는 살짝 울 뻔했다. 그 감동은 다른 스님에게서도 이어졌다.
....
누군가 말한다. 수도하는 이들에게 미각이 무엇이며 요리법의 고민 이 무슨 사치냐고. 나도 그 말에 절반쯤 수긍하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 시선은 한참 본질에서 빗나간 것이다. 만물을 알뜰히 먹는 일은 수행의 고갱이다. 들과 산, 밭에서 얻은 것들을 다듬고 갈무리하고 불(火)과 장을 입혀 요리하는 일은 가장 숭고한 수도다. 그것을 맛있게 요리해서 수도하는 이들과 대중에게 내는 일보다 더 '수도승'다운 일이 무엇인지 내게 말해 달라. 수행에는 ...

목차 TOP

여는 글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냉이 - 속도 고치고 마음도 씻으라고 냉잇국
미나리 - 미나리 파란 싹, 사철 먹으면 신선이 될까
고사리 - 섬진강 새벽에 고개 드는 고사리의 정한 마음
국수 - 문득, 국수 한 그릇 하고 싶다
명이 - 아아, 저 들과 산에 봄에 나는 풋것들

여름
보리 -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오는 그리움
오이 - 아삭, 생오이 같은 초여름 어느 날
감자 - 별똥별 캐러 감자밭으로 가다
옥수수 - 어여쁜 청춘처럼 고르고 싱싱한 알 ...

본문중에서 TOP

지나고 보니 긴 시간이다. 스님들과 세 해 가까이 이 나라의 들과 산을 다녔다. 작물이 자라는 시기를 기다려 가장 아름다운 때를 골랐다. 우리가 먹는 지구의 작물은 본디 다 자기 세계가 있었다. 무조건 먹히라고 태어나고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숙명적인 인간들이 그 틈에 개입하여 다른 질서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씨를 받고, 심고, 키워서, 먹는다. 그것을 우리는 농사라 부른다. 질서 안에 불쑥 끼어든 다른 존재, 그러므로 인간은 세상 안에서 먹는 일에 겸손해야 한다.
(/ '여는 글' 중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는다. 않는다기보다, 먹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말려서 포슬포슬하게 데친 고사리 맛을 보면 아마 도 유럽에서도 고사리가 인기 있을 것 같다. 인종과 상관없이 맛있는 건 맛있게 마련이니까. 살살 결대로 찢어지며, 야들한 고사리 맛을 모르 는 이들은 불행하다고 해도 좋으리라.
(/ p.44)

다들 고사리를 꺾는다. 고개 숙여 겸손하게, 인사하듯, 땅에 허리를 굽히고 냄새 맡으며 고사리를 얻는다. 어린 싹을 일찍이 내어준 고사리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도 고개 숙여 전한다. 이것이 만물의 진리, 섭생이 땅에서 시작하는 빳빳한 원 ...

저자소개 TOP

박찬일 [저]

1999년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를 수료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귀국 후에는 청담동에서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렸다. 청담동 뚜또베네, 가로수길 논나, 논현동 누이누이 등을 론칭하여 빅히트시켰다. 수입 식재료가 최고인 줄 알던 시절에 그의 등장은 센세이셔널했다. 가능하면 수입품 대신 한국의 산천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즐겨 썼던 까닭이다. ‘동해안 피문어와 홍천 찰옥수수찜을 곁들인 라비올리’나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과 청양고추, 봄 담양 죽순찜의 파스타’ 같은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은 이탤리언 레스토랑 셰프들에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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