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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여류시인의 하나인 벨라 아흐마둘리나의 시선집. <비 이야기>, <침묵>, <오한>, <몽유병자들> 등 많은 시들이 육체적 고통과 질병의 차원으로 전이된 창작의 어려움을 "비밀의 언어"로 그리고 있다. "...이제는 놀면서 침묵을 잊으라! / 겨울날 깊은 고독 속에서 / 나는 공허 속의 힘을 즐기고 / 분망한 거주자로 살아가리라" (눈 없는 2월 중에서)

시집『비 이야기』는, 한국 러시아어문학회 회장과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세계문학 연구소의 학술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조주관이 번역한 책이다.

조주관은 벨라 아흐마둘리나와 함께 표도르 이바노비치 쥬체프(『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불라뜨 아꾸자바(『나의 사랑 나의 인생』)을 함께 엮었다.
그 중 아흐마둘리나의 시집『비 이야기』는 감성적인 문체로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상징과 알레고리를 이용하여 일상적인 언어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흐마둘리나의 시속에는 환상적인 서정이 흐른다. 그녀의 시속에는 역사적, 의학적, 물리적 가능성을 초월한 꿈결같은 상징성을 띤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억제된 이야기 형식의 환상이 있다.

현대문학에 대한 아흐마둘리나의 도전은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그 내용의 예술적 취급이다. 그녀는 대상을 신선한 이미지의 언어로 상징적 암시로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시어에는 살아 숨쉬는 믿음이 있고, 그녀의 목소리는 순수한 어조와 풍부한 음색과 개성적인 어법이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러시아의 여류 시인들 가운데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시인 아흐마둘리나는 “비밀의 언어”를 숨기고 있는 주변의 대상을 찾아 시를 쓴다. 숨겨진 대상들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해방시키고자 그리고 자신의 침묵을 극복하고자 시를 쓴다. 창작의 고통, 즉 시적 영감의 문제는 그녀에게 절대적 모티브가 된다. 그녀의 시속에서 창작의 문제는 시인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묘사된다. <비 이야기>, <침묵>, <오한>, <몽유병자들> 등 많은 시들이 육체적 고통과 질병의 차원으로 전이된 창작의 어려움을 그리고 있다.

<비 이야기>는 안정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속물 근성에 대한 경멸과 모욕을 강도 있게 보여준다. <비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네 가지 상징 요소인 비, 가뭄, 집과 아이들은 각각 시적 영감, 무감각, 저속한 물질 세계와 시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의 단어들은 시의 구조와 주테마의 발전에 기초가 되는 다른 상징 요소들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창작의 문제는 아흐마둘리나의 다른 시들 <말>, <밤>, <침묵>, <텅 빈 휴게소>에서도 시인의 무능력에 대한 고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창작의 문제와 더불어 그녀가 즐기는 테마는 병적인 상태, 권태, 침묵과 비애감이다. 시인은 <뿔피리>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막연한 권태감을 표현한다. 그녀는 권태로 인해 자신의 창작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낯선 집에서의 마지막 날>에서 시인은 알 수 없는 비애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녀의 시속에서는 침묵의 테마가 자주 나타난다. 그녀가 침묵에 대하여 말할 때, 그 침묵은 뮤즈의 침묵을 말한다. 시 ?침묵?에서 그녀는 자신의 시적 목소리가 사라짐을 아쉬워한다. ?눈 없는 2월?에서 눈 내리지 않음은 침묵을 상징하며, 눈이 나릴 때 그 침묵은 깨어지고, 그녀는 다시 삶의 의미와 자신의 시적 목소리를 찾는다.

1장. 비 이야기
2장. 검은 개울
3장. 밤에
4장. 뿔피리
5장. 신
6장. 꽃을 든 여인
7장. 당신은 나의 적
8장. 권총을 준비한 그
9장. 열 다섯명의 소년들
10장. 겨울
11장. 화산
12장. 몽유병자들
13장. 그루지아 여자의 이름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