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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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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물의 해방으로 인간의 해방을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리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로 등단한 김중혁 첫 번째 소설집. 관습에의 저항을 의미하는 '비트 해방 전선'에 뛰어든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을 비롯해,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멍청한 유비쿼터스》 등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레스몰'이라는 축소지향의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는 '나'가 인터넷라디오 방송국 피디인 '메이비'의 방문을 받고, 그가 방송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라디오방송의 '무용지물박물관'이라는 코너를 청취하며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무용지물 박물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지도를 그리며 살아온 인생에 회의를 느끼던 주인공이 삼촌에게 받은 에스키모 인들의 지도를 통해 잊고 살았던 삶의 의미를 깨닫는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등의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물의 해방을 통해 인간의 해방을 꿈꾸는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꾸준히 그려온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흔하고 사소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사물들에 대한 관심과 낡고 소용가치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잊혀진 구시대의 유물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출판사 서평

21세기 신종 마니아 코드를 만난다
기억의 도서관에서의 행복한 관람기!


“모든 것은 바로 눈앞에 있다. 우리는 손만 뻗으면 된다.”

김중혁의 소설 「무용지물 박물관」에서 사물들을 말로써 스케치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들려주는 ‘메이비’라는 디제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적어 놓은 문구이다. 에펠탑과 암스테르담, 쉬폴 공항과 보잉 707기, 잠수함 등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주는 디제이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김중혁식 소설 세계의 깊숙한 근간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한 김중혁은 그동안 사물의 해방을 통해 인간의 해방을 꿈꾸는 그만의 유토피아를 꾸준히 그려보였다. 김중혁은 그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한국 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문학의 오래된 미래’를 보여준다, 사물들과 인간에게 모두 ‘이상향인 그런 장소’에 대해 고민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곧 우리 눈앞에 언제나 흔하게 있지만, 너무도 사소하여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사물들에 대한 관심과, 낡고 소용가치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잊혀진 구시대의 유물들에 대한 애착이 그의 소설 세계를 이뤄내는 거점이다. “손만 뻗으면 된다.” 눈뜬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잠수함의 형태. 그러나 우리는 눈을 뜨고 있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사물들을 그저 시신경을 통과해 뇌 밖으로 흘려버리고 만다. 작가 김중혁은 이러한 사물들에 일일이 손을 뻗어 우리의 눈앞에 가져다준다. 60년대를 풍미한 밴드 ‘비틀즈’의 노래에 나오는 노란 잠수함에 대한 ‘메이비’의 세세한 묘사는 모든 것이 단순논리로 해명되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추억의 산물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음은 본문 중에 ‘메이비의 라디오’라는 장에 있는 ‘메이비’의 방송 내용이며, 이 방송의 제목이 바로 ‘무용지물 박물관’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입이 툭 튀어나온, 심술 맞은 물고기 같아요. 심술 난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한번 만져보세요. 잠수함 앞모습이 바로 그래요. 그리고 몸통은 비늘을 다 긁어낸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미끈하죠. 창문은 왼쪽에 여덟 개, 오른쪽에도 여덟 개가 있어요. 이 창문을 통해서 바다 속 풍경을 보는 거죠. 그리고 꼬리 쪽에는 방향을 조종하는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어요. 지느러미 아래쪽에는 잠수함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프로펠러가 두 개 달려 있어요. 프로펠러는 바람개비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_「무용지물 박물관」 중에서

‘작은 디자인, 적은 디자인’을 표방하는 디자이너인 ‘나’는 ‘메이비’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그야말로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완성되어 제품이 출시되는 순간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리는 소위 디자인의 생명, 또는 가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이기에 갖가지 사물에 대한 묘사를 모아둔 ‘무용지물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소중한, 그리고 유용한 디자인이다.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보아도 무방할 ‘메이비’와 그의 ‘박물관’은 김중혁이 그간 써온 소설들과 닮아 있다. 이 작가의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설계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바나나 주식회사」의 열쇠와 연필, 「회색 괴물」의 타자기와 ‘FOF’의 상품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의 지도 제작용 도구들,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에서 이눅씨가 만들어내는 발명품들은 모두 김중혁이 해방시킨 사물들이다.

더 나열할 것도 없이, 김중혁은 수집광이다. 이 독특한, 오래된, 그러나 하등 쓸모없는 사물들을 고르고 모아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그는 김춘수의 ‘명명하기’를 실천한다. 김중혁은 자신의 소설 속에 불러들인 모든 사물들을 결코 ‘일반명사’로 명명하는 법이 없다. [……] 아마도 이것이 사물의 해방일 것이다.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로부터의 해방. 나름의 역사와 사연을 가진 고유한 존재로의 지위 격상. 이는 곧 김중혁이 자신이 수집한 사물들에 대해 바치는 경의이자, 그것들에 시도하는 대화이다. 그러자(작가가 자신이 골라낸 사물과 대화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덕분에, 사물들은 아우라Aura를 부여 받는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그의 이러한 ‘해방’의 작업은 ‘무용지물’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에서 “만들 수 없으므로, 혹은 누구도 만들려고 하지 않으므로, 아니면 만들 필요가 없으므로, 만들어지지 않는” 사물들을 만들어내는 개념발명가 이눅씨에게 그러한 사물들은 “그 스스로가 필요인” 것이 된다. 또한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서 에스키모들이 만드는 지도는 언뜻 제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할 불필요한 사물처럼 보이지만 오차 측량원인 나에게 단 한 점의 오차도 느낄 여지를 주지 않는 첫 지도이다.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펭귄뉴스』, p. 99)라고 말하는 삼촌의 말은 김중혁의 소설 쓰기의 방향을 짐작케 한다.
등단작 「펭귄뉴스」에서 주인공이 “비트를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는 운동”에 뛰어들게 된 것은 그에게 비트의 해방이 절실해서가 아니었다. 어느 날 마음에 꼭 드는,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펜더스트래토캐스터 기타 소리 같”은 목소리의 비트를 지닌 여자를 알게 되면서이다. 그는 그녀의 비트에서 헤어날 수 없는 강한 욕망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 ‘비트 해방 전선’에서 일한다. 관습에의 저항을 의미할 이 해방 운동에서 자신을 처음 비트의 세계로 인도했던 여자가 죽은 뒤(자신에게 꼭 맞는 비트를 잃은 뒤) 그는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비트 역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치욕적인 일이죠. [……] 하지만 저의 비트가 펭귄뉴스 박물관의 귀퉁이를 조금씩 흔들어줄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녀의 기억이 비트로 바뀌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거릴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입니다. 만약 펭귄뉴스가 없어진다고 해도 나의 아름다웠던, 한때의 비트는 영원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가슴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_「펭귄뉴스」 중에서

목차

무용지물 박물관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멍청한 유비쿼터스
회색 괴물
바나나 주시고히사
사백 미터 마라톤
펭귄뉴스

해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무용지물 박물관」
'레스몰’이라는 축소지향의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는 ‘나’는 어느 날 인터넷라디오 방송국의 피디인 ‘메이비’의 방문을 받는다. ‘나’는 ‘메이비’의 목소리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그가 맡겨온 라디오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안테나라디오’는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이후 ‘나’는 ‘메이비’가 방송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라디오방송의 ‘무용지물박물관’이라는 코너를 청취하며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눈이 저절로 떠지려고 했지만 나는 눈을 더 세게 감았다. 다시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메이비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어둠 속에다 잠수함을 그려보려고 했다. 메이비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내가 전에 알고 있던 잠수함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눈앞으로 떠오르는 잠수함을 계속 침몰시키고 메이비의 잠수함을 그려보았다. [……] 수십 번을 시도한 끝에 한 대의 잠수함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색이 없었다. 선만 있을 뿐이었다. 메이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우리가 잠수함이 한번 돼볼까요? 제가 자주 하는 놀이인데요. 욕조에 물을 받은 다음 스트로를 입에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에겐 그 스트로가 잠망경인 셈입니다.”
사무실에 욕조 따위는 없다. 하지만 욕조가 있었다고 해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내 눈앞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잠수함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_「무용지물 박물관」중에서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사진작가인 ‘나’는 ‘싸이파이 매거진’에 발명가 특집 코너의 사진을 담당하며 ‘이눅’이라는 발명가를 만난다. 그는 개념발명가로 별다른 실제 발명품 없이 설계도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개념들을 생산해내고 있는 ‘이눅’의 발명에 대해서 담당기자와 ‘특이한 사람’ 이라고 여기고 있던 ‘나’는 ‘이눅’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그의 집이 바로 설계도에 있던 도면의 발명품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발명은 베끼는 건데요. 아니다. 전부 다 베끼는 거네. 베끼는 게 아니고 이어 붙이는 건가? 그러니까 세상에 없는 걸 만들면 발명인데, 벌써 다 있잖아요. 이누크가 만든 섬도 사실은 그래서 발명이 아닌 건데 어떻게 저는 그게 발명이라고 보이는 거죠. 세상이 전부 다 없어지면 섬만 살아 있으니까 미래의 발명인가 미리 발명인가, 다 없어지면 새로 생기는 건 전부 다 발명이죠?
_「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중에서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오차 측량원으로 일하는 ‘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지도를 그리며 살아온 인생에 회의를 느낀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오차가 존재하고 완벽한 지도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캐나다에 있는 삼촌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물건을 소포로 받는다. 그리고 후배의 도움으로 그것이 에스키모 인들의 지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에스키모 인들의 지도라는 ‘나무 지도’의 읽는 법을 배우면서 그는 지도그리기에 천착해온 삶에서 잊고 살았던 어떤 의미를 깨닫는다.

에스키모들은 해변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도를 그리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모두 동원합니다. 소리와 기억으로 지도를 만들지만 그들이 제작한 지도는 항공 사진으로 제작한 지도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에스키모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_「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197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악기들의 도서관', '좀비들', '대책 없이 해피엔딩' 등의 저서도 출간하였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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