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원제 : 役に立たない日

저 : 사노 요코(Yoko Sano)역 : 이지수출판사 : 마음산책발행일 : 2015년 09월17일 | 종이책 발행일 : 2015년 07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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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삶을 안 뒤 더욱 명랑해진 일상
[100만 번 산 고양이] 작가 사노 요코의 ‘음울’하면서 ‘통쾌’한 일기


전 세계에서 4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는 2003년부터 2008년,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까지 쓴 꼼꼼한 생활 기록이다. 간결하고 독특한 문체가 시원시원한, 한 편의 소설 같은 예술가의 내밀한 삶을 읽는다.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독거 작가 ‘까칠한 언니’의 일상을 살펴본다.

출판사서평 TOP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다.
안 야무지게 사는 편이 행복하다.
겨우 먹고 사는 게 적성에 맞는다.
일흔이 되어서도 근사한 남자를 좋아한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안다.
이렇게 시크한 여자(할머니)를 보았나!
- 임경선 / 칼럼니스트

‘침대 반경 50미터 생활자’ 사노 요코의 하루는 마음먹고 또 마음먹어서 겨우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를 몽땅 냄비에 넣고 때로는 맛있는, 때로는 (말 그대로) 토할 것처럼 맛없는 요리를 한다. 가끔은 아침밥을 먹으러 카페에 가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몰래 관찰하고 반드시 우스운 점을 찾아내 "저런 걸 볼 수 있다니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호쾌하게 웃는다. 밤새도록 한국 드라마를 보다 턱이 틀어진다. 엄청난 양의 DVD를 사 모으며 ‘뒤늦게’ 재산을 탕진한다. 그러고는 ‘대체 난 어떤 할머니로 보일까’라며 풀이 죽는다. 어느덧 [겨울연가] 욘사마에게 푹 빠져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이섬 가로수 길을 걷고 있다. 욘사마가 묵었던 호텔방을 예약하곤 뿌듯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수십 종의 머플러를 선보이는 욘사마에 [가을동화] 원빈, [올인] 이병헌, [호텔리어] 김승우... 끊임없이 새롭게 사랑에 빠진다.)

암이라고? 2년 뒤면 죽는다고? ‘죽는 날까지 좋아하는 물건을 쓰고 싶다’며 쇼핑에 나선다. 예쁜 부츠를 충동구매하고 마음에 드는 잠옷을 잔뜩 사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대체 난 어떤 할머니로 보일까’라며 풀이 죽는다. 시한부 선고를 받자마자 상큼한 녹색 재규어로 차를 바꾸고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 한탄하기도 한다. 산다는 것의 생생함, 추함, 괴로움을 찬찬히 바라보다 이내 울적해지고, 우울해하는 것에 질려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친구들을 불러 ‘치매 예방’ 마작을 즐긴다.

시대에 뒤처진 노인들은 모두 이런 식이겠지. 이미 늙었으면서도 젊은이나 요즘 시대를 필사적으로 따라잡으려드는 노인은 볼썽사나워서 싫다.
(/ p.156)

이 책의 [해설]에서 사카이 준코는 "지금, 노인의 현실은 감춰진 듯합니다. 어쩌면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이 ‘생기’ ‘교류’ 같은 단어로 노인의 현실을 꾸며내 언젠가 자신도 늙는다는 공포를 잊으려는 것은 아닐는지요"라고 현재를 꼬집는다. 하지만 "독거노인, 스스로 원해서 홀몸이 된" 사노 요코는 누군가에게 기대지도, 삶이나 죽음, 늙어감 그 어떤 것도 우아하게 미화하지 않는다. "문득 돌아보니 나는 요즘 시대에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나도 끝났다.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내 심장은 아직까지 움직이고, 낡아빠진 몸으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를 보고, 적는다.

결국 이 책에는 ‘인생은 번거롭지만 먹고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가장 간단한 진실이 담겨 있다. 사노 요코의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면, 뜨겁고 감상적인 면이 뒤섞인 매일의 기록은 읽는 이의 마음을 한바탕 뒤흔든다.

괴상하면서 웃긴, 짠하면서 박력 있는 글
그야말로 멋진 아티스트의 몹시도 ‘부정적인’ 일상 철학


[사는 게 뭐라고]는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등 아름답게 꾸민 단어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 ‘밥이나 지어 먹자’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질긴 개개의 삶, 찬란과 황홀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 그녀의 거침없는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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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100만 번 산 고양이] [하늘을 나는 사자] 등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사노 요코. 트레이닝복 같은 빨간 잠옷을 입고, 요리 방송을 보면서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을 만들어보고, 투병 중에도 원고 마감을 하고, 똑바르게 걸으려고 신경 쓰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바로 자동차를 재규어로 바꾼다. 그렇다고 나이 드는 것을 애써 우아하게 미화하지도 않는다.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개탄하지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은 사람들이 없어지게끔 내가 변했기 때문임을 직시하는 용기도 가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처럼 끝까지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싶다. 죽음에 초연하고 건전하지 않고 싶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고 싶다.
- 임경선 / 칼럼니스트

목차 TOP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아무래도 좋은 일
아, 일 안 하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성격 나쁜 인간
특별한 건 필요 없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괜찮을까, 돈도 드는데
살아 있는 인간의 생활은 고되다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
요코가 또 저런다
정말로 터무니없는 녀석
누구냐!
늙은이의 보고서
생활의 발견

해설 사카이 준코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TOP

6시 반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는데 믿을 수 없다. 일어나서 대체 무얼 하는 것일까?
(/ p.11)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p.14)

세상에는 대범한 요리와 좀스러운 요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량스푼으로 정확하게 재어 만들어도 찔끔찔끔 옹졸한 맛이 나게 요리하는 사람이 있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맛에 깊이가 없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내가 어떤 요리를 만드는지는 나도 모른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격차가 커서 나조차도 내가 만든 음식을 입에 넣었다가 뱉어버린 적도 있으니까, 불안정한 인격이 요리에 그대로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 pp.18~19)

예전에 본 요리 방송에서, 그런 방송이 하도 많아서 어떤 프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보다가 토할 것 같은 음식을 만든 적이 있다.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이라는 요리였다.
물 대신 사각 종이 팩에 든 오렌지 주스를 콸콸 붓고, 꽁치 한 마리를 넣어 전기밥솥 스위치를 켠다. 완성 ...

저자소개 TOP

사노 요코(Yoko Sano) [저]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그림 작가이자 수필 작가인 사노 요코는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염소의 이사]를 펴내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주요 그림책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의 우산], [내 모자] 등이 있고,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쓸데없어도 친구니까], [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시즈코 상] 등의 수필을 썼다. [내 모자]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수필집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

이지수 [역]

고려대학교와 사이타마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편집자로 일하다가 번역가로 전향했다. 텍스트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자식이 뭐라고』를 비롯해 『내 생애 마지막 그림』『니체의 인간학』『아주 오래된 서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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