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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부터 중어중문학, 영어영문학, 독어독문학에 이르기까지 11개 전공 문과대학 교수 30인 말하는 전공이야기. 전공 선택 과정에서 생기는 심각한 고민과 자부심 등을 담았다.

선배 인문학도들이 체험한 학문의 길이 책은 인문학도의 길을 걸어온 선배 교수 30인의 체험기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시절, 대학원, 유학시절, 그리고 강사시절 등등. 우리 현대사의 암울했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인문학으로의 길을 선택했던 30인의 각양각색 인생역정과 그 속에서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큰 가르침을 주었던 학문의 스승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신문사 해직 기자 출신인 최유찬 교수(국어국문학), 대학도서관 사서출신인 문성빈 교수(문헌정보학과), 대학에서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유학 가서는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현미 교수(사회학), '지진아'라는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도피한 군대에서 한국사회의 작동원리 "연고주의"를 발견한 유석춘 교수(사회학) 등등. '

자신의 잠재력과 욕망에 귀를 기울이며, 현재 내가 선택한 일을 의미있게 만들어내려는 노력'(206p)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 인문학도들의 "우여곡절 전공선택기"도 볼 만하다.
인문지성을 만끽할 수 있는 산문"학문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151p, 백영서 사학)

이 말처럼, 이 책은 고전과 당대의 지성들의 언명들을 공부하면서 쌓아온 역사와 사회,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담긴 우리 시대 인문지성들의 산문이기도 하다.

영원한 방랑자로서 철학하는 인간을 바라본 이승종 교수(철학과)는 "철학은 사실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한 소절을 이어가다 사라지는 것이 철학자의 운명이다"(175p)라고 말한다. 또한 '말썽'이 역사학의 기본이라는 전수연 교수(사학과)는 "역사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라고 하며, 심지어 '거짓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말썽'이 역사의 기본이 아닐까?"(155p)라고 일갈하고 있다. 프랑스 문학을 통해 서양문명의 줄기를 읽어온 홍종화 교수는 "무릇 성숙된 문화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문화가 아닌가 싶다. 이는 서로가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 바로 거기 프랑스의 정신이 있다"(126)라며 프랑스 문화의 장점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런 글들은 바로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할지라도 제대로 사람노릇을 하는 존재, 정신이 온존한 인격이기를 바라는"(32p, 최유찬 국어국문학과) 길을 배우는 것임을 인문학을 선택하는 후학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디지털 시대를 창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최대 승부처는 "상상력"에 있다고들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 '창조력'은 인문학적인 방법론에서 길러지고, 실재로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상품 이외에도 첨단 기술, 생명공학 분야 등에서 현실화되고(60p) 있음을 강조하면서 '인문학이 실질적으로도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김용민 교수(독어독문학)는 근대화 시기와는 달리 오늘날과 같이 다품종소량생산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절실하고, 창의력은 인문학을 통해 길러진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창의력과 창조력은 바로 문화와 문학에서 나온다. 관습과 틀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 여러 측면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 무한을 넘나드는 광대한 상상력은 인문학의 여러 지식을 제대로 섭렵하는 가운데 길러진다."(88p)

또한 중세 영문학 전공인 윤민우 교수(영어영문학)는 "중세의 공식담론과 기존의 이야기의 계속적인 되풀이는 원저자가 부재한 현대의 문화생산 양상과 닮아 있다"(62p)며, 문화생산에 있어서 현대와 중세의 유사성을 밝히고 나서, 중세 문학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벤처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조력, 상상력을 기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문학도의 길, 그 30가지 이야기
◆ 국어국문학을 선택한 까닭은 고등학교 문예반 글쓰기와 글읽기의 연장선이고, 학문의 대상으로 본 것은 말의 역사에 관한 관심, 말 하나하나 말 쓰는 법 하나하나가 도대체 어떤 이력들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서상규, 국어국문학>

◆ 20세기를 해명하는 데는 미국이 초미의 과제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을 헤아리는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유중하, 중어중문학>

◆ 문학은 상상력의 학문이다. 과거의 기억을 여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창작품으로 만드는 능력이 오늘날 벤처시대에 가장 많이 요구된 것이 아닐까. <윤민우, 영어영문학>

◆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문화 역사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외교관, 문화평론가, 무역담당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김용민, 독어독문학>

◆ 프랑스어는 유엔의 공식언어이고, 영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배우는 언어이다. 프랑스는 첨단 기술이 앞선 나라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홍종화, 불어불문학>

◆ 러시아문학에는 다름 아닌 ‘유배의 기(氣)’가 흐르고 있고, 그 고독한 숙명의 기가 사람을 생각하며 꿈꾸게 한다. <김진영, 노어노문학>

◆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옛날 이야기가 역사인 것이다. <전수연, 사학>

◆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한 소절을 이어가다 사라지는 것이 철학자의 운명이다. <이승종, 철학>

◆ 어떠한 종류의 지식이든 세계의 모든 지식 정보를 수집, 축적하고 컴퓨터와 뉴미디어를 통하여 전달하며 유통시키고 검색하는 네트워크 시대의 첨병. <한상완, 문헌정보학>

◆ 당대 사회와 현실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되, 그에 기반하여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하려는 것이 사회학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김호기, 사회학>

◆ 심리학은 문과적 속성과 이공계적 속성을 지닌 복합학문 영역이다. 인지과학, 뇌과학이 핵심적이지만, 인간 친화적 사회환경 구축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김민식, 심리학>

국어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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