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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한국사회 : 구조와 일상의 과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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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과학 기술과 한국 사회
    - 구조와 일상의 과학사회학

    이 책은 사회학자인 필자가 한국 사회 속에서 과학 기술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과학 기술의 사회적 측면에 관해 쓴 논문들을 묶은 것이다. 먼저 1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과학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서구 과학기술사회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 우리 현실에 적합한 과학기술사회학의 가능성을 모색하였고, 2부에서는 과학 기술과 산업 발전의 관계를 탐색하였으며, 3부에서는 필자가 최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과학 기술과 여성의 문제를 다루었다.

    목차

    서문

    제1부 과학기술 사회학의 가능성
    제1장 과학기술과 한국 사회
    제2장 과학기술: 한국 사회학의 새로운 영역
    제3장 과학에서의 보상 체계
    제4장 ‘새로운’ 과학사회학: 과학지식 사회학의 가능성과 한계

    제2부 과학기술과 산업
    제5장 한국의 반도체 산업, 1965∼1987
    제6장 미국의 국방 정책과 군수 산업
    제7장 일본의 첨단 기술과 군수 산업
    제8장 한국 기초 과학기술의 위상과 육성 전략

    제3부 과학기술과 여성
    제9장 가사기술과 여성, 무엇이 그리고 왜 문제인가?
    제10장 한국의 여성 과학기술자
    제11장 정보화와 여성
    제12장 한국의 정보화와 전업 주부
    제13장 가사기술과 한국 여성의 삶

    본문중에서

    [책머리에]

    이 책은 필자가 사회학도로서 과학 기술의 사회적 측면에 관해 쓴 논문 13편을 모은 것이다. 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 새로이 부상하고 있던 과학기술사회학 분야의 문헌을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욱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당시의 어린 소견으로는 한국에서 과학 기술 분야를 전공으로 하여 사회학자로 활동할 가망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귀국 후 시간 강사로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우연히 대덕연구단지 내에 자리잡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사 과정의 사회학 개론 과목을 맡게 되었다. 과학 기술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게 [과학 기술과 사회]라는 ‘부드러운’ 강의 제목으로 과학기술사회학의 내용을 가르치고 싶다는 필자의 소망을 밝힌 것이, 마땅히 응모 원서조차 내보지 못할 만큼 교수 충원이 드물었던 시절 전임 교수로 취직까지 하게 되는 행운으로 이어졌다. 과학 기술을 전공하는 교수와 학생들 속에서 매학기 과학기술사회학 강의를 담당하면서, 자연히 필자의 학문적 관심도 이 분야로 모아지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상황적 당위였던 이 선택이 개인적으로 행복한 선택이었으며, 이제는 스스럼없이 전공 분야를 과학기술사회학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종종 동료 사회학자와 과학 기술자들로부터 한국에서 과학 기술이 사회학적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하였다. 필자 자신도 이보다 10년 앞서기는 했지만 비슷한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기에, 서운하기보다는 우정 어린 염려와 격려의 채찍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이 새로운 분야의 학문적·실천적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필자의 소임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이런 의구심에 대하여 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첫째는 한국에서 과학 기술이 중대한 ‘사회’ 문제의 반열에 들 수 있는지의 문제다. 과학 기술이 함축하고 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최근 몇 년 사이 필자의 상세한 해명이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급격히 바뀌었다. 서구에서 1960년대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와 군비 확장,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속에 과학 기술이 과학 기술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면서 본격적인 사회과학적 탐구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보화, 지식 기반 사회 등의 담론과 함께 유전자 조작, 생명 복제 등의 뉴스와 벤처 바람이 사회적 관심을 뜨겁게 달구면서, 과학 기술에 대한 인문 사회과학적 탐구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은 더 이상 소리 높이 외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급속히 그 역할과 비중이 높아지는 과학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탐구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작업이 절실한 과제로 되었다.

    둘째, 과학 기술은 범세계적인 보편성의 원리가 통용되는 분야인데, 굳이 별도로 한국의 과학 기술에 대해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지의 문제다. 현재 과학 기술은 서구에서 창출된 지식이 일방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고, 서구의 제도와 기준 그리고 규범이 압도적인 권위를 행사하고 있다. 또한 서구의 과학 기술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문화적 동질화 추세에 강력한 촉매 작용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 기술에 관련된 제도와 관행, 과학 기술 지식의 생산과 유통 방식 등이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마다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동일한 과학 기술의 파급 효과도 사회와 집단에 따라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과학 기술은 범세계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 그리고 다양한 변수와 사람들간의 역동적인 교섭 과정 속에서 ‘사회’ 문제로 구체화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교섭 과정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과학 기술을 ‘사회’ 문제로 이해하고 실천적 대응책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필자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속에서 과학 기술의 문제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한 권의 책으로 체계를 갖춰 쓴 것이 아니라 각각 별개의 논문으로 발표한 글이다 보니, 각각의 글들 사이에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논의가 있다. 이 책에서는 독립된 글로서의 짜임새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중복된 부분을 줄였다. 13편의 논문을 크게 3개의 주제로 묶어보았다.

    제1부는 한국 사회에서 과학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서구 과학기술사회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 우리에게 현실 적합성이 있는 과학기술사회학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논의를 담았다. 제1장에서는 정부 주도 아래 추진된 우리나라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과학 기술에 대한 인식과 의사 결정 방식에 내포된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다루고 있다. 경제 성장 위주의 도구적·결정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교섭 과정의 산물인 포괄적인 ‘문화’로서 과학 기술을 이해하고, 기존의 효율주의적·배제적 의사 결정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가치와 이해 관계를 아우르는 참여 지향적인 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제2장은 현재 한국 사회학계가 처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 아래서, 과학기술사회학을 사회학 교육 과정 내에 포함시키는 데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고찰하고 학부 과정 강의 계획안을 제시하였다. 제3장은 미국 중심의 초기 과학사회학에서 주요한 연구 주제였던 과학의 보상 체계에 대한 업적을 정리하고 평가함으로써 서구 과학사회학의 태동 과정을 소개하고, 이러한 서구의 논의가 한국의 과학 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시사하는 바를 탐색하였다. 제4장에서는 1970년대 유럽에서 형성되기 시작하여 현재 서구의 과학사회학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소위 ‘새로운’ 과학사회학, 즉 과학지식사회학의 쟁점과 동향을 살펴보았다.

    제2부는 과학 기술과 산업 발전의 관계를 탐색한 글을 모았다. 제5장은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하여 구성한 글로,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 과정을 한국 정부와 국내 민간 자본, 외국 자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제6장은 개방의 물결 속에 유독 기술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 아래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본격적인 기술 집약형 산업 구조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한 우리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과학 기술 기초 연구의 육성 방향과 전략에 대해 탐색한 글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의 군수 산업과 첨단 기술 개발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 제7장과 제8장에서는 최근의 변화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를 생각해보고자 하였다.

    제3부는 필자가 최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과학 기술과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9장은 한국 과학 기술계의 저조한 여성 참여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1960년대말부터 시작된 서구의 실천적·이론적 성과를 배경으로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 제10장에서는 전국적 통계 자료와 대덕연구단지의 여성 연구원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서 한국 과학 기술계에서 여성의 위상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제11장은 정보화의 진전이 여성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본 글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별 정보 격차와 사이버 스페이스 문화의 문제점과 함께 일터와 가정,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중심으로 여성의 삶에 일어나는 변화를 논의하였다. 제12장은 한국에서 정보화에 가장 뒤처진 집단 중 하나인 전업 주부의 컴퓨터 수용 과정을 심층 면접 자료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정보 격차의 원인을 밝히고 종래의 정보화 추진 방식에 대한 반성과 개선 방안을 도출하였다. 제13장은 소위 편리한 가전 제품의 도입으로 대변되는 가사 기술의 발전이 실제로 한국에서 여성의 가사 노동 수행 방식에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분석한 논문이다.

    원고를 편집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여기 실린 글들이 지난 수년에 걸쳐 틈틈이 쓴 글이기 때문에, 이제는 시의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예컨대 전업 주부의 정보화에 대한 글은 발표된 지 1년도 안되었지만, 올해부터 실시되는 ‘100만 주부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 등 정부의 시책과 급진전되는 정보화는 필자의 제언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바뀌어나가는 우리 사회에서 각각의 글이 씌어진 시점의 문제 의식과 현실을 기록해두는 것이 의의가 있다는 믿음으로 이 책에서는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데 그쳤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일부 지엽적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필자의 문제의식이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제3부 ‘과학 기술과 여성’에 실린 글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보탬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필자로서는 이 머리글 쓰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막상 책을 내놓으려고 하니 한없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자로서 한 단계를 정리하고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겠다는 각오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책을 내놓는다. 철없이 들어서서 머뭇거리며 걸어온 학문의 길을 매듭짓고, 이제 새로운 정진의 이정표를 세워 힘차게 매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수히 떠오르는 추억 속에 느껴지는 과분한 은혜가 책을 내는 과정에서 가장 큰 즐거움으로 남는다. 지면의 제약으로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지만, 감사의 마음은 깊이 간직하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학문의 길을 걷도록 지도하고 격려해주신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대학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누리도록 재정 지원을 제공해준 하버드 대학과 하버드-옌칭 연구소에 감사드린다. 필자에게 연구 수행의 기회를 주신 공동 연구팀과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조사에 응해주신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동으로 발표한 제10장의 글을 이 책에 싣도록 흔쾌히 허락해주신 김명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하버드 대학 한국연구기금,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교육부 등의 연구비 지원은 큰 도움이 되었다. 과학 기술계의 국외자인 필자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주고 진취적이고 학구적인 분위기로 독려해주신 한국과학기술원의 선배·동료 교수님들의 관심과 배려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진지한 호기심과 날카로운 비판, 도발적인 질문으로 교수로서의 기쁨과 책임, 도전을 느끼게 해준 학생들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여러 선배와 동학, 친구들로부터 받은 지적 자극과 따뜻한 위로는 잊을 수 없는 고마움이다. 졸저의 출판을 흔쾌히 맡아주신 문학과지성사의 김병익 선생님, 채호기 사장님께, 그리고 필자의 게으름과 부주의를 참아가며 원고를 꼼꼼히 다듬어주신 편집부 여러분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매일 새벽 축원해주시는 할머니,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펴주시는 부모님, 동기간의 정을 넘어 동지애를 느끼는 동생들, 깊은 마음으로 성원해준 남편, 지혜로운 벗이며 조언자로 자란 딸 주연은 무엇보다 큰 힘으로 나를 지탱해주었다. 어려운 고비에서 바르고 선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신 부모님께 변변치 못하지만 나의 첫 작품인 이 책을 바친다.

    2000년 6월, 대덕 연구실에서, 윤정로

    (/ '책머리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
    출생지 충남 부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윤정로는 1954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 기술 정책 수단의 사회 제도와 과정: 새로운 연구 문화의 지향] [기술 라운드 대비 기초 과학 기술 육성 방안] [과학 기술과 삶의 질](공저),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획기적 발전 방안](공저) 등의 연구 보고서가 있으며, 편저로 [모성의 담론과 현실: 어머니의 성·삶·정체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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