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낭만의 소멸 :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

저 : 박민영출판사 : 인물과사상사발행일 : 2014년 03월15일 | 종이책 발행일 : 2014년 02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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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낭만이 사라진 사회에 사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인가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상에서 낭만이 사라졌다는 증거

올해 설 연휴 기간의 해외여행객은 지난해보다 7.1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연휴만 되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행을 떠나기 바쁘다. 갑갑한 한국 땅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여행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낭만이 되었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보면 여행 다녀온 사진들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 가장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도 은퇴 후 ‘부부가 손잡고 여행이나 다니며 사는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며 낭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약간의 낭만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무엇이 우리에게서
낭만을 빼앗아갔나?

낭만은 기본적으로 ‘합일’의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나 미(美), 자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해내거나 그것을 보는 것, 산이나 바다에 가는 것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이러한 것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낭만에 대한 접근은 주로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테면 사랑하는 남녀의 데이트는 소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함께 영화 보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상대방을 위해 돈을 얼마 썼는지가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된다. 즉 낭만도 자본화되었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도 낭만의 소멸에 일조했다. 언제 만나자는 약속과 약속 시간까지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휴대전화로 인한 가벼운 약속만 남았다. 휴대전화로 매순간 소통하며 약속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게 된 우리는 빌렘 플루서가 [디지털시대의 글쓰기]에서 말한 ‘기다림이라는 종교적인 카테고리’를 잃어버렸다(본문 25~27쪽). 편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직접 손으로 정성스레 쓰던 편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더 이상 우편배달부를 기다리지도 반기지도 않게 되었다(/ p.356).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빼앗는다. 디지털이 보여주는 시각적 세계는 이미 실재보다 더 실재 같다. 이러한 과실재는 일상적인 환경이 되어버렸고, 인간의 감성과 인식에 광범위한 왜곡을 낳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아날로그적 감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욱 붕괴되고 있는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흉내 낸 ‘디지로그’는 그 ‘모순 속의 몸부림’일 것이다(/ pp.81~82).

낭만의 소멸은
인간성 파멸의 징후

사람들은 보통 과거에서 낭만을 찾는데, 그 이유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적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 좋아하는 소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편지를 쓰던 일,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던 일 등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세계의 경험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디지털 기술과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등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낭만의 소멸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게 만든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소외’, ‘자신에 의한 자기소외’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골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파리한 불빛에 의지해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낭만의 소멸’에 포커스를 두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

목차 TOP

머리말

서장

1장 휴대전화, 소통 혹은 단절의 오브제
01 휴대전화와 유동하는 약속
02 재난과 휴대전화-휴대전화를 쥔 채 죽어가는 사람들
03 휴대전화를 통한 연애 vs 휴대전화와의 연애
04 응답할 수 있다 vs 응답해야 한다
05 휴대전화 예절 스트레스
06 모바일 오피스-노동 착취의 수단
07 통신 매체-콘택트냐, 인터셉트냐
08 정보화 시대, 노인으로 산다는 것

2장 디지털, 편리함의 잔혹한 이면
01 디지로그의 친기업적 논리
02 SNS는 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1-개발도상국에서 SNS 파워가 큰 이유
03 SNS는 혁명의 ...

본문중에서 TOP

오늘날 쿨하고 시크한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은 결코 그것이 올바르거나 좋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박한 인간관계가 주된 현상이 된 사회, 그로 인해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인 것이다. 애초부터 지속적이고 뿌리 깊은 인간관계를 기대하지도 않는 것, 알던 사람과 갑자기 멀어지거나 소식이 끊겨도 ‘난 괜찮다’며 쿨하게 웃어넘기는 것이 당당하고 슬기로운 일이 되었다. 차가운 대인관계가 지혜가 된 것이다.
(/ p.37)

사람들은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집에 누워서 혹은 밥수저를 놀리면서 손가락 클릭으로 정보를 연결하고 리트윗한다. ‘트친’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과장된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것은 ‘간편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낳는다. 소셜 네트워크의 시민들은 짱돌이나 화염병을 던지지 않는다. 스크럼을 짜거나 몽둥이를 들지도 않는다. 폭력 투쟁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몸의 연대 없이 손가락 클릭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가소롭기 그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 ...

저자소개 TOP

박민영 [저]

문화평론가이자 인문사회 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자랐다. 초등학생 시절 광주민중항쟁을 경험했고, 대학 시절 내내 문학운동을 했으며, 그것을 계기로 작가가 되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경향신문]·[고교독서평설]·[월간 인물과사상]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써왔다.
저서로 [이 정도 개념은 알아야 사회를 논하지!], [그러니까 이게, 사회라고요?],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낭만의 소멸], [인문 내공], [책 읽는 책], [인문학, 세상을 읽다], [이즘], [즐거움의 가치사전],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 등이 있다. 현재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인문학 관련 강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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