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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밑줄 : 김경집의 인문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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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경집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19년 09월 30일
  • 쪽수 : 3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40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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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인문학자 김경집이 건네는 인생철학의 문장들

    “성찰과 너그러움이 수반된 매 순간이
    우리의 삶을 더 농밀하게 할 것이다.”

    용기, 태도, 고독, 관계, 유연함, 죽음, 여유,
    나이, 느림, 너그러움에 대한 짧은 글 그리고 긴 생각


    자신의 삶은 고유하고 특별하다. 힘, 돈, 앎의 너비와 깊이는 다소 다를지라도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해가 매일 뜨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온 모든 시간은 늘 그게 그것인 듯하지만 한순간도 같은 시간이 아니다. 다만 어떤 밀도의 시간이었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바쁘게 산다고, 성공적인 삶이라고 농밀한 시간은 아니다. 나의 사유와 성찰,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실천이 밀도를 결정한다.

    여기 ‘25년 배우고, 25년 가르치고, 25년은 저술과 강연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으로 읽고 쓰기를 거듭하며 삶과 맞닿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온 인문학자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고 영역의 울타리를 깨트리며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 혁신, 융합’을 진화시키는 활동으로 여념이 없는 김.경.집. 그가 지금까지 ‘인문학자’로 살아오면서 가슴에 품었던 주옥같은 인생의 문장들을 신간 《인생의 밑줄》에 꺼내놓는다.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이 중심이 되어온 인문학에서 발견하고 가슴으로 머리로 곱씹어온 사유의 결정체들이다. 철학, 종교, 심리학, 역사, 과학, 문학, 미술, 음악, 정치, 경제, 환경, 젠더 등의 맥락을 아우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통찰의 순간들이다. 나아가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성찰, 그리고 실천의 언어들이다.

    저자는 삶의 트랙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지, 오만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마음과 생각이 농밀해지는 시간, 이렇게 세 가지 주제를 축으로 풀어나간다. 구체적으로 우리 내면의 힘을 구성하는 용기, 태도, 고독, 관계, 유연함, 죽음, 여유, 나이, 느림, 너그러움에 대한 응축된 문장(아포리즘)과 그에 대한 인문학자의 깊고 긴 생각들을 울림 있는 글로 전한다. 이 책에 담긴 114개의 짧은 문장과 깊고 긴 생각들은 정작 자기 삶의 밀도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지혜의 말이자 깊이 가슴에 품어야 할 우리 인생의 철학이다.

    우리의 삶은 영원히 현재진행형이고 심지어 죽음마저도 그 일부일 뿐이다. 이제까지의 삶이 주로 크로노스(양으로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카이로스(질로서의 시간)이어야 한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무엇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창조적 영감을 가져다주고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는 시간이다. 이제 그런 시간으로서의 삶을 누려야 할 때다. 사느라 바빠서, 혹은 가족 부양 의무가 더 막중해서, 성공하고 싶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면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김경집의 《인생의 밑줄》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두 개의 시간이 조화되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용기를 줄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하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는지 안내해줄 것이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지혜로움에 대하여

    “지혜가 거창하고 대단한 건 아니다.
    소소한 것에서 깨달음을 발견하고 일반적인 것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허물을 깨닫는 것이다.”


    용기 : “진정 중요한 건 마음에 새긴다지만, 새기는 게 아니라 깨뜨려서 지키는 삶도 있다.”
    저자는 서른 즈음, 25년 배우고, 25년은 가르치고, 25년은 마음껏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싶다고 막연하게 바란다. 쉰 즈음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랐고, 서너 해 고민하다 학교를 떠난다. 자유를 선택한 것. 지금까지의 삶의 트랙을 벗어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깨뜨리는 것, 두렵기는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깨뜨려야 비로소 삶을 지킬 때도 있다.

    태도 : “문을 여는 것도 방에 들어가는 것도 집에서 나오는 것도 그 주체는 바로 나다.”
    철학이 삶에 꼭 필요할까? 철학은 고상하지만 어렵고, 심오하지만 살아가는 데에는 별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막상 철학책을 펼쳐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철학은 ‘보는’ 것이 아니라 ‘그려내는’ 것이다. 누가 그리는가? 바로 나다. 플라톤이건 칸트건 공자건 철학자를 먼저 찾기보다 내 문제를 먼저 던져야 한다. 내 삶, 내 존재, 나와 세계와의 관계, 참된 가치의 인식과 실현 등 내가 안고 있는 물음이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결국 내가 ‘묻는’ 행위가 바로 철학이다.

    고독 : “고독은 쓰리고 아프고, 외롭고 쓸쓸한 게 아니다.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고 내면에 말을 거는 완벽한 충실함이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고립이다. 나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나와 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출’이다. 고립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로부터 ‘고독 당한’ 것이다. 타율적 고독이다. 그걸 분별하지 못하니 고독을 힘들어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독일의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폴 틸리히의 말은 바로 그런 의미다. 고독은 처음엔 쓰지만 시간이 흐르고 깊이 들어갈수록 특별한 맛이 나타난다. 그 맛을 느낄 때 비로소 고독을 즐길 수 있다.

    사람 : “기댈 어깨를 먼저 내주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가치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버나드 쇼는 “모든 일을 용서받는 청년기는 아무것도 스스로 용서하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 일을 용서하는 노년기는 아무것도 용서받지 못한다”고 비틀었다. 하지만 어지간한 허물은 눈감아주며 어깨 내주는 건 부모고 선배의 몫이다. 살짝 손해 보는 것 알아도 내게 큰 부담 주는 것 아니면 모른 척 받아주는 아량만 마련해도 누군가 힘들 때 내게 기댄다. 내가 어깨를 먼저 내줘야 나도 누군가의 어깨를 빌릴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지탱하고 희망을 지니며 산다.

    유연함 : “아침의 햇살과 저녁의 햇살이 다르듯 사람도 그렇다. 우리는 늘 그렇게 달궜다 식었다 하면서 살아간다.”
    칸트는 완벽하게 일관된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쾨니히스베르크에 살던 사람들은 칸트의 산책 시간으로 시간을 짐작했을까. 그랬던 칸트도 어느 날 산책을 빼먹었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푹 빠져 산책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 에피소드에서 루소의 저작을 말하지만 나는 ‘산책을 까먹은’ 칸트여서 좋다. 가끔은 정신줄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 짧은 일탈이 칸트에게는 뜨거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적당한 빈틈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달궜다 식었다 하는 삶이 가능하다.

    죽음 :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모든 죽음의 가치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죽음이 두렵다. 하지만 오래 산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것도 타자의 눈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 그래도 죽음을 인식한다면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짚어볼 수 있다. 죽음은 그런 점에서 삶의 거울이다. 한 사람의 삶은 그의 죽음으로 평가된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살아온 삶으로 평가된다. 나는 어떤 죽음을 기대하는가. 죽음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죽은 뒤에도 아쉬움과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사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

    쉼 : “산책은 몸의 사유고, 사유는 머리의 산책이다.”
    산책은 몸으로 세상을 읽는 행위다. 그것은 저절로 사유로 이어진다. 무념무상하게 걸어도 어느 틈에 내 몸이 사유하고 있음을 느낀다. 걸음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사유의 리듬과 보조를 맞춘다. 산책과 사유와 머리는 그렇게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 밀접한 연결이 짧은 시간을 생산적인 산으로 변화시킨다. 걷는 것은 세상과 나를, 그리고 삶을 사유하는 일이다.

    자존심 :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은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힘이기도 하다.”
    과도한 자기중심적 태도나 이기심에서 비롯된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하지만 모든 자존심이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애정과 존엄성의 믿음이 없다면 나를 버텨낼 수 있을까? 내 삶과 일에 대한 신념이 담긴 자존심이 나를 마지막까지 버티게 할 힘이다. 걸핏하면 자존심 버리라는 말 좀 하지 말자. 그렇게 말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나이 들어 ‘멍청하고 무기력한’ 자존심 따위를 붙잡고 있지 말고.

    느림 : “속도는 기계의 시간이고 느림은 자연의 시간이다. 중년은 기계의 시간에서 자연의 시간으로 전이하는 시간이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생각과 느낌의 갈래가 분화되고 진화된다. 무턱대고 느림은 아름답다며 ‘느림의 미학’ 운운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다. 그냥 느려서 아름다운 게 아니다. 마음과 생각이 농밀해지는 속도여서 아름다운 것이다. 그게 지혜를 깨닫는 시간이다. 《채근담》은 말한다. “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자는 스스로 줄이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천한 자는 스스로 좁힌다.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래 한거(閑居)하지만 악착같은 자는 스스로 분주하다.” 그걸 깨닫는 게 지혜다. 내 주변의 사물 하나하나의 모든 질감을 천천히 촉각적으로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뜻밖에 많은 것을 사유하고 감각할 수 있다. 느리다는 건 단순히 속도를 뜻하는 게 아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깨뜨려서 지키는 삶
    : 자유롭게, 먼지를 털 듯이


    1 용기에 대하여
    2 삶의 태도에 대하여
    3 고독과 버팀에 대하여

    제2부 오름 같은 사람이라면
    : 오만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1 기댈 수 있는 사람에 대하여
    2 유연함에 대하여
    3 떠나보냄과 다가오는 것에 대하여

    제3부 기계의 시간에서 자연의 시간으로
    : 삶의 무늬를 새기는 은밀한 곳


    1 쉼, 영혼을 달래는 방법에 대하여
    2 나이 들수록 되새길 가치에 대하여
    3 느림과 너그러움에 대하여

    본문중에서

    누구에게나 여러 이유나 핑계로 미루거나 회피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꿈이 있다. 힘을 다 써버리기 전에 꼭 한 번 해야겠다는 의지를 벼르며 사는 것, 끝내 시도하는 것, 그것이 나에 대한, 내 삶에 대한 예의다.
    (/ p.19)

    확률을 따지기 전에 그것을 해낼 내적 추동력이 내 안에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게 없는데 무턱대고 덤벼봤자 헛심만 쓸 뿐이다. 그게 머지않아 소멸될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자리 박차고 도전에 나서는 게 좋다. 빵을 손에 쥐는 동시에 먹기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패한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도전해보지도 않은 게 두고두고 후회되지 않기 위해서는 도전해볼 일이다. 그 도전이 내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요, 마다 할 일이 아니다. 도전이 성공할 확률이 1퍼센트라 해도 로또 당첨 확률보다는 훨씬 높다.
    (/ pp.29~30)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을 향한 태도”라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일찍이 말했다. 아무리 남루해도 그것을 똑바로 마주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소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당당하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격려한다. ‘하찮은 나’에게 굴복하지 않는 ‘당당한 나’를 구현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그래야 한다.
    (/ p.65)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일이다. 예전의 중년은 삶의 쇠퇴기며 마감을 앞둔 시기다. 유엔에서 지정한 연령대를 따지면 이제 청년 후반기의 삶이다. 그러니 중년의 삶은 늦지 않았다. 의무의 삶은 대강 이행했다. 계속해서 의무의 삶을 찾으면 또다시 외롭고 허전하고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당당하게 권리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의무도 다했는데 내 삶에 충실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중년을 넋두리로 보내기에는 남은 시간도 많고 아깝다. 숭숭 뚫린 구멍 채우며 살아가면 될 일이다. 더 늦기 전에.
    (/ p.92)

    제주 오름의 상당수는 민둥산처럼 보인다. 거창한 숲이 없고 낮은 관목이 듬성듬성 있고 푸른 초원이 완만한 경사면을 덮고 있는 듯 보인다. 감춘 길이 없어서 사방으로 연결되고 하늘과 직접 교통한다. 작은 동산 같지만 오름이 하나의 소우주인 까닭은 그것 때문이다. 삶에서도 백두산 한라산처럼 웅대한 산과 산맥을 거느린 주연만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고 주연이다. 조연의 연기가 뛰어나야 영화가 사는 것처럼 내가 누군가의 멋진 조연일 때 관계의 망은 촘촘해지고 매력적이다.
    (/ p.114)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멀리서 보면 존경할 인품과 흠모할 행적의 인격으로 보였던 사람도 가까이서 보면 욕망과 술수로 똘똘 뭉쳐진 인간성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처받는다. 그러니 너무 가까이하지 말라는 충고다.
    (/ p.126)

    오름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아무도 높이를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도 그의 직업, 학력, 수입, 인간관계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근거해서 그 사람을 판단한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어떤 지표로 가늠한다. 오름은 거대한 산맥도 아니고 고산준봉이 아닌 까닭에 높이를 따지지 않는다. 오름은 높이로 평가되는 게 아님을 사람도, 오름도 다 안다. 오름들은 높이를 경쟁하며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수줍게, 사람들이 이름을 모르거나, 따로 이름 붙여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오름에서 의연함을 배운다.
    (/ pp.138~139)

    쉼은 나를 느끼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게 빠지면 그냥 지친 몸을 쉬게 하고, 다시 충전한 에너지로 일상을 달리게 하는 열량 보충에 불과하다. 그런 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나를 느끼면 저절로 존재 의미에 대해 혹은 자아실현에 대해 한 토막이라도 생각하게 된다. 그런 쉼이야말로 소중한 선물이다. 그런 쉼을 마련하면서 누려야 한다, 삶은. 이제는 그런 시간이다.
    (/ p.215)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petit’나 영어의 ‘little’ 모두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갖는다. ‘어리다’와 ‘작다’가 그것이다. 작가의 의도는 ‘어리다’가 아니라 ‘작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 비가역적이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나도 그랬어’ 하고 위로한다. 그 어린 시절의 생각을 동심이라고 여긴다. 순수하고 맑고 깨끗했던 시절. 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니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다. ‘어린 왕자’가 아니라 ‘작은 왕자’다. 지금도 내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왕자다. 그게 동심이다. 그러니 잃을 수 없다. 다만 있다는 걸 잊을 뿐이다. 동심은 ‘나인 나’가 있을 때 가능하다. 잊지 않아야 잃지 않는다.
    (/ pp.226~227)

    노벨문학상을 받고 세계적인 인권사회운동을 펼쳤던 펄 벅(1892~1973)이 일흔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물었다.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 치른 값이 얼마인데요. 나는 다시 그것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지금이 좋습니다. 지금 이 나이를 누리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겁니다.”
    그렇다. 지금을 살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상의 시간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최상의 시간인 ‘또 다른 오늘’이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나이 들어가는 일이고 그래야 나이 듦이 즐겁다.
    (/ p.265)

    어중간은 한쪽에 쏠리지 않는다. 중간에서 완충의 역할도 한다. 어중간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게 아니라 이것도 품고 저것도 품는 너그러움일 수도 있다. 조직에서도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 개인에게도 그런 품성이 필요하다. 매사 경계가 또렷하고 명료한 것만 있을 수 없다. 그 경계(境界)를 허물고 경계(警戒)를 누그러뜨리는 요소와 인간이 필요하다. 내 안에 어떤 어중간이 있는가. 얼마나 넉넉한 어중간이 있는가 너그럽게 생각해볼 일이다. 가끔은 어중간한 것도 좋다. 늘 각 세우고 살 것도 아니지 않은가.
    (/ p.29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8종
    판매수 13,840권

    인문학자. 시대정신과 호흡하고 미래 의제를 모색하는 일에 힘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운동과 지역인문공동체 모색에 작은 밑돌을 놓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예술철학과 사회철학을 공부한 뒤,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을 전담해 가르치다가 스물다섯 해를 채우고 학교를 떠났다. 현재 자유롭게 글 쓰고 강연하면서 방송에도 출연하고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학교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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