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세상의 큰형들 : 전성태 산문

저 : 전성태(Jeon, Sung-tae)출판사 : 난다발행일 : 2017년 05월22일 | 종이책 발행일 : 2015년 05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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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옛맛 그대로 우려내고, 손맛 그대로 주물러낸
타고난 얘기몰이꾼 전성태의 새뜻한 이야기백과
[세상의 큰형들]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5년 전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윤종석 화가의 드로잉으로 새 옷을 입혀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 계간 [문예중앙] 연재 당시부터 선후배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그의 산문은 그의 소설과 연장선상에서 세상의 비루하고 아픈 것들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데서 그 미덕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전 지구상을 돌지 않는다. 그는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친밀한 데서, 가장 만만한 데서 이야기의 수명을 따진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한 여자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는 없지 않은가. 그 빤하면서도 놀라운 이름의 ‘어머니’ 또한 그가 부르면 다르다. 더 아프고 더 짠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엄살을 부리지 못하는 그가, 예의를 중시하는 그가, 말을 아끼는 그가 제 어미로부터도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어미가 내 어미로 읽히고 그의 아비가 내 아비로 읽히며 그의 형이 내 형으로 그의 동생이 내 동생으로 그렇듯 그의 가족이 내 가족으로 투영되는 것이다.

총 4부로 나뉘어 차곡차곡 포개놓은 그의 산문은 어머니가 내게만 몰래 주려고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만 원짜리 지폐 같다. 한 장 한 장 접힌 모양새가 제각각인데다 돈의 냄새가 아닌 오래된 좀약 냄새 같은 게 배어 있는 어머니의 쌈짓돈. 가슴이 아파 술값이나 옷값으로 쉽게 써버릴 수는 없을 것만 같은 돈,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기부하는 자리라면 기꺼이 남몰래 내놓고 모른 척할 수 있을 돈, 전성태의 산문은 그런 지점에서 단연코 자부할 수 있는 우리 문학의 힘이다. 그의 산문을 사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산문을 존경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렇게 글을 써야 했다. 아니 우리는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 쓸쓸하고도 허망한 생, 그러나 사랑이 삶의 어느 한 밑바닥인 것은 분명함을 아는 작가인 까닭이다.

출판사서평 TOP

옛맛 그대로 우려내고, 손맛 그대로 주물러낸
타고난 얘기몰이꾼 전성태의 새뜻한 이야기백과
[세상의 큰형들]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을 다시금 세상에 꺼내놓습니다. 5년 전에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화가 윤종석의 세심한 드로잉으로 새 입을 갈아입혀 꺼내놓은 이 책은 애초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것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과작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전성태, 그래서 더 믿고 기다리던 그의 소설들. 그러나 그의 산문 또한 소설 못지않게 그 뿌리가 단단하고 그 심지가 굵으며 무엇보다 그의 소설적 토양에 젖줄을 대어준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정말이지 간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혹시나’ 하는 의심은 불필요한 에너지였습니다. 과연, ‘역시나’였습니다. 뭐랄까요, 그는 소설적 이야깃거리와 산문적 이야깃거리의 구분을 하지 않는, 아니 그런 분간을 애초에 계산할 수 없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맞았습니다. 정직했습니다. 글 앞에서 겸허했습니다. 멀리 있는 데서 삶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데서 삶을 찾았습니다. 한없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삶이 놀랍도록 객관적인 우리들 삶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특유의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는 그 역할을 묵묵히 해냈습니다. 솔직했기 때문입니다. 도통 꾸밀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연재를 시작한 이후 그의 산문을 빨리 보고 싶다며, 그 다음 얘기가 궁금하다며 다음 계절 계간지 출간 시기를 묻는 독자들 및 동료 작가들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이야기꾼이 이 사람 전생태, 맞구나!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이야기가 없어졌다. 이야기 없어진 자리에는 흉흉한 사건만 남았다. 재담 자리에 개그가, 풍류 자리에 유흥이 판을 친다. 본디 이야기는 재미와 더불어 민심을 만들고, 이야기에 뼈를 심어 사는 이치를 전하였다. 도둑처럼 달려가는 시간을 웃음으로 잠시 잡아세우고 한숨 돌리기도 했다. ('봄볕에 글을 말리다' 중에서/ p.213)

한 차례 출간되었다가 일찌감치 절판의 상황을 맞은 이 책의 운명에 새 피를 수혈하여 살리고픈 욕구에는 독자로서의 개인적인 욕심보다 편집자로서의 의무감이 더 가까웠습니다. 세상에 비루하고 아픈 것들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데 있어, 웬만하면 우리 주변인들 가운데 그 운명으로부터 빗겨날 수 없는 가운데 읽힐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아서였습니다.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전 지구상을 돌지 않습니다. 그는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친밀한 데서, 가장 만만한 데서 그 이야기의 수명을 따집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한 여자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는 없지요. 그 빤하면서도 놀라운 이름의 ‘어머니’ 또한 그가 부르면 다릅니다. 더 아프고 짠합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엄살을 부리지 못하는 그가, 예의를 중시하는 그가, 말을 아끼는 그가 제 어미로부터 둔 ‘거리’라는 힘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어미가 내 어미로 읽히고 그의 아비가 내 아비로 읽히며 그의 형이 내 형으로 그의 동생이 내 동생으로 그렇게 그의 가족이 내 가족으로 투영되는 것입니다. 비단 가족만이 그럴까요. 친척이며 친구 또한 그런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쫀쫀하게 읽힙니다.

알리는 것도 알리지 않는 것도 불효인 것이 부모 앞서는 자식의 부음이다. 일을 당해 보니 새삼 뼈저렸다. 자식들끼리 머리 맞대고 고민했다. 당장은 알리지 않는 게 도리라고 의견을 모았다. 전화로 알릴 일도 아니 ...

목차 TOP

자서

1부 세상의 큰형들
젖동냥
어머니가 잡아준 새
아버지의 셈법
유구한 거짓말
그리움은 때로 묻힌다
선물
담배의 스승들
세상의 큰형들
소풍 1
어머니와 함께 걷는 길
가끔 옛이야기를 할 때
살림
부엌의 권력
슈퍼마켓에서 집을 샀어요

2부 아이들의 집
아이들의 집
연탄
젯밥에 눈멀다
불로장생약
칠이 아저씨
소풍 2
국어 수업
[선데이 서울]과 연애편지
갈치
방앗간과 사탕
오월 손님
퇴역 레슬러와 함께
늦은 소식

3부 풍경의 안팎
감잎 석 장
치자
고독한 사람 1
고독한 사람 2
풍경의 안팎
평양식당 목란에서
춘원春園의 길
몸을 내려놓는 ...

본문중에서 TOP

막내아들의 주검을 손수 거두었을 때 할머니는 하늘을 향해 그렇게 소리치셨다. 몇 년 후 막내할아버지마저 부음을 전해왔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는 동생들을 그렇게 하나씩 앞세웠고 노년에는 문상마저도 가보지 못했다.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른다’는 옛 노래 [제망매가]의 한 구절처럼 할머니의 그런 내력에 닿으면 인생이 더없이 쓸쓸하게 여겨졌다. 그렇지 않은가. 한때는 먹고 입는 것 두고 서로 투덕거리기도 했을 것이며, 어린 손으로 동생들 낯을 씻기고, 시집갈 때는 흩어지지 말고 다 같이 살자고 이불 두르고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 생의 허망과 쓸쓸함을 할머니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 며칠 전 형이 말했다. "이제 어머니 보낼 마음 준비를 해야겠다." 할머니가 그립고 생이 무거울 때면 들던 생각, 생의 허망과 쓸쓸함을 할머니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이 어린 아이들 곁에 누울 때면 문득 되살아난다. 이제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제 새끼 거느린 생은 고적한 대로 앞을 보며 견뎌내는 것이며, 그렇게 생은 이어져왔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세상의 큰형들인지 모른다.
(/ '세상의 큰형들' 중에서)

알리는 것도 알리지 ...

저자소개 TOP

전성태(Jeon, Sung-tae) [저]

1969년 전남 고흥 출생. 199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매향埋香』 『국경을 넘는 일』 『늑대』 『두번의 자화상』, 장편소설 『여자 이발사』,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 『기타 등등의 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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