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한글민주주의 

저 : 최경봉출판사 : 책과함께발행일 : 2013년 06월08일 | 종이책 발행일 : 2012년 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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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를 넘어 열린 한글 사용을 생각한다

한자를 쓰면 안 된다, 한글만 써야 한다, 외래어는 고유어로 바꿔야 한다, 한글 표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 자랑스러운 한글을 세계에 수출하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언어 문제에 대한 논쟁의 저변에는 한글과 관련한 역사적 경험과 상처가 도사리고 있고, 이는 언어 문제를 언어의 문제가 아닌 ‘정신’과 ‘가치관’의 문제로 만들곤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언어와 문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지만, 본질에 대한 성찰이 없는 관심은 갈등과 혼란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글의 역사적 의미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 삶에서 언어와 문자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때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답한다. 그리고 언어와 문자를 정신과 가치관의 문제보다는 생활의 문제로 보자고 말한다. 그래야만 한글을 둘러싼 담론과 정책이 민족 문제를 끌어안으면서 민주주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어민족주의를 걷어내고 한글을 둘러싼 역사적 선택의 과정을 톺아보다

세종대왕은 자신이 새로이 만든 문자에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한문(漢文)’에 대비하여 ‘언문(諺文)’이라고 불렀다. 근대화가 되어 민족과 국가의 의미가 새로워지면서 ‘속되다’를 함의하는 언문이라는 표현을 용납할 수 없었고, ‘국문(國文)’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국가가 일본에 병합되고 국문과 국어가 일문과 일본어를 뜻하는 이름이 되자, 조선인들은 ‘국문’을 대신할 이름을 찾았고 대한제국의 글 또는 문자라는 뜻으로 사용되던 ‘한문(韓文)’을 풀어쓴 ‘한글’이 탄생했다.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한글’은 독립의 의지를 일깨우는 이름이기도 했고 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은 문자의 이름이면서 우리말의 이름이 되었다.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말을 지키는 길이었던 상황에서 말과 글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글과 한국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역사적 경험과 상처를 걷어내고 한글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선택되어왔는가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말이란 생득적인 것이지만 문자는 선택의 대상이며, 그러한 선택은 언제나 역사적 선택이었다.
세종은 소리문자가 필요하다는 역사적 요구에 응하여 문자를 만들었고, 조선 사회는 그 문자를 받아들여 활용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한글이 백성의 것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정조는 백성과 소통하는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고, 나아가 고종은 백성들에게 법률을 알릴 때 국문을 기본으로 하라고 칙령을 내림으로써 ‘알려야 할 필요’를 넘어 ‘알려야 할 의무’를 자각했음을 보여준다. 이후 공공의 글쓰기는 일반인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말의 규범, 즉 사전을 출판하는 일에 주목하게 된다.

‘원칙의 고수’와 ‘관습의 수용’ 사이에서

일제강점기에 한글을 둘러싼 역사적 선택의 과정은 그 자체로 근대화운동이면서 독립운동이 될 수밖에 없었다. 조선총독부의 일본어 상용화 정책에 맞서 표준어,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등 여러 방면에서 역사적 선택의 노력이 있었다. 역사적 선택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의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합의하여 내리는 결정이다. 문자 선택의 정당성은 대중의 수용이라는 민주주의적 원칙에 의해 확보된다. 예컨대 단일 표준어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조선어 정리의 주도권을 잡은 조선어학자들의 언어 규범화 작업은, 피지배 민족의 역량을 결집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서 현재까지도 국어생활을 이끄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국 ...

목차 TOP

책을 시작하며 / 우리에게 한글은 무엇인가

1부 민권民權 한글과 더불어 성장한 민주주의
‘알려야 할 의무’와 ‘알권리’를 말하다
표준어 정하기
말의 표준화, 소통의 민주화
표기법과 대중, 규범의 유통기한
* 영어 시대, 우리말로 말할 권리와 의무

2부 자주自主 한글로 지켜야 할 주체성의 한계
국어 순화의 이데올로기
생활 속 언어로 외래어 자리잡기
생활 속 언어로 고유어 자리잡기
한글 표기로 본 외래어 인식
한글 표기를 통해 본 한자와 한자 문화권
* 광화문 현판에 새겨진 정치역학

3부 평화平和 한글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모 ...

본문중에서 TOP

‘다양한 방언의 말살을 의미할 수도 있는 표준어 정립이 곧 우리말의 발전일 수 있을까’라는 홍기문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는 근대적 가치관이 도전받는 현실에서, 언어의 표준화라는 근대적 논리의 유효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표준화된 한국어를 열망하며 단일한 말로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시도 자유롭지 못했던 더 넓게는 국가주의에 매몰되었던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기도 하다. 한국어는 지역에 따라, 나이에 따라, 계층에 따라, 심지어는 성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 '1부: 말의 표준화, 소통의 민주화' 중에서)

이승만이, 형태주의 표기법이 역사적인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그는 20세기 초의 상황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해방 이후 정립된 한 국가의 표기법을 개혁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승만은 관습을 존중하고 대중들에게 편리한 표기법을 만들기 위해 개혁을 추진했겠지만, 이승만이 주도한 철자 개혁이 실패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의 국어의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

저자소개 TOP

최경봉 [저]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어휘의미론, 국어학사, 국어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국어 명사의 의미 연구], [우리말의 수수께끼](공저), [우리말의 탄생],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공저), [국어사전학 개론](공저), [한글 민주주의], [교양 있는 10대를 위한 우리말 문법 이야기], [의미 따라 갈래지은 우리말 관용어 사전], [어휘의미론]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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