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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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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연애와 결혼은 시대를 초월한 인류 보편의 관심사다. 연애를 하고 있을 때나, 하고 있지 않을 때나, 그리고 설령 결혼을 원치 않더라도 말이다. 사랑할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사랑의 감정은 어떻게 느끼게 되는 것인지, 어떤 사람이 평생을 같이 할 만한 배우자인지, 흔하디흔하고 그래서 자칫 삼류 드라마 소재로나 여겨질 만한 이러한 이야기들이 18세기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서도 그 중심을 차지한다. 영국 BBC에서 시행한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 그녀가 쓴 책이 시대를 넘어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낭만적인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이 단순한 ‘연애소설 작가가 아닌 까닭’을, 그녀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에 이어 민음사가 새로 출간한 처녀작 『이성과 감성』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정확하면서도 유려한 번역으로 만나는 제인 오스틴의 처녀작

    『오만과 편견』을 옮긴 윤지관 교수가 소개하는 또 하나의 고전



    1811년 가을 어느 날, 잉글랜드 남부 초턴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던 서른여섯 살의 노처녀 제인 오스틴은 조카 애너와 함께 근처 읍내에 나들이를 갔다. 순회도서관에 들르게 된 그들은 진열대에 ‘익명의 숙녀’가 쓴 『이성과 감성』이라는 소설이 놓인 것을 보았다. 애너는 그것을 집어 들더니 “제목이 이 모양이니 엉터리가 틀림없어요.” 하면서 바로 내려놓았다. 제인은 속으로 웃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기의 첫 소설이 출판된 사실을 조카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장차 영국이 자랑스러워하는 소설가이자 세계적인 고전 작가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될 작가 제인 오스틴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카 애너의 푸대접과는 달리 익명 작가의 이 작품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재판까지 들어가서 당시로서는 상당한 금액인 140파운드의 인세를 받은 것이다.

    『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이 열아홉 살 때 써두었던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장편 소설을 개작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 개봉했던 영화 「센스, 센서빌리티」(제46회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의 원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작 소설보다 영화로 더 먼저 널리 알려졌던 이 작품을 이번에, 『오만과 편견』(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을 번역했던 윤지관 선생의 번역으로 만나게 되었다. 민음사 판 『오만과 편견』은 오역과 표절이 난무했던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원문을 정확한 번역으로 옮겼다는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철저한 원문 대조를 통해 원래의 의미와 문체를 생생히 살려내 원작의 가치와 재미를 그대로 실현하려는 노력은 이번에 소개하는 『이성과 감성』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제인 오스틴의 또 다른 작품을 단어 하나조차 보태거나 빼지 않은 제대로 된 번역으로 감상하고 비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작품과 이후의 작품들을 통해 제인 오스틴은 ‘로맨틱 드라마의 원조’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TV 미니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져왔다.(『오만과 편견』을 원작으로 한 영국 BBC의 TV 드라마, 현대 버전의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인도 버전의 영화 「신부와 편견(Bride and Prejudice)」, 최근 개봉작인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에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 「엠마」, 현대 버전으로 각색한 「클루리스」, 그리고 「센스, 센서빌리티」 등) 230여 년 전 영국의 한 시골 마을 노처녀가 쓴 ‘연애소설’들이 이렇듯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에 걸쳐 영화화되고 고전으로 소개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오만과 편견』만으로는 그 이유를 알기에 부족함을 느꼈던 독자들과 『오만과 편견』에 매혹되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분별 있는 사랑과 열정적인 사랑, 무엇이 더 바람직한가

    두 가지 방식의 사랑을 통해 깨달아 가는 사랑의 진실, 이성과 감성의 조화



    19세기 초 잉글랜드. 엘리너와 메리앤 대시우드 자매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유산이 의붓오빠인 존에게 넘어가자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되어 어린 동생, 어머니와 함께 여태껏 살아왔던 서식스의 저택을 쫓겨나다시피 떠나게 된다. 그들이 새 거주지로 떠나기 전 엘리너는 올케 패니의 남동생 에드워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전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패니가 자기 남동생을 런던으로 돌려보낸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맞는 훌륭한 배필을 만나 결혼해야 한다. 대시우드 가족들은 새로 이사한 시골집에 적응해 나가고, 엘리너는 에드워드로 인한 괴로움을 감추고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곳에서 메리앤에게 두 명의 구혼자가 나타난다. 무뚝뚝하지만 신사다운 브랜던 대령이 진지한 애정 공세를 펼치지만 그녀는 나이 많고 재미도 없다며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쾌활하며 멋쟁이이며 다소 경박한 면이 있는 윌러비에게 단숨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윌러비는 갑작스레 그녀를 떠나 런던으로 돌아간다. 이후 대시우드 가의 자매들 역시 친척의 초청을 받아 런던으로 가고, 그곳에서 메리앤은 윌러비가 곧 돈 많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엘리너도 결혼 계획을 앞둔 에드워드를 만난다. 메리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깊은 병에 들지만, 엘리너와 브랜던 대령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자매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이들 자매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사랑을 보여준다. 맏딸 엘리너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성격이고, 둘째 딸 메리앤은 정열적이고 감성적이다. 내성적이고 도덕적인 청년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엘리너는 사랑의 감정을 서서히 발전시키면서 그 감정의 정도를 늘 점검하고 또 거기에 충실하려는 데 비해, 메리앤은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청년 윌러비에게 첫눈에 반해 그에게 모든 순정을 바치고 열정적인 연애의 감정에 휩싸인다. 엘리너의 연애는 남들이 겨우 눈치만 챌 수 있을 정도로 지지부진인 한편, 메리앤의 연애는 누구의 눈에도 서로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명확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숨김이 없다. 늘 사회적 관습과 자존심에 따라 분별 있게 ‘생각하는’ 사랑과 모든 것을 버리고 모두의 눈을 개의치 않는 ‘행동하는’ 사랑, 이 서로 다른 로맨스는 그러나 둘 다 고통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두 여인은 서서히 사랑의 진실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재산과 사회적 지위가 사랑까지 지배하는 시대에 대한 은근한 풍자와 유머

    인간성과 도덕의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끈질긴 관심, 사실적인 묘사



    엘리너와 메리앤은 세 남자와의 만남과 사랑의 고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함께한다. 언니는 동생의 처신이 남의 이목에 어떻게 비칠지를 걱정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언니의 감정이 너무 미적지근하다고 탓한다. 그러나 이후 사랑에 빠졌다가 그 사랑을 잃는 끔찍한 경험을 겪으면서 이들 자매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야만 신분과 돈이 사랑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적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옮긴이의 말대로, 작가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인간성을 연애와 결혼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도덕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작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인 오스틴이 당시에 만연했던 물질주의와 황금만능 사상 그리고 결혼을 통해 출세를 꿈꾸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속의 현실은 여성에게 불리하다. 대시우드 가의 자매들은 상속을 박탈당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지게 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결혼이 여성에게 열려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던 시대에 결혼 적령기에 이른 대시우드 자매들이 어떤 결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미모도 뛰어나고 교양도 있지만 지참금이 1,000파운드에 불과한 엘리너가 결혼 시장에서 겪을 고충은 이복오빠인 존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엘리너에게 지참금이 없어 상당히 불리하긴 하겠지만 미모를 이용해 브랜던 대령을 잡으라고 충고한다.

    다분히 고리타분한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의식은 당대를 지배하던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재산과 사회적 지위가 인격의 척도가 되고 결혼이 여자의 최후의 수단이 되었던 19세기 초 당시 영국의 가치관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풍자까지 곁들여 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제인 오스틴이 사뭇 대담한 여성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소재를 다양한 계급과 성격의 주인공들에게 투영함으로써 “사랑과 결혼의 문제에서 외적 조건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규범과 개인의 성품과 선택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의 충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잣대에 좌우되는 주제인 만큼, 이 같은 것이 비단 제인 오스틴의 시대에만 목격되는 세태는 아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기대 결혼의 가치를 평가하는 풍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제인 오스틴의 ‘도덕적 교훈을 전하는’ 작품들이 오늘에도 유효한 것이고, 공감을 얻는 것이다. 이 작품 『이성과 감성』에서도 어김없이 오스틴의 풍자 정신은 빛을 발하고 있다.



    가정이라는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국 중산층의 풍속희극

    ―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등장인물, 당대의 풍습과 의식에 대한 감칠맛 나는 표현



    사랑에 상처를 받고도 사태를 냉정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고통을 속으로 삭이는 엘리너, 이에 반해 상대의 변심을 알게 되자 망연자실하여 거의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절망에 빠지는 메리앤, 엘리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과감히 행동하지 못하는 에드워드, 젊고 매력적이지만 돈에 팔려 메리앤을 배신하는 윌러비, 열정적이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묵묵히 메리앤을 기다리는 브랜던 대령, 심약하고 귀가 얇은 대시우드 가의 아들 존, 잔머리를 굴리며 돈만 밝히는 그 아내 패니, 오지랖이 넓어 주위 모든 사람의 근황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제닝스 부인, 겉으로는 부드러운 매너를 지니고 있지만 속은 냉정하기 그지없는 레이디 미들턴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은 제각각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들 모두가 마치 실존하는 듯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이는 훗날 제인 오스틴을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게 한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이다.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세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묘사, 당시의 삶의 양상과 의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서술과 대화는 치열할 정도이다. 옮긴이 윤지관은 “인물들의 성격과 고민을 파고들어가는 치열함은 오히려 『이성과 감성』이 『오만과 편견』보다 더 윗길”이라고 말한다. 물론 처녀작이니만큼 구성이 다소 거친 부분이 없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물들의 성격과 사건들을 이만한 박진감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작품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것이 여타의 ‘낭만적 멜로드라마’와는 다른 점이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족집게처럼 정확히 골라내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펼쳐내는 솜씨나, 똑 떨어지게 재치 있는 대사들은 과연 셰익스피어에 비견할 만하다. 평범하고 제한된 사건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지루할 틈을 전혀 없는 것이 바로 이런 탁월한 솜씨 덕분이다. 제인 오스틴은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살짝 비꼬면서 그들을 풍자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인 오스틴과『이성과 감성』

    작가연보

    본문중에서

    "자넨 야망이 전혀 없다는 걸 내가 잘 알지. 자네의 소망은 정말 소박해."

    "대부분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지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완벽하게 행복해지고 싶답니다. 그렇지만 다들 그런 것처럼 제 방식으로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큰 인물이 되는 것으로는 저는 행복해지지 못할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상한 일이게!" 하고 메리앤이 소리쳤다. "부나 위대함이 행복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위대함은 거의 관계가 없겠지만, 부는 많은 관계가 있지." 엘리너가 말했다.

    "엘리너, 창피하게 왜 그래!" 하고 메리앤이 말했다.

    ( /p.121)

    저자소개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775.12.16~1817.07.18
    출생지 영국 햄프셔
    출간도서 268종
    판매수 99,852권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며 8남매 중 일곱째였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심취했던 그녀는 10대부터 꾸준히 습작 활동을 한다.
    1793년, 서간체 단편 소설인 『수잔 부인(Lady Susan)』을 집필하기 시작해 1795년에 완성한다. 같은 해에 집필한 『엘리너와 메리앤(Elinor and Marianne)』은 훗날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으로 개작된다. 그녀는 1796년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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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문학자, 번역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미문학연구회 공동대표, [실천문학] 편집위원, 한국문학번역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대학학회 회장이다. 지은 책으로 [민족현실과 문학비평], [근대사회의 교양과 비평], [놋쇠하늘 아래서: 지구시대의 비평], [세계문학을 향하여: 지구시대의 문학연구] 등이 있고, [현대문학이론의 조류], [오만과 편견] 등 이론서와 소설을 다수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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