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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프라이쉬만의 이야기 모음집. 뉴베리상 수상 작가인 폴 플라이쉬만은 희망이 가득 담긴 이야기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예리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된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플라이쉬만의 소설은 짧고 간결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마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함과 아름다운 교훈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9년째 되는 날이었던 어제. 한 밤중에 큰언니와 엄마의 울음 소리를 듣고는 나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난 아빠가 돌아가시고 여덟 달 뒤에 태어났기 때문에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훌륭한 농사꾼이었던 아빠에게 내가 바로 당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 난 마을 공터에 여섯 개의 구멍을 파고 강낭콩들을 심었습니다. 씨앗을 심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열 세가지 이야기를 함께 엮었다.

여기 미국 클리블랜드의 깁 스트리트에 작은 공터가 하나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쓰레기장으로 쓰이는 황량한 곳입니다. 어느날 9살인 베트남 소녀 킴이 이 공터의 한 귀퉁이에 강낭콩 씨앗을 심으면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솜씨 좋은 농사꾼이셨던 돌아가신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킴은 정성껏 씨앗을 심으며 속삭입니다. "무럭무럭 자라 줘, 얘들아.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에서도 금방 알아보실 수 있게 말이야." 그 광경을 창가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아나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 뒤를 잇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의 수많은 이민자들과 거리의 변화를 죽 지켜보아 왔던 그녀는 공터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를 파묻고 있는 공양 소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며 관심을 갖습니다. 다음은 아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웬델의 어떤 주말 이야기입니다. 움직이기 불편한 아나 할머니를 대신하여 말라가는 소녀의 씨앗에 물을 주게 되면서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든다는 값진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열세 명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곤잘로의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해 사람들과

시작은 베트남 소녀가 심은 작은 강낭콩 씨앗이었다.
빈민가의 한 모퉁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죽은 쓰레기 더미 공터가 조금씩 푸른 생명의 밭으로 변해 간다……

뉴베리상 수상 작가인 폴 플라이쉬만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를 눈부시게 만든다. 희망이 가득 담긴 이 작은 책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오랫동안 남겨 줄 것이다.

여기 미국 클리블랜드의 깁 스트리트에 작은 공터가 하나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쓰레기장으로 쓰이는 황량한 곳입니다. 어느날 9살인 베트남 소녀 킴이 이 공터의 한 귀퉁이에 강낭콩 씨앗을 심으면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솜씨 좋은 농사꾼이셨던 돌아가신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킴은 정성껏 씨앗을 심으며 속삭입니다. “무럭무럭 자라 줘, 얘들아.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에서도 금방 알아보실 수 있게 말이야.”

그 광경을 창가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아나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 뒤를 잇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의 수많은 이민자들과 거리의 변화를 죽 지켜보아 왔던 그녀는 공터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를 파묻고 있는 동양 소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며 관심을 갖습니다.

다음은 아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웬델의 어떤 주말 이야기입니다. 움직이기 불편한 아나 할머니를 대신하여 말라가는 소녀의 씨앗에 물을 주게 되면서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든다는 값진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열세 명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곤잘로의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차에 밭을 일굴 기회를 얻어 활력을 찾게 되고, 한국에서 이민온 세영은 남편이 세상을 등진 후 세탁소에 강도까지 들어 사람들을 피해 살다가 ‘텃밭의 마당발’ 샘 할아버지에 의해 마음 문을 열게 됩니다. 또한 흑인 커티스는 헤어진 여자친구 래티샤에게 간절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토마토를 심은 후 ‘래티샤의 토마토’라는 팻말을 밭에 꽂아 놓습니다. 10대이면서 임신까지 한 마리셀라는 밭일을 거들면서 불순한 마음을 버리고 새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이웃에서 이웃으로 밭이 넓혀지면서 텅 비어 있던 공터는 기적처럼 푸른 농작물이 가득한 밭으로 변해 갑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물들어 있던 삶에서 뛰쳐 나온 다양한 인종들이 언어와 사회적 배경이라는 장벽을 극복하고 서로를 북돋워 주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예리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된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플라이쉬만의 소설은 짧고 간결하지만 힘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함과 아름다운 교훈이 담겨 있는 이 책이 10대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작은 위안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 눈부신 봄날, 열세 편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작은 텃밭을 일궈 보십시오.어울리지 못하던 차에 밭을 일굴 기회를 얻어 활력을 찾게 되고, 한국에서 이민온 세영은 남편이 세상을 등진 후 세탁소에 강도까지 들어 사람들을 피해 사다가 ||^텃밭의 마당발||^ 샘 할아버지에 의해 마음문을 열게 됩니다. 또한 흑인 커티스는 헤어진 여자친구 래티샤에게 간절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토마토를 심은 후 ||^래티샤의 토마토||^라는 팻말을 밭에 꽂아 놓습니다. 10대이면서 임신까지 한 마리셀라는 밭일을 거들면서 불순한 마음을 버리고 새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이웃에서 이웃으로 밭이 넓혀지면서 텅 비어 있던 공터는 기적처럼 푸른 농작물이 가득한 밭으로 변해 갑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물들어 있던 삶에서 뛰처나온 다양한 인종들이 언어와 사회적 배경이라는 장벽을 극복하고 서로를 북돋워주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예리하고 생동감 잇게 묘사된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플라이쉬만의 소설은 짧고 간결하지만 힘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함과 아름다운 교훈이 담겨 있는 이 책이 10대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작은 위안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 눈부신 봄날, 열세 편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작은 텃밭을 일궈 보십시오.

1. 킴의 강낭콩
2. 아나의 창가
3. 웬델의 어떤 주말
4. 곤잘로와 할아버지
5. 레오나의 색소폰
6. 늙은 어부 샘의 독백
7. 버질의 기도
8. 세영의 정원
9. 커티스의 빨간 신호등
10. 노라와 초록빛 보석
11. 마리셀라의 열 여섯 번째 여름
12. 아미르의 축제
13. 플로렌스의 봄

옮긴이의 글

킴의 강낭콩
아나의 창가
웬델의 어떤 주말
곤잘로와 할아버지
레오나의 색소폰
늙은 어부 샘의 독백
버질의 기도
세영의 정원
커티스의 빨간 신호등
노라와 초록빛 보석
마리셀라의 열 여섯 번째 여름
아미르의 축제
플로렌스의 봄

옮긴이의 글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에 보내진 찬사!

끊어짐 없이 하나로 이어진 소설.
이야기의 잔잔한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 Publishers Weekly

오랜만에 훌륭한 책과 만났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체념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고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밭을 가꾸는 일 덕분이었다.
오래된 주제를 새롭게 다룬 깊이 있는 수작이다.
- 요미우리신문

작지만 확실히 살아 움직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강요하는 느낌이 전혀 없는 산뜻한 책이다.
- 산케이신문

미국에 이민을 오면 어른은 아이가 되고, 아이는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이건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가르시아의 법칙||^이에요. 머리 좋기로 유명한 우리 중학교 2학년 수학 담당 스몰츠 선생님도 아마 처음 들으실 거예요. <대수입문>에도 나와 있지 않으니까 찾아볼 필요는 없어요. 이건 바로 내가 만든 법칙이거든요. 참, 가르시아는 내 미국식 이름이에요. 과테말라에서 아빠와 단둘이 이곳 클리블랜드로 이민온 지 벌서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2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영어도 익숙해져서 쓰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요. 비결이 뭐냐구요? 별 거 없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답니다.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는 말이 전적으로 다 맞는 건 아니에요. 내겐 오히려 영어를 가르쳐 주는 ||^훌륭한 선생님||^인 셈이니까요. 하지만 아빠의 영어 실력은 형편없어요. 유치원생보다도 못하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거예요. 하루 종일 식당 주방에서 일만 하시니까 나처럼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으신 거예요. 게다가 아빠의 직장 동료들은 순 멕시코나 엘살바도르에서 건너온 아저씨들이라 영어는 한
마디도 안 쓰고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대요. 그래서 아빤 간신히 동네 식료품 가게에서만 물건을 사고, 다른 곳을 가야할 땐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십니다. 사람들과 말을 해야할 때도 우물우물하다가 웃음으로 얼버무리곤 하시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실수투성이의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게 싫으셨던가 봐요. 그래서 아반 영어로 전화 통화를 해야 하거나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봐야 할 때, 또 장을 봐야 할 때 모든 것 내게 떠맡기십니다. 아빠가 아이가 되고, 아이인 내가 어른이 되어 버리는 셈입니다.

아빠와 내가 먼저 이곳에 와 자리잡은 뒤 얼마 안 있어 엄마와 동생들, 그리고 테오 후안 할아버지가 우리와 합류했어요. 할아버지는 엄마의 삼촌이신데, 과테말라에 사셨을 땐 마을에서 존경받는 어른이셨다고 해요. 그렇지만 이곳에 와선 순식간에 어린아이가 돼 버리셨어요. 아빠와 마찬가지로요. 게다가 할 일도 없어져 버리셨어요. 고향에선 농사를 짓느라 1년 내내 바쁘셨는데 이곳에선 그럴수 없게 됐거든요. 그렇다고 마을 광장에 앉아 친구들과 잡담이나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우선 이곳에는 마을 광장이 없어요. 그래도
굳이 길거리에 죽치고 앉아 우리 고향 기분을 내다가는 갱들의 차가 사격 연습용으로 생각하고 쏘아댄 총에 맞기 딱 알맞죠. 할아버지는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당연히 텔레비전도 재미없어 하십니다. 그래서 온종일 집안을 돌아다니는 게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지요. 이 방 저 방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시며 혼자말을 중얼거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꼭 기저귀를 차고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아기 같아요. 가여운 할아버지! 어느 날 아침엔 답답함을 견디기 힘드셨던지 혼자 밖으로 나가버리셨습니다. 엄마는 기겁을 하셨죠. 할아버지는 스페인 말도 할 줄 모르시고 오로지 인디언 말만 하시거든요. 동네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던 나는 미장원 앞에서 할아버지를 발견했어요. 할아버지는 유리창 너머로 어떤 누나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계셨어요. 가까이 가 보니 그 누나 손에는 드라이 기가 들려 있었어요. 그런 신기한 물건을 처음 보는 할아버지로선 이 마을이 마치 4차원의 세계처럼 낯설고 무섭게 느겨지셨을 거예요. 나는 세 살짜리 막내 동생을 다루듯 할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이후 방과 후에 할아버지를 돌봐 그리는 게 도 다른
내 숙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곤잘로와 할아버지 | P.4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