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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지 않은 몰락 :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불안과 화해의 시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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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사상가,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불안과 화해의 시대론

1950년 전후 일본에서 태어나 근대화 과정을 성찰하며 일본 사회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한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가 처음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위험하지 않은 몰락]에서 근대화의 그늘과 세계의 오늘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역사의 비극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인류에게 ‘처참과 고난, 비탄과 번민, 죽음과 질병 같은 비극을 통해 숙연해지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경고한다. 두 지성의 날카롭지만 섬세한 대화 속에서 독자들은 오늘날 마주하고 있는 불안의 이유를 발견하고, 그것과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그렇다. 우리는 근대의 아이들이다
인류는 근대를 거치며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상 위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근대의 횃불은 시민혁명을 잉태했고 헌법 아래에서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국가를 출현시켰으며, 또한 찬란히 빛나는 이성의 힘은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 안에서 태어난 근대의 아이들인 우리는 영원히 평화를 구가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굳건할 것만 같았던 근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는 중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에 테러가 침입하고 글로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소용돌이치는 오늘날, 근대를 지탱해온 국민국가체제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전 세계는 최종 전쟁 단계에 돌입했다.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인류의 역사는 ‘21세기의 야만’을 넘어 다시 한 번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는 이 책에서 근대의 침몰은 막을 수 없다고 말하며, 세계가 조금 더 안전하게 다음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세계최종전쟁’ 단계로의 돌입

세계의 역사는 근대의 정통을 자처하는 혁명의 나라와 독립혁명의 나라를 모범으로 삼아 전개된다고 여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통’은 혁명이라는 특정한 원리와 원칙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국가라는 뜻이며, 한마디로 자유를 근본 원리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_강상중, 24~26쪽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초 위에 건국된 미국과 프랑스는 사상과 문물의 종주를 자부하며 역사를 전진시켰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두 나라가 테러리즘의 목표물이 되었다는 사실은 근대의 아이러니다. 『위험하지 않은 몰락』은 이 도착적 상황의 원인을 추적한다.
강상중에 따르면, 냉전이 끝나고 ‘근대’가 세계의 기준이 되어 전 세계가 미국과 프랑스를 본받아 자유를 원리로 하는 국가, 사회, 제도를 만들기 시작하던 순간 중동에 ‘이슬람 부흥’을 기치로 내건 국가들이 출현하면서 ‘유일하고 순수한 근대 모델’의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중동의 혼란을 수습하고 세계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과 갈등은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초래했고, 이때 피해자가 된 중동 사람들의 심상에 미국과 프랑스에 대한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 자리 잡는다. 강상중은 여기에서 현재 서구 대도시의 일상생활 속으로 침입한 테러리즘의 기원을 찾는다.

새로운 야만의 출현, 전 세계적 우경화

세계는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며 전체주의라는 환상의 위험을 통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프랑스 ‘국민전선’의 대약진, 일본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등 전 세계에서 우경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 현상을 ‘21세기 새로운 야만’의 징조로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17세기 이후 근대 세계는 ‘국민국가’라는 공통 조건하에서 유지될 수 있었다. 국민국가체제라는 모델에 따라 세계는 제도와 문화를 획일화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유일한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마침내 ‘자본과 시장’이 지상의 원리가 되는 시점에 이르자, 국민국가체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조건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자본과 시장은 각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반면, 국가는 자본과 시장을 국경 안에서 보호하고 운용하고자 했다. 20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국가와 시장의 갈등에서 마침내 시장이 승리했고, 여기에 대한 반발로 자국의 국경에 높은 담장을 치자는 ‘우경화’ 현상이 다시 대두했다는 분석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현재 일본의 정치 상황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일본은 북한과 싱가포르를 합친 나라라고 말한다. 정치적으로는 시민에게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강권적 지배 국가인 북한을 모델로, 경제적으로는 국가의 목표가 오로지 성장에 매몰되어 사회의 모든 제도가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설계된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고 있다. 두 모델 사이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경제 모델이며, 극우 전체국가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사회주의의 승리로 향하는 과정에 자본주의의 발전을 포함시켰던 마르크스의 계획이 겹쳐지는 대목이다.

우리는 불안한 시대에 빙의되었는가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인이 시대의 불안한 분위기에 ‘빙의’되어 있다고 우려한다. 언론은 북한은 별거 아니라며 전쟁을 종용하고,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제대로 수습하지 않은 채 지방 경제를 말살시키더니 결국 헌법을 뜯어고쳐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 과정에 집권 자민당이 설정한 경제성장 모델이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적 합의 형성의 절차나 분권 시스템으로는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없어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권한을 총리관저에 집중시키고 사법부와 입법부가 행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_우치다 타츠루, 200쪽

전 국민이 도시에서 임노동을 하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구입해야 하는 구조를 갖추면 GDP가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임노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_우치다 타츠루, 206쪽

침몰을 막을 열쇠는 관용과 환대의 정신

이 책에서 두 지식인의 대화는 위험을 분석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21세기의 야만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무한히 확장되던 두 사람의 사고는 한 곳에서 동시에 멈춘다. 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이다.
전후 독일은 세계의 그 어느 국가보다 전쟁 책임을 치열하게 반성했고, 그 반성적 사고 위에 새로운 국가의 초석을 세웠다.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책무를 지는 것을 국가 이념으로 삼은 독일은, 아예 헌법에 ‘난민 수용’ 조항을 명문화시켰다. 윤리적 부채 의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독일은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나아가 강상중은 독일의 반성과 윤리적 부채 의식이 동 서독 통일의 바탕이 되었다고도 설명한다. 세계대전을 겪으며 타자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교훈을 전 국민이 공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이슬람 공동체의 ‘자카트 문화’를 오늘날의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또 다른 열쇠로 제시한다. ‘우리가 양보하면 그쪽도 양보하라’ 같은 평등주의 논리가 아니라 내가 먼저 양보하는 관용의 자세가 공생과 화해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언제 물과 식량 없이 황야를 헤매게 될지 모릅니다. (중략) 착한 사람을 만나면 살아남고 구두쇠를 만나면 죽는다는 건 곤란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사막에서 천막을 발견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황야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언제나 타자와 공유한다는 도덕이 신체화되었습니다. _우치다 타츠루, 126쪽

작은 공동체에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두 사람은 작은 공동체 단위로 세계가 재구축될 것이라고 말하며 독자를 안심시킨다. 미국이라는 세계 유일의 성장 모델이 힘을 잃고 국민국가체제가 액상화됨에 따라 세계는 이슬람권, 유럽권, 유교권 등 몇 개의 단위로 광역화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완으로 작은 지역 단위의 공동체가 재구축된다는 예상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지역화 과정에서 ‘정상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7만 년 전부터 인간은 경제활동을 해왔습니다. 그 대부분의 시기 동안 한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산의 형태와 교환의 형태가 거의 바뀌지 않는 정상경제였습니다. 1년간 몇 퍼센트 성장을 했는지 같은 수치를 산업혁명 이전의 인류는 구경한 적도 없으니까요. (중략) 시장에서 상품으로 구입할 때는 몹시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서비스도, 상호부조적 공동체의 내부에서는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대가는 다른 기회에 다른 형태로 누군가의 ‘좀 부탁드릴게요’에 응하는 것으로 치러집니다. _우치다 타츠루, 219쪽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는 초고속 화폐경제 시스템의 반대편에 교역 중심의 호혜적 경제 시스템을 위치시킨다. 성격이 전혀 다른 경제활동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다양한 공동체가 각자의 역사 배경과 지리 조건에 기반하여 최선의 모델을 결정하는 미래. 인류의 새로운 역사는 두 사람이 가리킨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불안과 화해의 시대론 5
들어가며 범람하는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9

서장 세계는 ‘최종 전쟁’으로 향하는가

파리 동시다발 테러사건 19 | 냉전의 시작과 1차 세계대전 20 | 평화의 100년, 발전의 200년 22 | 서구를 지배하는 자유 이데올로기 23 | 자유에 대한 반역-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 27 | 프랑스에 만연한 저주 28 | 9 11 이후 증가한 테러 31

1장 액상화하는 국민국가와 테러리즘

기회를 박탈당한 이민계 청년들 37 | 극심한 식민지 수탈과 그로 인한 빚 41 | 패전국으로서 자아비판을 하지 않았기에 48 | 면면히 이어지는 프랑스 극우주의 57 | 미국에도 등장한 극우 대통령 후보 64 | 패전의 르상티망 75 | 액상화하는 국민국가 -역사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84 | 글로벌화의 귀결, 난민 86 | 개헌안 속의 신자유주의 89

2장 의사전시체제를 사는 우리

일상으로 들이닥친 전쟁, 테러리즘 97 | 전쟁을 원리가 아닌 숫자로 본다면 101 | 의사전시체제를 사는 우리 107 | 돈보다 목숨이 소중하다 110

3장 제국의 재편과 코뮌형 공동체의 활성화

국민국가의 해체와 세계의 제국화 119 | 제국 재편의 코스몰로지와 종교 122 | 코뮌형 연합체를 기축으로 131 | 난민에게 소속감을 주는 공동체의 지원 142

4장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름의 기민사상

메이지 150년, 일본 총리의 야망 157 | 폐허가 된 탄광과 대지진 직후의 원전 159 | ‘인간기둥’이 지탱하던 근대의 동력 166 | 근대 150년의 성장과 그늘 169 | 미국의 근대 산업을 지탱해온 노예노동 174 | 미국 모델의 오류 176 | 미국의 성공, 인류의 불행 184 | 삐걱거리는 대국, 휘둘리는 소국 186 | 미국 모델의 약화 189

5장 싱가포르화하는 일본

일본의 싱가포르화 199 | 향토를 파괴하는 독재자 204 | 싱가포르의 그늘을 그리는 젊은 영화인들 211 | 진행되는 싱가포르화 213 | 성장신화, 리버럴리스트의 약점 216 | 정상경제와 미래 218 | 전후 민주주의라는 허상 226 | 앵글로색슨 리버럴리스트의 행방 231 | 이데올로기의 세례를 받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 235 | 통일 독일의 안정성 240

6장 불쾌한 시대의 폭주를 막기 위하여

미국의 정체는 언제 시작될까 249 |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기 251 | 일본에 숨어 있는 위험한 반미 르상티망 254 | 3차 세계대전의 전망-터키 아니면 한반도? 263 | 70년 평화에 질린 혐오감의 만연 269 | 체제의 붕괴를 바라는 위정자들 274 | 역사에서 불쾌한 시대의 결말을 배우다 280 | 철수와 축소만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284 | 귀향의 딜레마-이시마키 출신자의 질문 288 | 싱가포르와 승자 건축 문화 -고시마 유스케光嶋裕介(건축가, 가이후칸 설계자)의 질문 292 | 강한 자를 위한 건축은 후세에 남지 않아 294 | 약자를 환영하는 공공건축 297

마치며 300

본문중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이 ‘이제 두 번 다시는Never again’이라고 굳게 맹세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 맹세와 함께 전후가 시작되었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염원이 역사를 움직였다. 하지만 살육은 결코 멈출 줄 몰랐으며 전 세계에서 크고 작은 비극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목숨은 끊임없이 역사라는 이름의 단두대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냉전의 종언 이후 사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세상 거의 모든 곳에서 자유가 승리했지만 역설적으로 세계는 그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난민과 테러라는 비극이 국경을 넘어 흘러넘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근대가 안고 있던 문제를 어떤 ‘보이지 않는 장소’에 가둬놓을 수 없게 되었다.
('강상중' 중에서 / p.11)

중동 지역에 자유를 기본 원리로 삼은 국가가 아니라 ‘이슬람 부흥주의’의 기치를 내건 국가가 등장하면서 중동은 격동의 시대로 빠져듭니다. 걸프전이 그 시작점입니다. (중략) 국경을 초월한 테러와 유럽을 향한 난민의 행렬 등 ‘서구’를 토대로 한 근대 자체가 동요하는 동시에 자유의 원리를 ‘국시’로 삼은 국가들마저 자유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기우는 듯 보였습니다. 프랑스나 미국만큼 지속적으로 중동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국가는 없습니다.
('강상중' 중에서 / p.27)

지성은 타자의 결점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혀에서 나온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성은 자기가 범한 죄과와 실패의 유래를, 또한 그 진행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정됩니다. 어느 지식인이 자신의 실패를 명확하고 분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의 지성은 다른 문제에서도 적절하게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후 프랑스 지식인 집단은 그 책무를 게을리했습니다.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p.49~50)

미국은 건국 때부터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걸었으니, 아마도 자유무역이 국시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신념이지요. 그래서 자유무역, 관세 장벽 폐지, 시장 개방을 집요하게 주장합니다. (중략) 관세 장벽은 그 자체로 ‘악’이며, 시장 폐쇄 자체가 악이라는 믿음이 미국 건국의 원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80)

‘전쟁을 어떻게 억지할까’라는 논의는 (중략) ‘전쟁을 없앨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는 ‘정도의 문제’로 관점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이치에 맞지 않을까 하고요. 전쟁은 근절시킬 수 없습니다. 테러도 근절시킬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허무주의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에서 희생되는 군인과 민간인의 수, 테러로 살해당하는 시민의 수를 어떻게 줄여갈지 기술적으로 또 계량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거지요.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105)

글로벌화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주도하고 있을 뿐, 실체는 로컬한 운동입니다. ‘글로벌 지향’은 미국의 고질병이에요. 자국의 표준을 세계의 표준으로 만들려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지향’이라고 보긴 힘들지요. 앞으로 미국이 쇠락하여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희박해지면 글로벌화를 주도하는 나라가 없어질 거예요. 물론 글로벌 기업은 여전히 활동하겠지만 세계의 모든 나라에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또 동일한 언어, 동일한 통화, 동일한 도량형, 동일한 가치관을 요구하는 정치 세력은 쇠퇴할 것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139)

근대의 성장의 그늘에는 항상 기민이 있었습니다. (중략) ‘일본은 석탄에서 석유 에너지로 산업의 근간을 전환하면서 고통을 겼었지만, 그걸 극복하고 발전했습니다’ 따위의 성공신화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 옛날이야기가 아니에요. 오늘날 도래한 격차사회에서 사회 밖으로 튕겨져 나간 청년들, 죽을 정도로 일을 시키는 소위 ‘블랙기업’에 다니거나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는 젊은이들 또한 기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강상중' 중에서 / p.173)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제도가 법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인 1901년에 텍사스 스핀들탑에서 석유가 발견됩니다. 노예노동이라는 값싼 에너지원을 잃자마자 이번에는 ‘공짜나 다름없는 에너지원’인 석유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한 산업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미국의 산업은 노예노동과 석유라는 저렴한 에너지를 3세기에 걸쳐 계속적으로 향유하면서 성립되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 오직 미국에서만 일어난 예외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176)

더 높은 수준, 그러니까 통치 형태를 공유하거나 정교분리의 원칙을 공유하자, 또는 민주주의와 인권사상을 공유하자는 주장은 빨리 포기해야 합니다. 거기까지 요구하지 않고 딱 이 정도까지만 관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미국이 세계의 표준을 제정하는 힘을 잃어감에 따라 비로소 이런 ‘강화講和적 공존’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p.252~253)

세계대전은 ‘메이지체제로부터의 탈각’이었습니다. 1930년대, 1940년대의 대일본제국의 전쟁지도부가 메이지체제를 파괴했습니다. 체제의 중추에 자리하며 법외 권력을 행사하던 메이지체제의 수혜자들이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돌진했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메이지유신 이후 70년에 걸쳐 쌓아올린 것들을 무無로 돌려놓았습니다.
('우치다 타츠루' 중에서 / p.276)

저자소개

우치다 타츠루(內田樹)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난 우치다 타츠루는 오늘날까지 문학, 철학, 교육,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지성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대표 사상가이다.
도쿄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베여학원대학 문학부 종합문화학과를 2011년 3월에 퇴직한 뒤 동대학 명예교수가 되었다. 전공은 프랑스 현대사상, 영화론, 무도론, 교육론 등이다. 합기도 7단이기도 한 그는 고베시에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터 ‘가이후칸凱風館’을 열어 새로운 학습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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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0~
출생지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9,839권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재일 한국인 2세로 태어나 폐품 수집상으로 일하던 부모 밑에서 자랐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이름을 쓰고 일본 학교를 다니며 자기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와세다대학에 다니던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나는 해방되었다"라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진출이 어려워 대학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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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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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74
출생지 대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도쿄 근교에서 아이를 기르며 통역, 번역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구원의 미술관] [마음의 힘] [마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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