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 체험판 : 본 상품은 체험판으로 본문 내용의 일부만 제공합니다

저 : 이희근출판사 : 책밭발행일 : 2013년 04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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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그 낯선 이름에 대한 기록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과연 그 많은 인물들이 모두 왕족이나 양반, 평민들이었을까? 우리가 흔히 천하다 여기고, 실제로 당시만 해도 비천하며 험한 일을 도맡았던 이들이 다수 등장한다. 비록 극중이지만 그들은 실재했으며, 그 기록 또한 유효하다. 이렇게 도축을 하고, 사냥을 하며, 광대짓을 했던 이들을 역사는 ‘백정’이라 불렀다.
바로 이 '백정‘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누군가에겐 새로울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명백하게 와 닿을 만한 백정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도서출판 책밭의 신간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백정 연구에 몰두해 온 저자의 연구기록이자 가려져 있던 역사의 장막을 거두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는 그림자로만 살아왔던 백정이란 존재를 한 줄기 ’진실‘이라는 이름의 빛으로 밝힐 수 있는 계기이자 큰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은 ‘신분’이라는 편견으로 백정을 천대하고 모욕했던 우리 역사 앞에 내미는 도전장이다. 기록과 증언으로 써내려간 진짜 백정의 역사다. 이젠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그 의미도 퇴색했다. 조선 500년을 살았던 수많은 백정의 피는 지금 우리 혈관 속에 그대로 흐르고 있다.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은 우리 몸에 흐르는 백정의 그 핏줄기를 따라가며 천대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한반도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성장한 백정의 진면목을 살피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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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은 천대와 멸시의 대명사다. 그러나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조선이 평민 이하의 백성 중 30%에 육박하는 백정을 어떻게든 왕조의 인구로 거두고 정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점을 보면 그렇다. 산악이 발달한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리고 지리산이 버티고 있던 남원 일대의 거주 인구 대다수가 백정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은 백정에 관해 우리가 입담 수준에서 올리던 이런저런 스토리들을 차분한 지식으로 정착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조선 왕조의 통치 그룹 안에서 벌어졌던 국정에 관한 대화, 즉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차분한 사실(史實)과 관련 기록들을 바탕으로 ‘백정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결론적으로 보면 조선시대 백정으로 분류했던 다른 혈통의 사람들은 대개가 한반도 재래의 인구가 아닌, 외래 거주민이다. 특히 고려시대 만주와 중원 지역에서 벌어졌던 왕조의 힘겨루기에 따라 패망한 거란족의 다수가 한반도로 넘어와 조선시대 백정으로 정착했다는 책 속의 주장이 눈에 띈다.
화척(禾尺)과 재인(才人), 달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외래 거주민이 조선에 들어와서는 백정으로 불린 사실, 소나 돼지를 잡는 도축 전문가인 이들로 인해 조선시대 한때 쇠고기 구워먹기가 큰 유행을 이뤘다는 점, 산악이 발달한 곳에 호랑이나 표범 등 맹수 사냥업이 거의 유목민에 가까웠던 이들 외래 거주민의 전문 직종이었다는 점들이 다 새겨볼 만한 내용이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한반도가 결코 배달이라는 단일계의 종족적 구성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는 점에 맞춰져 있다. 북방이나 남방으로부터 새로운 종족들이 유입해 정착함으로써 한반도의 다양한 핏줄을 형성했다는 것인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조선시대의 백정이라는 얘기다.
외래의 정착민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다문화 가정’이다. 다양한 핏줄의 섞임은 요즘의 다문화 가정에 앞서 500여 년 훨씬 전 한반도에서 대량으로 벌어진 현상이었다. 꽤 오래전의 그런 외래 거주민 후예들은 결국 조선의 황혼녘에 총을 들고 바다에 나선다. 병인양요의 프랑스군 침입에 이 땅을 지키고자 왕조가 동원한 사냥꾼들이었다.
첨단무기를 손에 쥔 프랑스군에 맞서 신기(神技)에 가까운 사격술로 끝까지 저항하다 숨진 백정의 후예들은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한 미국인의 눈에 ‘빨간 머리털과 수염에 180㎝가 넘는 거구’로 비쳤다. 그 인종의 다양성을 생각하며 슬쩍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보도록 만드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다양성 속의 조화, 나아가 한반도에 사는 ‘우리’를 곰곰이 되새기게끔 만드는 것도 책이 지닌 장점이다.

목차 TOP

저자의 말 -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인가?

1.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이방인
샌즈의 눈에 비친 조선인의 인종적 다양성
조선의 이방인, 백정

2. 백정의 탄생
여러 부류: 재인, 화척 그리고 달단
백정의 전신, 양수척
백정의 출현
사회적 차별의 대상

3. 백정의 조상
고려에 온 거란인
고려의 당당한 구성원이 된 거란족
한반도에 정착한 몽골족

4. 육식문화 보급의 주역
소고기 열풍이 불다
도축 금지령
가격폭등과 밀도살의 성행

5. 백정, 호랑이 사냥을 주도하다
공공의 적 1호, 호랑이
타고난 사냥꾼

5. 착호(捉虎)제 ...

본문중에서 TOP

조선 말에 한반도를 여행한 서양인 대부분의 인상이 그렇듯이, 당시의 조선은 많이 구겨진 모습이었다. 샌즈도 그 점에서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1898년, 그는 도쿄를 떠나 긴 항해 끝에 드디어 제물포에 첫발을 내딛었다. 샌즈의 눈에 비친 제물포항은 한 나라의 입국을 허하는 관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해 보였다. 배에서 내린 그의 시야에 방파제를 따라 쭈그리고 앉아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긴 머리를 손가락 크기로 땋아 매듭을 지어 머리 위로 올린 그들의 몸집은 일본인보다 컸다. 수염을 길게 기른 조선인들의 눈동자는 회색과 푸른색 그리고 갈색이었고, 머리칼은 붉었다. 그는 조선인들이 분명 여러 민족이 혼합된 혈통일 것이라 생각했다.
(/ p.17)

백정 중 도자(屠者) 혹은 도한(屠漢)으로 불린 도축꾼은 짐승을 잡고 고기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기록을 보면, 그들은 도성(都城)의 서쪽 무악산(毋岳山) 아래에 모여 살고 있었으며, 소와 말을 밀도살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인식으로 1950∼60년대만 해도 백정하면 푸줏간을 떠올릴 만큼 도축업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했다. 피물, 즉 짐승 ...

저자소개 TOP

이희근 [저]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겨레문화유산연구원의 전문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우리 안의 그들 역사의 이방인들], [한국사는 없다], [한국사 그 끝나지 않는 의문],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2], [산척, 조선의 사냥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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