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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01년 김수영문학상과 2002년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한 이정록 다섯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의 작고 평범한 사물들이 자연스럽게 삶을 이루고 소중하게 서로를 감싸는 모습을 풍요롭고 평화스럽게 노래한다.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풋사과 주름살>, <제비꽃 여인숙> 등 전작들에서 자연과의 교감 속에 삶을 통찰해내던 시인의 시각이 이번 시집에서 일상의 구석진 부분들로 더욱 파고들어가 새로운 삶의 의미를 캐낸다. 또한 상처 입은 것들에 대한 애정과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아픔들을 내려놓고 쉴 자리를 마련하려는 마음을 곳곳에 담아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시집 소개글 『의자』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집이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 아닌 조화롭고 동등한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평화롭고, 그 평화가 유토피아를 그리는 것이 아닌, 자연과 삶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사랑의 구체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풍요롭다. 놀라워라! 시인의 일상에는 자연의 작고 하찮은 사물들이 자연스럽게 삶을 이루고 소중하게 서로를 감싸고 있다. ■시인이 쓰는 산문 시집 이름을 정하는데 오래 걸렸다. 망설였던 제목 가운데 ‘18.44’가 있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18.44미터는 투수판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다. 여기에서 스트라이크가 나오고 번트가 나오고 장외 홈런이 나온다. 병살타가 나오고 데드 볼이 나온다. 이만큼이 너와 나, 사랑과 이별, 탄생과 죽음의 거리가 아니겠는가? 뜻은 좋은데, 두어 번 읽다 보니 “씹팔 좀 사 사!”로 읽힌다. 시집을 제발 좀 사달라고 떼를 쓰는 꼴이다.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지워버렸다. 『의자』라고 이름을 올려놓으니, 세상이 다 제 무게를 놓고 바닥에 스미는 것 같다. 이 쓸쓸하고 환한 자리에 발목 아픈 그대를 부른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한 이정록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의자』 지친 세상을 어루만지는 의미심장한 삶의 증거들과 따스한 웃음이 가득한 시를 만난다 눈길이 닿는 모든 대상에서 삶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그의 시는 현재의 삶이 결여하고 있는 따뜻하고 생명력 넘치는 세계를 지향한다. __이혜원(문학평론가) 지친 일상을 어루만지는 편안함, 자연을 닮은 푸르른 상상력으로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데 주력해온 이정록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의자』가 발행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구석진 부분들로 더욱 파고들어가 어떤 보잘것없는 생명이나 사소한 사건도 놓치지 않고 집요한 시선을 들이대어 우리 앞에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굴해 내놓는다. 치밀한 관찰, 섬세한 묘사로 삶의 본질을 포착해온 시인은 『의자』에서는 이에 더하여 상처 입은 것들에 대한 애정과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아픔들을 내려놓고 쉴 자리를 마련하려는 유난한 마음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그동안의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풋사과의 주름살』 『제비꽃 여인숙』) 자연과의 교감 속에 우리의 삶을 통찰해내던 시인의 시각은 표제작 「의자」를 통해 그 지평을 사물에까지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 만물이 지탱하는 저마다의 힘겨운 삶에 대한 공감과 연민은 타자와 함께 조화로운 삶을 모색하는 데로 나아가며 따라서 ‘의자’라는 평범한 사물은 고달픈 삶을 지켜주는 안식처로 화한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쥐눈이별
어린 나무의 발등/ 의자/ 목련나무엔 빈방이 많다/ 딱 한 상자/ 햇살의 經文/ 웅덩이/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비 그친 뒤/ 꽃물 고치/ 산 하나를 방석 삼아/ 반달/ 햇살은 어디로 모이나/ 신의 뒤편/ 뒷짐/ 쥐눈이별

2부 머리맡에 대하여
촛불들/ 물끄러미에 대하여/ 잠자리의 지도/ 옻나무 젓가락/ 겉봉에만 쓰는 편지/ 옷/ 여린 나뭇가지로 고기를 굽다/ 머리맡에 대하여/ 좋은 술집/ 나무젓가락의 목덜미는 길고 희다/ 결/ 푸른 욕/ 산굼부리/ 못 자국을 따라서/ 유모차는 힘이 세다

3부 더딘 사랑
더딘 사랑/ 구부러진다는 것/ 꽃벼슬/ 나무도 가슴이 시리다/ 해삼의 눈/ 소똥 이야기/ 울컥이라는 짐승/ 폐경기/ 우표/ 첫눈/ 여인숙에서의 약속/ 애인/ 나무의자/ 겨울밤/ 고드름

4부 햇살의 손목
콩나물/ 황태/ 回春/ 天葬/ 세숫대야/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졸음/ 단무지/ 개도 브래지어를 찬다/ 햇살의 손목/ 열매를 꿈꾸는 새/ 대통밥/ 손님/ 가을비/ 行山에 가면/ 풀뿌리의 힘

해설- 따뜻한 구상/ 이혜원

본문중에서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의자」전문 고장 난 보일러를 뜯었다 쥐똥이 수북했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제 심장 박동 소리와 비슷했을까 절약 타이머에 맞춰 불길이 멎을 때마다 고 까만 눈동자는 뭐라고 깜박였을까 어미를 우러르는 새끼들의 눈망울도 별처럼 새록새록 젖어 있었으리라 쥐 죽은 듯이란 얼마나 한심한 말인가 작은 창 너머로 그가 물어 날랐을 차가운 양식과 시린 앞 이빨이 떠올랐다 세간의 전부였던 똥 한 줌 남겨놓고 어디로 갔을까 세상 어딘가에 분명 사람 다 죽은 듯이란 말도 있으리라 불씨를 살리고 있는 추운 별들 점검해야 할 것이 하늘뿐일까 파르라니, 작은 눈망울들 ─「쥐눈이별」 전문 내 꿈 하나는 방방곡곡 문 닫은 방앗간을 헐값에 사들여서 술집을 내는 것이다 내 고향 양지편 방앗간을 1호점으로 해서 ‘참새와 방앗간’을 백 개 천 개쯤 여는 것이다 그 많은 주점을 하루에 한 곳씩 어질어질 돌고 돌며 술맛을 보는 것, 같은 술인데 왜 맛이 다르냐? 호통도 섞으며 주인장 어깨도 툭 쳐보는 것이다 아직도 농사를 짓는 칠순 노인들에겐 공짜 술과 안주를 올리고 가난한 농사꾼의 자식들에겐 막걸리 한 주전자쯤 서비스하는 것이다 밤 열 시나 열두 시쯤에는 발동기를 한 번씩 돌려서 식어버린 가슴들을 쿵쾅거리게도 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하라고 봉지 쌀을 나눠주는 것이다 마당엔 소도 두어 마리 매어놓고 달구지 위엔 볏가마니며 쌀가마니를 실어놓는 것, 몰래 가져가기 좋도록 쌀가마니나 잡곡 가마니에 왕겨나 쌀겨라고 거짓 표찰도 붙여놓는 것이다 하고많은 꿈 중에 내 꿈 하나는, 오도독오도독 생쌀을 씹으며 돌아가는 서늘한 밤을 건네주고 싶은 것이다 이미 멈춰버린 가슴속 발동기에 시동을 걸어주고, 어깨 처진 사람들의 등줄기나 사타구니에 왕겨 한 줌 집어넣는 것이다 웃통을 벗어 달빛을 털기도 하고 서로의 옷에서 검불도 떼어주는 어깨동무의 밤길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다 논두렁이나 자갈길에 멈춰 서서 짐승처럼 울부짖게 하는 것이다 ─「좋은 술집」 전문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0729
출생지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이정록은 1964 충남 홍성 출생으로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의자』 동화책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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