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어쩔까나 

저 : 김이은출판사 : 자음과모음(구.이룸)발행일 : 2013년 07월31일 | 종이책 발행일 : 2013년 06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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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했던 걸 다시 찾았달까"
슬픔과 상처의 일상 속에서도 웃고, 뛰고, 구르고, 달아나는 환상을 꿈꾸며
끈끈하게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탈과 난장의 힘을 이야기하는 김이은의 세번째 소설집


김이은의 소설이 깊은 슬픔과 상처를 그려내는 와중에도 활기를 잃지 않는 이유는 작품 곳곳에서 불쑥불쑥 불거져 나오는 '타고난 신바람' 덕분일 것이다. 넘쳐나는 흥을 어찌 이겨낼 수 있으랴. _'작품 해설'에서, 이소연(문학평론가)

2002년 등단한 이래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두 권의 소설집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치유의 언어를 선보인 김이은의 세번째 소설집 [어쩔까나]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표제작 [어쩔까나]를 비롯한 8편의 단편을 통해 저마다 안고 있는 슬픔과 상처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작품 속에 드러난 삶의 허술함이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 듯 느껴지다가도 그것이 마냥 쓸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작가의 이야기가 '그럼에도' 삶을 지탱하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실소가 터져 나올 만큼 엉망진창인 현실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환상을 오가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한 편의 백일몽을 경험하게 된다. 달아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질적인 공간으로 탈주하는" 행위를 감행한다거나, 연속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일상 속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질기게 버텨 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일상의 한계에서 발견한 그들 각자의 자가 치유법


[어떤 장의사의 행복한 창업 계획서]는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부조화한 이들이 가족의 모습을 한 채, 보상금을 손에 쥐기 위해 달려가는 하루짜리 짧은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비좁은 차 한 대에 서로의 몸이 부대끼도록 끼어 타서는 "과일 깎아 먹고, 미리 준비한 김밥도 나눠 먹고, 농담 따먹기도 서로 주고받"으며 성묘를 가는 이들의 모습은 흡사 "단란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저마다 품은 욕망으로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들의 욕망은 이 조합을 주선한 '아빠'로부터 "신도에 있다"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극에 달한다. 성묘 행에서 보여준 '가족'과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보상금을 갖기 위해 다시 경쟁자"가 되어 속력을 내는 이들의 모습은 슬몃 광기가 서려 있어 마음 한편을 쓸쓸하게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돌다방 별곡]을 통해서는 그 일상의 치열함과 광기 끝에 다시 또 "노래를 부르고 덩실거리"게 하는 한바탕 난장으로 사건사고의 연속인 고단한 삶을 어떻게 버텨내야 하는지를 제시해주기도 한다.

빵집 주인이 훌쩍 올라타 자전거 페달을 밟자 꺼졌던 전력이 살아나 주위가 환해졌다. 앞길을 가로막던 어둠이 사라지자 한 떼의 사람들이 '거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거기'로 간다. 걷다가 지루해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덩실거리기 시작했다. 텅 빈 도로를 널따란 마당 삼아 사람들은 흥을 돋웠다. '거기'로 가는 길은 유쾌하고 신이 났다. ([돌다방 별곡], 116쪽)

한편 시대적인 제약으로 죽음에 내몰린 노비와 양반의 사랑을 그린 [어쩔까나]는 시대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는 '가이'와 '부금'이 억압된 사랑을 극복하는 방식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느 연인들 못지않게 거침없고, 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결국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그 사랑을 후회"하지 않음은 물론 가이는 원망도 없이 다만 "죽은 뒤 부금과 함께 묻어주기를 청"하며 "열여섯 처럼처럼 수줍게 미소짓"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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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속해 있으면서 그 세상 밖에 자리한 ‘타자’가 되는 방식을 습득해 나간다. 어쩌면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아픔을 주는 세상 한가운데 뛰어들어 현실을 질기게 버텨 나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지침이 되는 것일지 모른다. 실패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현실’이라는 단어를 두 번 반복해보라. ‘현실적’인 세계를 여실히 재현하고 마침내 자신의 몸 안에 새겨 넣은 ‘현실적’인 이야기 사이에 생긴 틈. 예리한 시선이 작동하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 이음매, 혹은 모종의 ‘거리’ 사이에 걸쳐서 우리는 끊임없는 탈주와 탐색을 도모한다.
- 이소연 / 문학평론가

목차 TOP

어떤 장의사의 행복한 창업 계획서
원더풀 라이프
돌다방 별곡
어쩔까나
첫눈과 소원과 백일몽 사이에 숨겨진 잔인한 변증법
고양이 소설엔 고양이가 없다
기억이의 노래
프롤로그

해설 겹쳐 있는 세계, 응시하는 겹눈_이소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도움닫기

본문중에서 TOP

저 앞 검은 바다 위에 우리를 태울 커다란 배가 떠 있다. 배는 점점 더 커져서 우리 앞으로 다가들었다. 깨어나. 깨어나란 말야. 우리는야 인형 가족. 단란하고 행복한. 저 높이, 멀리서부터 비행기가 다가왔다. 굉음을 내며, 긴 궤적을 그리며 점점 우리에게로 낮아진다. 그리고 배도 더 가까워진다. 비행기와 배, 그리고 우리를 태운 싼타페 자동차가 삼각형 꼭짓점에서 서로를 향해 고속으로 질주한다. 세 개의 점이 한곳에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나는 난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기집애의 손을 꼭 잡고 몸통만 남은 나나와 나나의 머리를 삼킨 청소기 나나를 함께 힘주어 끌어안았다. 검은 길과 검은 바다가 우리를 온통 둘러싸고 서서히 틈을 메운다.
('어떤 장의사의 행복한 창업 계획서' 중에서/ p.33)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엄미정의 입술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박과장은 그 입술에서 세상이 뒤집어질 대단한 비밀이 흘러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렸다. 빗줄기가 더 거세졌다. 천둥이 두둥, 천지를 울렸다. 두둥 소리는 천지를 울리고 박과장 심장을 파고들었다. 박과장은 그 소리가 심장에서 나온 건지 심장으로 들어간 건지 ...

저자소개 TOP

김이은 [저]

2002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검은 바다의 노래] [11-59PM 밤의 시간] 등이 있다. 그 외에 [호아저씨, 호치민]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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