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저 : 루쉰(魯迅)역 : 이욱연출판사 : e나무발행일 : 2010년 04월26일 | 종이책 발행일 : 2003년 12월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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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루쉰인가?
동양권에서 세계 문단의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겐 《아Q정전阿Q正傳》으로 유명한 중국의 루쉰은 그 많지 않은 작가 중의 한 명으로, 뛰어난 문학가이자, 위대한 사상가, 현대목판운동의 선구자로서도 높은 명성을 지니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는 루쉰이라는 위대한 사상가와 대중과의 만남을 꾀하려는 시도이다. 루쉰 평론을 비롯한 선집들이 전공자나 연구자를 위한 학술서라면,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는 루쉰과 대중들의 만남을 보다 친숙하게 이끌어내 독자들에게 루쉰을 알리려는 것이다. 수많은 산문 중에 골라 엮어낸 이 작품집은 단순히 루쉰의 산문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편역자가 시공을 뛰어넘어 루쉰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끝에 이루어졌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사소한 일상을 살아내는 한 생활인으로서, 또한 암흑의 중국 근대사를 보낸 국민으로서 살아간 루쉰의 고뇌와 흔적은 외침이 되기도 하고, 유머가 되기도 하고, 날카롭게 번득이는 독설은 투창과 비수가 되어 우리에게 날아온다.
어둠 속에 불을 밝히는 외침
1991년에 발행되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가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옷을 새로 갈아입고, 예쁘게 단장한 것만이 아니다. 편역자 이욱연 교수는 10여 년이 훌쩍 지난 오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한다. 새롭게 출간된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는 변화된 우리 현실에 맞춰 새롭게 골라, 번역하고 일부만 실렸던 것을 전문을 다 실었다는 점에서 처음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 삶을 반성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루쉰 산문집은 ‘잡감雜感’이라 불리우는 독특한 형식의 글이 주를 이룬다. 그것은 한마디로 문예성과 시사성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하는 사회비평적 성격을 지닌다. 암울한 중국 근대사에서 중국 민중을 깨우고 중국의 현실을 질타한 루쉰의 산문(잡감)들은 지금 시대상황에도 결코 지나버린 과거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고 여전히 유용한 난제들로 가득하다. 부모자식간의 관계, 남녀평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쏟아내는 열렬한 외침은 한 마디도 놓칠 수 없다. 루쉰은 살아 있는 것의 으뜸을 생명으로 여기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식, 청년들을 진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쉰의 외침은 거침이 없다. 루신의 짧고 명징한 한마디 한마디는 비수이며, 그의 언어는 현실에 팽배해 있는 허위와 위선의 언어들을 격파한다. 비겁자들, 안일한 일상에 젖어든 사람들에게 루쉰의 목소리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메아리로 다시 돌아온다.
중국의 과거가 아닌 우리의 현재
루쉰은 소설에서나 평론에서나 ‘과거의 일로써 오늘과 지금의 일을 설명하고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방법을 쓴 문학가이다. 루쉰의 글에 담긴 미움 속의 사랑, 과거 속의 오늘의 현실, 웃으면서 우는 그의 마음은 역설의 힘을 보여준다.
물론 루쉰이 중국 근대라는 지평을 떠나 동아시아의 보편적 의미를 획득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에 실린 글들은 루쉰이 지닌 동아시아의 보편적 의미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루쉰은 일제 시대 이래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의 삶과 우리 현실을 반성하는 기제로서 읽혀 왔다. 7, 80여 년 전의 글을 읽다보면, 그것이 과거 중국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여전한 울림을 지닌다.

목차 TOP

1부 길은 영원히 있다
생명의 길/ 아이들에게/ 진화의 길/ 얕은 못의 물이라도 바다를 본받을 수 있다/ 자식의 아버지, 인간의 아버지/ 우리는 지금 어떻게 아버지 노릇을 할 것인가/ 노라는 집을 나간 뒤 어떻게 되었는가/ 여성과 국난/ 희망/ 연/ 꽃을 위해 썩는 풀/ 밤의 송頌/ 여름 벌레 셋/ 청년과 지도자/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기어오르기와 부딪치기
2부 절망에 대한 반항
폭군의 신민/ 왔다/ 성무聖武/ 총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자, 그리고 노비/ 만리장성 / 선두와 꼴찌/ 등불 아래서 쓰다/ 받들어 올리기와 내려 파기/ 페어 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꽃 없는 장미/ 류허쩐 군을 기념하며 / 빈말/ 현판/ 밀치기/ 아이 사진과 관련하여/ 전사와 파리/ 경험 / 습관과 개혁/ 관용이 미덕인가/ 물의 속성/ 양과 고슴도치/ 모래/ 불/ 나폴레옹과 제너 / 민중 속으로/ 지식의 과잉/차를 마시며
3부 외침, 그리고 방황
철의 방에서 외치다/ 후지노 선생/ 저는 식인 파티를 돕고 있습니다/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미래를 지나치게 밝게 본 잘못

본문중에서 TOP

우리들은 아직 굶어 죽을 정도로 배가 고파서 아무도 없을 때 남의 밥그릇을 넘존 적이 없다. 죽을 정도로 가난하여 남몰래 남의 돈을 넘본 적이 없고, 성욕이 넘쳐서 이성을 보고는 아름답다고 느낀 적도 없다. 그러기에 나는 큰소리를 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본다. 기억력이 좋다면 나중에 그때에 가서 얼굴이 붉어질 테니까.
혹시 자신을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도리어 믿음직스러울지도 모른다. 청년들이 금 간판이나 내걸고 있는 지도자를 찾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차라리 벗을 찾아 단결하여, 생존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나으리라. 그대들에게는 넘치는 활력이 있다. 밀림을 만나면 밀림을 개척하고, 광야를 만나면 광야를 개간하고,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 우물을 파라. 이미 가시덤불로 막힌 낡은 길을 찾아 무엇 할 것이며, 너절한 스승을 찾아 무엇 할 것인가?
(청년과 지도자/ p.91)

저자소개 TOP

루쉰 [저]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 일찍이 서양의 신학문을 공부한 그는 1902년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센다이 의학전문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나, 의학으로는 망해 가는 중국을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 문학으로 중국의 국민성을 개조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의대를 중퇴, 도쿄로 가 잡지 창간, 외국 소설 번역 등의 일을 하다가 1909년 귀국했다.
1918년 『신청년』에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 일컬어지는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문학가로서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아Q정전」, 「고향」 등의 소설과 산문시집 『들풀』, 산문집 『아침 꽃 저녁에 줍다』, 시평을 비롯한 숱한 잡문을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의 예로센...

이욱연 [역]

고려대 중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이다. 논문으로 「노신의 소설 창작과 기억의 서사」 등이 있고, 저서로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이욱연의 중국문화기행]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문화]가, 옮긴 책으로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루쉰 산문선집] [인생은 고달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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