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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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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윌리엄 골딩의 소설 세계 :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20세기의 대표적인 영국 작가 중 한 사람인 윌리엄 제럴드 골딩은 1911년 9월 영국 콘월에서 과학 교사의 아들로 출생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과학을 전공했다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문학으로 전과한다. 1935년 대학을 졸업하고 솔즈베리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해군에 입대하여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 참전하고, 종전 후 다시 교직으로 돌아와 1960년까지 교사로 근무했다. 1954년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을 발표하면서 40대 중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한동안 교직과 작가 생활을 겸하다가 전업 작가로 돌아서서, 1983년 생존 작가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총 11편의 장편소설을 남긴 채 1993년 6월 82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골딩의 이러한 이력은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과학적 세계관과 그것으로 설명될 수 없는 세계와의 대립, 오랜 교사 생활로 얻게 된 청소년에 대한 인식, 전쟁 체험에서 비롯된 인간성에 대한 깊은 반성 등이 주요 소재로서 그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소재들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여러 형태의 폭력을 통해 인간 자체를 본질적으로 재성찰한다는 그의 문학의 주제 의식과 궁극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골딩 소설의 소재를 살펴보면, 데뷔작인 『파리 대왕』에서는 미래의 핵전쟁 상황에서 남태평양 무인도에 고립된 어린 소년들의 잔혹한 집단 생활을 통해 과학과 이성의 실패를 그렸고, 『상속자들(The Inheritors)』(1955)에서는 시간적 배경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폭력적으로 멸망당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핀처 마틴(Pincher Martin)』(1956)에서는 2차 대전 중에 전사한 영국 해군 장교의 사후 세계를 취급하면서 존재의 소멸에 맞서서 하느님과 인간의 지위를 역전시키기에 이르는 인간의 극한적 생존 욕망을 그려냈고, 『자유낙하(Free Fall)』(1959)에서는 한 여인을 정신병자로 만든 화가가 자신의 자유의지를 상실한 시점을 찾아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는 회고록 형식을 취했으며, 『첨탑(The Spire)』(1964)에 이르러서는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대성당 첨탑 건설에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희생시키는 고위 성직자의 정신 세계를 다뤘다.

    이처럼 소재의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골딩의 소설들은 그러나 인간성 자체를 규명한다는 그의 작가 의식에서 본다면 거의 동일한 주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해도 말할 수 있다. 그의 처녀작이자 그에게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파리 대왕』의 경우를 보자. 이 소설에서 뚱보 소년의 과학적 관점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로서는 지극히 불충분하다는 작가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의 인간에 대한 폭력을 존재론적으로 성찰하는 사이먼의 모습에는 인간 본질을 꿰뚫어보면서도 그것을 이성적 언어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골딩 자신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폭력을 주도하는 잭과 그에 추종하는 소년들의 행동은 골딩의 다른 작품들에 폭력의 형태를 달리하면서 되풀이하여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골딩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개별적 인격을 갖춘 입체적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속성에 대한 관념적 반영에 가까우며, 이러한 관념적 인물 구성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방식이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현악처럼 울리는 작품 언어: 『첨탑』의 문학적 기법



    윌리엄 골딩이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1964년에 발표한 『첨탑』은 영국의 중세를 시대 배경으로 주인공 조슬린이 대성당에 첨탑을 건설하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 소설이다. 14세기 영국의 에드워드 3세 때 건설된 솔즈베리 대성당의 첨탑이 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는데, 작가 골딩은 솔즈베리 대성당이 바라보이는 비숍 워즈워스 스쿨에서 17년간 교사로 근무한 바 있다.

    대성당의 주임신부 조슬린은 스스로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
    각하
    고 주위의 반대와 재정적, 기술적 난관을 무릅쓰고 주변 사람들과 나아가 자기 자신까지 희생시켜 가면서 첨탑의 건설을 지휘한다. 그렇게 2년여에 걸친 첨탑 건설 과정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대단히 복잡한 상징 체계를 결합시켜 『파리 대왕』 이래 작가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주제 의식을 제시하는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다.

    먼저 이 작품을 기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서술 형식은 명백한 3인칭 시점이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을 주인공 조슬린과 분리시키는 반투명한 표피를 걷어내면 실질적으로는 조슬린의 1인칭 시점인데, 그것도 타인과의 소통이 별로 고려되지 않는 내밀한 1인칭 시점이다. 이것은 독자를 상대로 한 작가의 치밀한 전략의 소산으로서, 작가는 3인칭 주인공 조슬린의 의식에 반영된 세계를 주관적으로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조슬린의 관점에서 그 의식에 반영된 인상과 경험을 읽어가게 한다.

    그런데 조슬린은 어떤 사실을 은폐하거나 한동안 지연했다가 공개함으로써 독자의 세심한 기억력을 요구하고, 때로는 작품 속에 산재한 편린들을 수집한 뒤에야 전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조슬린은 작품 서두에서 첨탑 건설의 씨앗이 된 자신의 환상을 언급하지만, 그것은 단지 ‘환상’이라는 낱말 하나로만 지칭될 뿐이며, 그의 환상 전체가 고스란히 서술되는 것은 거의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서이다. 또한 조슬린은, 혹은 작가 골딩은, 대상의 명칭을 임의로 바꾸고 그렇게 바뀐 명칭을 개인적인 비유의 언어 속에 포섭함으로써 독해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것은 타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조슬린 자신의 감각적·의식적 자기 반영에는 적절한 방법이지만, 독자에게는 조슬린의 언어 표현을 장시간 기억하고 있어야만 하는 부담을 안겨준다.

    이런 서술 방식은 경험의 모호성을 전달하는 효과를 띠기도 하고, 또한 주인공의 의식이 좀더 자연스럽게 전달되게 하고,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에 의해 다양한 의미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 특히 많은 어휘를 동원하여 장황하게 서술하는 대목에서는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이나 개념이 모호하다가 나중에야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고,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를 특정한 의미로 한정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독서 행위를 일종의 지적 유희처럼 느끼게 만든다.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서는 영미권의 비평가들도 유난히 재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어쩌면 그런 반복된 독서만이 이 작품에 골딩이 숨겨놓은 의미를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접근 방식을 통해서만이 마치 관현악곡처럼 울리는 작품 언어 전체의 힘이 비로소 전달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또한 독자들에게 다소 과한 노력을 강요하는 측면도 있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왜냐하면 역자의 지적처럼 이러한 방식이 위대한 소설의 방식인지, 현대 소설이 추구하는 새로운 정신인지를 놓고 심각한 의문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재독, 삼독을 해가며 1차적인 사실 관계의 파악에서부터 작가가 의도한 의미의 분석과 조합을 거쳐 전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 보아야 하는 고단하고 지적인 작업에서 생명력이 꽃피는 장르인가, 그것보다는 생생한 인물들의 꿈틀거림 속에 저절로 빠져들고 그들이 몸으로 겪어내는 세계가 머리보다 가슴에서 먼저 울림을 주고, 그 세계를 걸어 나와서도 언어의 침묵 속에 새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데서 큰 작품이 찾아지는 장르인가 하는 고민이다.

    분명한 것은 윌리엄 골딩이 이 작품에서 작가의 독특한 예술적 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첨탑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주인공 조슬린만큼이나 단어 하나하나에 해석의 여지가 무궁한 의미를 부여해 놓았다. 예컨대 교차부에 파놓은 구덩이는 이성적인 건축가에게는 건물의 기초를 확인하는 공사 현장이지만, 조슬린에게는 인간 내면의 사악한 뿌리를 들여다보는 상징적 공간이며, 팽골이 살해되어 묻히는 인간 범죄의 은폐된 현장이자 조슬린의 석조 두상이 함께 묻히는 희
    생의
    장소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상징 체계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비유로서밖에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 인간 경험을 포착해내려고 작가는 시도하였고, 물리적이면서도 관념적이고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의미들은 조슬린의 의식 속에서 그리고 독자의 의식 속에서 시시각각 유기적으로 결합하거나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의미의 관현악곡으로 울리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성적 세계와 비이성적 세계의 대립과 화해: 『첨탑』의 주제



    주제의 측면에서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첨탑의 의미, 허술한 기초 위에 400피트 높이로 첨탑이 기적처럼 세워지고 붕괴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독자 스스로 해석하도록 맡겨놓는다. 첨탑이 과연 하느님 찬미라는 인간의 보편적 희망을 담은 상징적 건축물인지 많은 사람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는 한 야심가의 ‘바보탑’인지 여부가 복잡한 판단 속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첨탑을 완성해가는 조슬린의 불꽃같은 생애를 신을 향한 인간의 영원한 갈망과 기원의 표현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수반된 참혹한 인간적 희생을 중시하여 악마의 유혹에 영혼을 넘겨준 실패한 인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조슬린이 대성당 주임신부의 지위에 오른 것은 첨탑 건설의 사명을 부여한 하느님의 선택이었다는 그의 믿음과는 달리, 국왕의 육체를 만족시킨 대가로 그의 이모가 장난스럽게 던져준 선물이었을 뿐이었다. 문맹인 아이보가 건축 자재를 제공한 대가로 대성당 참사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조슬린의 이러한 부적절한 승진 배경은 첨탑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일 수 있다. 더욱이 첨탑 건축 과정에서 조슬린은 불가능한 공사를 포기하려는 건축가를 붙잡아두기 위해 그의 불륜을 적극적으로 조장함으로써 스스로 첨탑 건축의 의미를 배반하기까지 한다.

    과학적으로는 첨탑이 하중을 견디며 붕괴되지 않고 서 있는 사실이 설명되지 않는다. 대성당 내부 교차부 밑은 늪지인 데다 기초 공사도 되어 있지 않아 그 위에 첨탑을 건설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공사가 완결된 뒤에는 첨탑을 떠받치고 있는 교차부의 네 돌기둥조차 150년 전에 쇄석을 채워 날림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성적·과학적 사실의 세계와 비이성적·종교적 신비의 세계의 대립과 갈등은 조슬린이 첨탑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러나 처음에 환상 속에서 하늘에 400피트 높이의 선을 그어 기도의 도형을 작도한다는 단순했던 최초의 기획이 인간 내면의 지하실과도 같은 어둠과 공포와 욕망과 죄악을 일깨우고 마는 학습을 거쳐 지상과 천상, 선과 악, 이성과 신비, 인간 본성의 영원한 상징을 이루는 거대한 사과나무라는 깨달음에 이르면서 조슬린은 바야흐로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묻게 된다. 결국에 가서 조슬린은 소녀 구디를 성불구자 팽골과 결혼시킨 것이 지하실 같은 자신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사랑의 표현임을 깨닫게 되고,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세우고자 한 첨탑이 구디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었음을 인식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독자들은 대립되고 있는 두 세계(이성적 세계와 비이성적 세계)가 화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감흥은 대립적 요소들의 팽팽한 긴장을 텍스트 속에 중층적으로 덧칠해놓아 어느 한 가지를 선명하게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작가 윌리엄 골딩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 무겁고 불가능한 하중을 엄연하게 견뎌내고 있는 첨탑만큼이나 육중하게 실감된다고 말할 수 있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역자 후기

    용어 해설과 역자 주석

    본문중에서

    "하느님은 옛날에도 사람들한테 합리적인 일을 요구하신 적이 없다네. 그런 일은 사람들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물건 사고팔고, 병을 고치고, 나라 다스리는 것 말이야. 그런데 저 깊은 곳에서 전혀 사리에 안 맞는 일을 하라는 명령이 들리는 거야. 마른 땅 위에 배 한 척을 만들라, 잿더미 위에 앉으라, 바람기 있는 여자와 결혼하라, 아들을 번제물로 바쳐라, 하고. 그런데 사람이 믿음이 있으면 새로운 일이 벌어져."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윌리엄 골딩(William Gerald Golding)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1.09.19~1993.06.19
    출생지 영국 콘월주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26,279권

    1911년 영국 콘월 주에서 태어났다. 1930년 옥스퍼드 대학의 브레이스노스 칼리지에 입학해 자연 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서정시 29편을 묶은 첫 책 [시집]을 출간했다. 해군으로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해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 격침 및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교사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4년 발표한 첫 소설 [파리대왕]을 통해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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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동 대학 대학원에서 조셉 콘라드 소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고려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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