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마사오카 시키 수필선 

역 : 손순옥(孫順玉)출판사 :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발행일 : 2014년 08월25일 | 종이책 발행일 : 2013년 08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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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하이쿠(俳句)와 단카(短歌)를 정립해 일본 근대 문학사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마사오카 시키. 그러나 그의 삶은 짧고도 가혹했다. 29세부터 병상에서만 지냈고 모르핀 없이는 참기 어려운 고통에 시달렸다. 결국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다. 그러나 병상에서 쓴 수필에는 삶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다. 고통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알고, 죽음 앞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인간 시키의 진솔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 운문 문학의 혁신을 가져온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1867∼1902)의 수필을 뽑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시키는 회화의 ‘사생(寫生)’ 기법을 문학에도 적용해, 일본 전통 시가의 주제를 관념의 장(場)에서 생활과 풍경의 장으로 옮겨, 근대 시가(近代詩歌)라고도 할 수 있는 하이쿠와 단카를 탄생시킨 사람이다.
22세 때부터 폐를 앓아 객혈을 시작한 시키는 30세에 지은 한시(漢詩)에서 “무사 집에 태어나 가문도 일으키지 못했고, 장가도 못 가 가계(家系)도 잇지 못했다. 어찌 조상을 볼 수 있을까? 다만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일본 문학사에 마사오카(正岡)라는 성(姓)씨가 기록되어 오래 남도록 하는 일”이라고 쓰고 있다.
시키는 그 자신의 다짐처럼, 생전에 하이쿠 혁신과 단카 활성화에 큰 공을 세웠다. 일본의 전통 시가인 와카(和歌)와 하이카이(俳諧) 및 그 작가들에 대해 면밀하게 연구하고 비평하는 학자인 동시에 그림을 그리고 시가를 짓는 시인이기도 했던 시키는 또한 수필을 남겨 우리에게 삶에 대한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마쓰야마(松山)에서 태어난 시키는 16세에 도쿄로 유학을 와서 그 이듬해인 1884년 2월 13일부터 수필 [붓 가는 대로]를 쓰기 시작한다. [붓 가는 대로]는 1892년까지 계속했으며, 그 후 1896년 4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4대 수필 중 하나인 [송라옥액(松蘿玉液)]을 신문 [일본(日本)]에 연재한다. 그 내용은 문명론부터 친구에 대한 평론, 회상이나 일상의 견문, 자녀 교육, 야구 해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척추 카리에스로 이승을 떠나기 2년 전, 더욱 병세가 악화해 가는 고통 속에서도 1901년 1월부터 7월에 걸쳐 수필 [묵즙일적(墨汁一滴)]을 [일본]에 연재하며 9월부터는 병상일지나 다름없는 [앙와만록(仰臥漫錄)]을 쓰기 시작하고, 1902년 마지막 해에도 5월부터 9월까지 [병상육척(病牀六尺)]을 연재한다. 만년의 작품인 이 3대 수필에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가 자신의 죽음마저 객관화해 보여 주는 갖가지 내용들이 표출되어 있다.
바깥세상과 본의 아니게 떨어져 지내게 된 시키가 “1년 내내, 그것도 6년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일도 모르고 누워 지낸 병자”인 자신을 자각하면서 쓴 이 수필들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생생한 삶의 기록이다. “병상 6척, 이것이 나의 세계다. 그럼에도 이 여섯 자의 병상이 나에게는 너무 넓다…”고 기술하는 시키의 [병상육척]의 세계를 함께 읽어 가는 것은 젊은이는 물론, 누구에게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그 작은 공간이 매우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독한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의 객관적 사고방식은 흐트러짐 없이 미(美)적 세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인간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유리 항아리에 담긴 금붕어를 보며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예쁜 것도 예쁜 것이다”라고 즐기며 기뻐하는 모습이라든가,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태연히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잘못으로,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태연히 사는 것이었다”는 ...

목차 TOP

붓 가는 대로
송라옥액
묵즙일적
앙와만록
기타 잡지
병상육척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TOP

·유리 항아리 속에 금붕어를 열 마리가량 넣어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나는 아픔을 참으면서 병상에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예쁜 것도 예쁜 것이다

·병상에 누워 홀로 듣고 있으면 울타리 밖에 이웃집 아낙네들이 서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재미있다. “이봐요, 초롱을 빌렸으면 새 양초를 끼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아요? 그렇죠! 그런데 그것을 전에 넣어 두었던 양초까지 가져가 버리는 사람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라고 누군가의 험담을 하고 있다. 지금의 정치가, 실업가 등은 모두 초롱을 빌려서 양초를 빼앗아 가는 쪽이다. 더욱 뻔뻔스러운 녀석은 초롱마저 가져가 버리고 태연한 얼굴을 하는 녀석도 있다.

손에 든 초롱/ 돌려줘 돌려 다오/ 두견새 우네
提燈を返せ返せと時鳥
(/ '5월 24일' 중에서)

·나는 지금까지 선종(禪宗)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것을 오해하고 있었다.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태연히 죽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던 것은 틀린 것으로, 깨달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태연히 살아가는 것이었다.

·10년 전쯤에 나는 일본화 숭배자로 서양화 배척자였다. 그 무렵 이잔 군과 우리나라 일본화와 ...

저자소개 TOP

손순옥 [역]

1968년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에 들어가 일본어를 배웠다. 1974년부터 대학원에서 일문학을 전공하기 시작해 1975년 도쿄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에서 연구하고 돌아와, 1976년 나쓰메 소세키와 춘원 이광수의 소설 비교 연구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중앙대학교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해 1994년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正岡子規의 ‘寫生’에 관한 연구" 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메이지 시기의 일본 지식인과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1989년 도쿄대학교 객원 연구 교수를 지냈으며, 중앙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 및 한국 일본언어문화학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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