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가나 

저 : 정용준출판사 : 문학과지성사발행일 : 2013년 12월28일 | 종이책 발행일 : 2011년 11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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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의 문장들,
그것의 본성은 ‘자신의 소진과 소멸로 타자를 살게 하는 것’!

전위와 서정 사이, 그 매혹의 경계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신예 정용준의 첫번째 소설집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충격과 관심을 함께 불러온 신예 정용준의 첫번째 소설집 [가나]가 출간되었다. 여기에는 표제작 '가나'를 포함해 '떠떠떠, 떠' '벽' '굿나잇, 오블로' '구름동 수족관' '먹이' '여기 아닌 어딘가로'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사랑해서 그랬습니다'까지 총 9편의 다채로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이중 '가나'는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떠떠떠, 떠'는 제2회 젊은작가상에 선정되었다). 정용준 소설의 놀라운 점은 대상에 대한 집요한 묘사로 주어를 충전하는 한편 정체하지 않고 플롯을 진행시키는 서사적 술어를 균형감 있게 사용한다는 데 있다. 여기 실린 작품들 면면에는 그러한 진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용준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삶을 거부하고 죽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죽어 시신이 된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작품 속 인물들은 지극히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다. 작가 정용준은 ‘죽음과 함께’ ‘죽음으로부터’ 글 쓰는 에너지를 추동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문장들은 세상과 함께 뒹굴기보다는 세상을 고요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다시 그만의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정용준은 세계가 가하는 최초의 폭력에 사회가 개인에게 보장해야 할 보호의 방식은 차치해두고, 개인 스스로가 자신을 살리는 방식을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결핍과 결함의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작품 속 인물들과 부둥켜안고 흐느끼게 되는데, 그러는 사이 작가는 자신의 주인공들과 독자들을 다독이는 데 열중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행간에서 들려오는 그 사랑의 노래(‘가나’)를 듣게 될 것이다.

정용준 소설에 던지는 세 가지 물음
_작가는 왜 항상 다른 ‘눈’이 되려고 하는가


정용준 소설의 화자는 모두 낯선 눈을 가진 인물들이다. 바닷속을 유랑하며 그리운 고향을 향해 가고 있는 한 시신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가나'), 망상증 환자가 자기 세계(방)에서 맹수에게 도착된 행위를 벌이는 이야기가 있다('먹이'). 또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어린 엄마를 위해 복중 태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야기도 있다('사랑해서 그랬습니다'). 작가는 우리들 관계에서 읽히는 표면적 성격 뒤에 숨겨진 ‘마음’을 찾으려 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점의 탐색은 ‘마음’을 좇아 진실을 마주하려는 작가의 노력에서 터득한 작가만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_연극적 이미지, 인물, 메타포 등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자와 판다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떠떠떠, 떠'). 이들은 군중 속에서 손을 잡고 키스하고 나뒹군다. 하지만 인형극은 아니다. 세상 속에서 은둔하는 한 방식으로 탈 속에 숨어든 말더듬이와 간질 환자의 이야기다. 간질로 몸이 뒤틀리고 바닥을 뒹굴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런 판다가 귀엽게만 보인다. 사자는 사람들에게 포효하는 듯하지만 판다 주변에서 사람들의 배려 없는 손길에 주의를 준다. 굴도라는 섬으로 납치되어 처참한 폭력과 노동을 견뎌내는 사라들이 있다('벽'). 햇볕 아래서 하루 종일 쌓여만 가는 소금을 긁어모으느라 쉬지 못하지만, 그 마저도 능률이 오르지 않으면 무차별 적인 폭력으로 흔적 없이 죽어 나가거나, 초점 없는 눈을 뜨고만 있는 벽이 되고 만다. 비대해진 몸 때문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 어두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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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의 아주 어두운 계보는 죽음충동의 에너지, 곧 데스투루도를 탈성(폭력)화한 작가들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무장할 듯싶다. 그리고 문학적 계보란 그 기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항상 현재 시점에서 사후적으로 배열되고 구성된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정용준 소설은 그 계보의 맨 끝자리이자 맨 첫 자리에 놓인다. 부럽게도 그에게는 이런 문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사를 통틀어 이토록 아름다운 죽음의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 김형중 / 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

목차 TOP

떠떠떠, 떠
가나

굿나잇, 오블로
구름동 수족관
먹이
여기 아닌 어딘가로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해설
아팠지, 사랑해ㆍ김형중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TOP

우리는 연인이 됐다. 이제껏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본 적이 없다. 하물며 누군가 내게 무엇이 되어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사랑이라니. 나는 웅크리고 누워 접혀진 무릎을 만지며 자위하던 소년이었다. 가끔 웃었지만 주로 울었다. 별수 없이 침묵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시간들. 그럴 때면 눈을 감아 어둠을 만들어 그 속에 숨었다. 〔……〕 할 수 있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앞당겨 죽고 싶었다. 말라죽은 곤충처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바스라질 것 같던 바로 그 시절에 그녀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떠떠떠, 떠' 중에서/ p.29 )

해류가 몸을 떠민다. 그것은 무겁고 밀도가 높은 바람과 같았다. 그 흐름에 따라 천천히 발이 움직이고, 난 바닷속을 산책하듯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을 어찌 형용할 수 있을까, 부드러운 흙 속에 심겨진 나무뿌리처럼 나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 생각이 난다. 회전하는 스크루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 내 심장이 멈췄을 것이다. 오른쪽 허리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헤쳐진 살점과 내장들이 붉은 해초처럼 흔들린다. 갈치 두 마리가 내 곁에 맴돈다. 갈치가 움직일 때마다 칼날이 흔들리듯 날카로운 빛이 반 ...

저자소개 TOP

정용준 [저]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고,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중편소설 『유령』,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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