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시인의 집 

저 : 전영애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6년 07월11일 | 종이책 발행일 : 2015년 07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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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저자는 혼자서는 감당해내기 힘든 큰 물음에 직면할 때마다 시인들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게오르크 트라클, 파울 첼란, 잉에보르크 바하만,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쿤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볼프 비어만, 고트프리트 벤, 프리드리히 횔덜린, 프리드리히 쉴러, 요한 볼프강 괴테 등. 이 책에는 총 열세 명의 발자취와 거처를 담았다. 어느날 문득 인생의 향기가 그리울 때 아름다운 시들의 자취를 좇아 길을 떠나보자. 이 한권의 책은 시인의 집을 찾아가는 데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출판사서평 TOP

"그 모든 것을 확인하려고,
나는 또다시 멀고먼 세상 끝까지 달려갔다 왔나보다.
알 수 없는 부름에, 목마름에 이끌려."

마음을 누일 방 한 칸을 찾아가는 머나먼 여정


삶은 어쩌면 평생에 걸쳐 안주할 단 하나의 집을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힘겨운 대낮의 일상을 마치고 어둑해지는 길들을 지나서, 마침내 돌아가 곤한 몸을 누일 장소.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고 부른다. 집이 없는 자에게는 휴식이 없다. 주변을 온통 경계하느라 잠조차 편하게 잘 수가 없다.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자라 할지라도, 그날 밤의 거처를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할 곳. 든든한 식사와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곳. 그리고 마침내 구원받을 수 있는 곳.

그렇다. 예컨대, 이런 손의 떨림을 둘 곳이 있어야 했다. 아직도 떨림이 남아 있는 이 손끝으로 돌아앉아 적어야 할 것이 내게도 있었다. 가끔은 식당의 냅킨에, 운전하다 손에 잡힌 휴지 쪽에 휘갈기듯 쓴 그것들을 둘 곳이 있어야 했다. 개집만한 집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드러눕지 못해도 괜찮으므로. (......) 내 글을 쓸 곳이 필요했다. (/ p.491)

‘개집만한 집’이어도 좋다고 시인은 말한다. 평생 독일문학을 연구하며 수많은 책들을 번역하고 틈틈이 한국어와 독일어로 시를 써온,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전영애 교수의 말이다. 물론 그 집은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장소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편한 장소에 있어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곳은 집이 아니다. 나라가 아니며 세상이 아니다.

내 갈비뼈 위로 다시 수레바퀴들이 구르는 것 같았다. 불안했던 저 1980년대 내내 나는 자주, 수레바퀴가 내 가슴 위를 천천히 굴러가고 있는 듯한 통증을 거의 신체적으로 느꼈다. 정말 신체적으로. 떨친 지 오래된 그 고통이 다시 생생해진다. 그러나 어느덧 수레가 되어, 나는 또 무슨 짐승의 위를 굴러가고 있는지. (/ p.12)

"한 생애의 발자국들 위에 내 발자국을 얹어본다"

저자는 혼자서는 감당해내기 힘든 큰 물음에 직면할 때마다 먼 길을 나섰다. 그렇게 시인들을 찾아다녔다. 게오르크 트라클, 파울 첼란, 잉에보르크 바하만,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쿤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볼프 비어만, 고트프리트 벤, 프리드리히 횔덜린, 프리드리히 쉴러, 요한 볼프강 괴테까지. 더 많은 이름들이 있겠지만, 이 책에는 총 열세 명의 발자취와 거처를 담았다.
그들은 모두 지진계처럼 세계의 아픔을 온몸으로 감지한 사람들이다. 불행했던 삶도 많다. 세계대전의 전화戰火 속에서 자살한 트라클, 적의 언어로 시를 쓰다 센 강에 몸을 던진 첼란, 쇠약해진 몸을 가누지 못해 집안에서 일어난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바하만. 온 세상이 전쟁터였고, 어디서나 사람의 목에 칼끝이 드리워져 있던 시절이었다.

생각하는 사람의 눈에는 세계가 어두웠다. 전쟁은 지났고 "평화"가 왔다지만 바하만의 눈에는 세상이, 매일매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 p.109)

그리고 카프카. 그의 눈에 비친 인간은 ‘법 앞에서’ 벌레로 ‘변신’해버렸다.

무어라 부를까. 시인은 아니다. 소설을 썼지만 작가나 소설가라는 명칭을 앞에 붙이기도 어쩐지 마뜩잖다. 굳이 보통명사가 와야 된다면 ‘문학’이어야 할 것 같다. 문학이어도 그 결정結晶, 시 같다. 시이다. (/ p.125)

절박한 삶 앞에서 온몸으로 고통을 겪는 이라면 그이를 어찌 시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카프카를 통해 문학을, 시를 배웠다.

돌아보면, 카프카 읽기로 나의 문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

목차 TOP

프롤로그 발트 해 연안의 부동산-에스토니아 문인의 집

만남의 돌 문턱-트라클의 잘츠부르크 / 인스브루크
유리병 편지의 부름-첼란의 부코비나
시인의 마지막 발자국-첼란의 파리1
삶의 집, 죽음의 집-첼란의 파리2
물, 불, 시의, 언어의 끝-바하만의 로마
떠도는 사람들의 거리-카프카의 프라하1
겹겹의 문, 겹겹의 뜰-카프카의 프라하2
해 뜨는 언덕 끝 집-쿤체의 도나우 강가
시인, 시인의 집-쿤체의 초대
잠시 서울에 켜진 독일 서정시인의 등불-라이너 쿤체 방한 기록
두이노 성과 비가 -릴케의 아드리아 해
바람 속, 장미 곁의 묘비명-릴케의 라론 ...

본문중에서 TOP

아주 여러 해를 두고 쓰였고, 묶여서도 다시 여러 해를 들고 있던 원고이다. 무슨 탐방기나 르포 쓰듯이 일삼아 시인의 집들을 찾아간 것이 아니고, 큰 물음의 무게가 혼자서는 감당해내기 어려워질 때마다 문득문득 달려갔던 먼길들을 기록한 낱글이었다. 그럼에도, 물음은 도저했어도, 서성였던 곳은 언제나 시의 부근이었다. 내게는 삶의 부근이기도 했다. 어쩌면 거기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들이 나의 보이지 않는 동행이었을지도 모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TOP

전영애 [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같은 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뮌헨 대학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의 초빙교원을 겸임했다. 2011년 바이마르에서 ‘괴테금메달’을 수상했다.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괴테와 발라데], [서·동 시집 연구](공저),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등 많은 저서를 펴냈고, 시에 관한 네 권의 연구서를 독일에서 펴내기도 했다. [카프카, 나의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를 위한 무지개] 등의 시집을 국내와 독일에서 펴냈으며, [괴테 시 전집], [서·동 시집], [데미안], [변신·시골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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