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교양 없는 밤 

저 : 박진규출판사 : 문학동네발행일 : 2013년 03월22일 | 종이책 발행일 : 2012년 10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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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남겨진 자는 여전히 마음의 귀로,
떠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어릴 때 엄마와 먹었던 국수를 떠올리는 남자, 매일 아침 눈뜨면 나타나 어딘가를 가리키는 죽은 아내, 인간의 체액을 빨아먹고 살아가는 흡혈귀 같은 존재들, 시공간을 잃어버린 굴절된 남녀, 자살한 영혼들을 수거하는 국가기관 요원, 뱃속의 아이가 악마처럼 아름다운 괴물로 태어나길 꿈꾸는 미혼모…… 산 자들은 떠나간 자들의 흔적을 가리키고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을 현재로 불러온다.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 그리하여 만날 수 없고 숨결과 체온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활자에 붙잡혀 이야기에 매달려 있다. 박진규는 그 쓸쓸하고 덧없는 시간을 기억과 추억의 마술로 지금-여기, 이곳으로 소급한다. 소설집에 묶인 각각의 여덟 편의 단편소설은 긴 전생과 아득한 내생의 은밀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 이야기의 증인이고 청취자다. 형체는 사라지고 잔해만 남아 사라져버린 인물 개개의 역사를 박진규의 씁쓸하고 고독한 목소리로 듣는다. 그의 짧은 여덟 마디의 낭송을 듣다보면 너무 익숙해 잊고 있던, 저 멀리 까마득해 묻어두었던 우리의 맨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감춰두고 싶은, 숨기고픈 나와 당신의 일그러진 삶, 그 어두운 일면과 가감 없이 대면한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타인의 기억과 몽상을 게걸스럽게 흡혈하는 이야기.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가 박진규의 첫 소설집!


[교양 없는 밤]은 일찍이[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마이너리티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기존의 낡은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해낸 작가 박진규의 첫 소설집이다. 그가 상재했던 세 권의 장편소설이 진실과 허위로 가득 찬 현실세계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면, 이번에 출간된 첫 소설집에서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현실세계와 맞부딪치며 인간 군상들의 허위의 세계에 천착했던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고즈넉하고 쓸쓸한 알레고리화된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 인물들의 개인의 역사에 집중한다. 거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유니크한 이야기를 제시하며, 그것을 지금 우리의 어둡고 외롭고 쓸쓸한 현실 풍경과 접목해 단편소설을 읽는 재미와 함께 뜻 깊은 의미를 공감케 한다.

수놓는 풍경마다 공허하다.
폐허의 빈자리로 가득하다!


젊은 작가 박진규가 부려놓은 블랙홀 같은 여덟 편의 이야기는 이미 우리 곁에 존재했으나, 결국 사라져버린 존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제의(祭儀)의 일종이다. 현존했으나, 흔적이나 얼룩으로 남아 지금 우리 곁에 떠도는 그들. 그 떠나가버린 자들의 자취를 천천히 따라가 다시 우리들의 지금-여기를 되짚어 보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여덟 편의 각각의 이야기들은 삶의 세계에서 잠시 이탈해 죽음의 세계를 노크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박진규는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아무렇지 않게 뒤틀어버린다. 죽은 자들이 나타나 현실 속에 그대로 침투하고, 자살한 자들의 영혼이 도시를 활보한다. 또 일상에서 너무 소소하지만 미세하게 균열된 틈새로 어두운 기운이 스며들기도 한다. 그가 구축한 소설 속 풍경은 대개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죽음과 연관되어 있고, 또한 이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인물들은 죽음을 삶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서의 삶은 죽음과 경계가 모호하다. 죽음은 현실의 삶과 단절되지 않고, 죽은 자가 현실에서의 하나의 목소리를 획득한 채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진규가 소설집 한 권에 집약적으로 구축하려는 것은, 사라져버린 자들이 현실에 남겨진 자들의 삶에 어 ...

추천사 TOP

“그렇군. 나에게 부족했던 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연기력이었군.”

삶을 위한 연기는 고단하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거울 앞에서도 연기를 위한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퇴근길에서, 손님 없는 포장마차에서, 지하철 제일 마지막 칸에서 가끔 맨얼굴을 만나지만 그건 그저 낯선 타인의 얼굴일 뿐이다. 자신의 맨얼굴은 볼 수가 없다.
문학동네소설상을 기 수상한 박진규의 첫 소설집에는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맨얼굴의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내를 잃고 그리워하는 남자, 체액을 빨고 다니는 흡혈귀 같은 존재들, 굴절된 여인, 자살한 영혼들을 잡으러 다니는 요원들까지. 알레고리로 가득 차 있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고 읽으면 잊고 있던 우리들의 맨얼굴들이 드러난다. 속살을 감추고도 속살을 까발릴 수 있는 작가의 재주는 한국 젊은 문학에 있어 축복이다.
일찍이 마이너리티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바 있는 박진규가 이번에는 알레고리로 무장한 근사한 한 장의 레이블을 가지고 나왔다. 트로트에서부터 포크와 록 그리고 재즈까지 각양각색의 여덟 곡이 들어 있는 이 레이블은 우리를 흥분케 하고 흥겹게 만들다가 결국엔 곰곰 생각하게 만든다.
- 박성원 / 소설가

목차 TOP

너무 추워
은행강도
교양 없는 밤
국수
굴절
보고 싶은 얼굴
찬장
바르게 바로 서니

해설_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노대원,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TOP

독자들만이 소설가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는 건 아니다. 때론 소설가 역시 독자가 어떤 이들일지 생각한다. 이 단편들을 쓰면서 늦은 밤 열한시 어딘가로 춤추러 가고 싶었지만 혼자 침대에 걸터앉아 밤을 보내야 하는 이들을 떠올렸다.

밤 열한시부터 새벽까지 침대에서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을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로 흘러가는 여덟 개의 오래된 춤곡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책에게도 운명이란 게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 얇은 한 권의 소설책이 누군가의 머리맡에서 교양 없는 애완동물로 오래도록 살아가길 바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버려지는 기억.
나는 아내를 오늘 처음 만난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가 나의 아내라는 건 한낱 오해일지도 모른다. 날이 밝으면 우리는 사라진다. 해가 지면 우리는 낮의 사람들이 내버린 쓸모없는 기억으로 태어난다. 볼품없고 육체가 갖추어지지 않은 기억. 어제와 다른 기억. 우리는 그 텅 빈 여백을 채우려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감정과 몽상의 체액을 먹는다. 해가 뜨기 전까지 수많은 타인의 기억이 내 안에서 뒤섞이면 어느새 스스로를 ...

저자소개 TOP

박진규 [저]

1977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내가 없는 세월]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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