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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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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삶의 고통에서 길어 올린 시리도록 맑은 깨달음!

    사유의 숨결이 살아 있는 정직하고 투명한 문장!


    1962년, 열일곱 살의 소녀 카렌 암스트롱은 신을 신을 직접 찾고 싶다는 열정으로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진정 가치 있는 삶을 체험하리라 기대했던 수녀원 생활은 어린 수녀에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절제와 순종의 고통만 안겨준다. 카렌은 신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절망감을 안고 1969년 환속한다. 7년간의 수녀 생활은 카렌의 마음을 차가운 얼음 덩어리로 바꾸어놓은 뒤였다.

    “비틀스가 누구야?” 라고 묻는, 세상 물정 모르는 환속 수녀. 카렌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세상과 다시 만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카렌은 세상 속에서 또 다른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거기서 주저앉아 울부짖으며 종교를 부정하고 신을 버린다. 지독한 외로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 질환(후에 간질로 밝혀진)은 그녀를 삶의 평화로부터 영원히 추방당한 자로 만들어버린다.

    게다가 박사 논문까지 퇴짜 맞아 학자의 길에서 탈락하자 카렌은 자신을 더없이 완벽한 실패자라고 스스로 낙인찍는다. 카렌의 미래는 끝없는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운명처럼 비교종교학이란 분야를 발견해 고통스럽게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침내 삶의 비밀과 마주친 것이다.

    카렌은 자신이 종교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에서 엑스터시를 느끼고 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를 공부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돌아섰던 종교의 길로 다시 들어선다. 그리고 그녀가 오래 전 믿음을 통해 갈구했던 열망, 그러나 수녀였을 때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영혼의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좁고 어두운 나선 계단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더 넓고 근사한 계단에 올라타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다시 초라한 나의 계단통으로 돌아갔을 때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나는 혼자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내 몸도 덩달아 돌고 내가 발 딛은 곳은 좁지만 그래도 빛을 향해서 올라가기를 바란다.”



    읽는 이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삶에 놀라운 영감을 주는 이 책은 마음이 아픈 모든 이들을위로하고 격려하는 치유와 공감의 메시지이다.



    카렌 암스트롱과 공감의 종교학

    -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다리를 놓다


    덴마크 신문에 처음 마호메트 풍자만화가 실린 후 유럽 각지의 신문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그 만화들을 옮겨 게재하면서 전 세계에서 성난 이슬람인들의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유난스럽고 호들갑스런 행동이라는 서구의 반응은 정당한 것일까?



    1988년 샐먼 루시디의 소설 《사탄의 시》가 발간된 뒤 거기에 등장하는 예언자 마호메트 묘사가 많은 이슬람교도에게 ‘이슬람과 예언자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졌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슬람교도가 많이 사는 북부 잉글랜드에서는 시위대가 루시디의 소설을 불태우기도 했다. 1989년 2월 이란의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는 루시디와 그의 책을 낸 출판인들에 ‘파트와’ 곧 처단령을 내렸다. 서구 사회는 이슬람을 야만과 폭력의 종교로 보는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 자서전에서 그 무렵 한 사려 깊은 이슬람교도의 호소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다. 이 이슬람교도는 처단령과 분서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루시디의 소설이 왜 그렇게 이슬람인들을 분노케 했는지, 서구인들을 어떻게든 이해시켜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이슬람인들은 루시디의 소설 때문에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자기들이 예언자로 모시는 인물에 가해진 이런 모욕을 폭거라고, 강간이라고, 심장을 칼로 찌르는 짓”이라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나의 가슴을 쳤다. …… 관용과 연민이라는 우리의 잣대를 지키지 못하고 이슬람교도는 원래가 악독하고 폭력적이라고 단정 지으면서 우리는 화를 자초하고 있었다.” 그녀가 서구인들에게 이슬람교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마호메트》를 쓴 이유가 그것이었다.

    카렌 암스트롱은 공감의 종교학을 이야기한다. 그녀가 쓴 대부분의 책들은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극복해 가면서 내면에서 끌어낸 체험의 종교학이다.



    어느 종교든지 아픔을 맨 위에 놓는다. 아픔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올바르게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까닭은 스스로의 아픔을 부정하는 사람일수록 남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공감을 통해서 남의 아픔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 다음 남들한테도 비슷한 괴로움을 안기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460쪽)



    카렌 암스트롱의 공감의 종교학은 모든 종교의 표면적 차이 너머에 존재하는 본질적 공통점을 상기시킴으로써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이해의 다리를 놓았다.

    목차

    머리말 - 나선 계단에 서서

    빛을 만나고 싶다

    수녀원에서 보낸 7년

    문 앞에 선 소녀



    어둠의 시간

    환속한 수녀

    혁명 속의 옥스퍼드

    비틀스가 누구야?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정원

    불감증, 느끼지 못하는 마음

    신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악마의 속삭임

    산산이 부서진 거울

    텅 빈 두려움

    거식증, 소멸의 욕망

    최우등 졸업



    상처 입은 짐승

    새로운 안식처

    자폐증과의 만남

    나 좀 도와주세요

    나도 학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신과 갈라섰다



    공포의 절규

    자살 기도

    내 영혼은 앞으로 나아간다

    남루한 현실도 아름답다

    버릴 수 있는 용기

    마지막 결별



    절망 속의 엑스터시

    대학 강단에서

    잃어버린 박사학위

    간질이라는 선물

    더는 잃을 게 없다



    나를 향한 용기

    평범하게 살기 싫다

    글쓰기가 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좁은 문으로

    낯선 세계의 유혹



    발견과 공감

    우상 파괴 임무

    최초의 기독교인

    성지의 망아 체험

    타자의 발견

    그들의 고통이 나를 깨웠다



    빛을 향해 한 걸음

    신의 역사를 찾아서

    외롭고 위험한 도전

    나를 버리고 나를 만나다

    침묵은 나의 스승

    이해하려면 나를 던져라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르며

    본문중에서

    어둠의 시간



    이제 와서 보니 나는 정말로 죽은 것 같았다. 그런데 더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 구역으로 들어갔다가 소망했던 대로 환골탈태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 두 세상의 안 좋은 것들만 들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통과의례를 거친 부족의 소년처럼 용맹스럽고 두려움을 모르고 남들을 지키는 데 나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목석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사랑도 못 하고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덜 된 인간이 되기를 바랐는데 모자란 인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강해진 것이 아니라 그냥 굳어버렸다 나는. (72쪽)



    7년 동안 나는 다른 수녀들처럼 기도를 드리지 못한다는 부끄러운 비밀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끙끙 앓았다. 그런데 기도가 없이는 성직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말짱 꽝이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몇 시간씩 나는 비참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다른 면에서 나는 능력이 모자라지 않았고 재능이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신 앞에만 서면 왠지 어색해지는 듯했다. 이렇게 얼굴을 들기 어려운 부끄러움으로 내 삶의 응어리까지 곪아 들어가더니 나중에는 고름이 흘러나와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오염시켰다. 신에게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이고 신의 관심도 전혀 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수녀 행세를 한다는 게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93쪽)



    계단의 악마



    그것은 냄새로 시작되었다. 향긋하면서도 유황기를 머금은 냄새, 상한 달걀을 연상시키면서 코앞에 닥친 위태로운 상황을 알리는 듯한 그런 냄새였다. 모든 냄새가 그렇지만 이 냄새만 맡으면 숱한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단박에 알아차렸다. 처음은 늘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녀원에서 나는 여러 번 그 이상한 냄새를 맡았고 그때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세상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았다. 햇볕이, 제단의 깜박거리는 촛불이, 전등 불빛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참을 수 없는 욕지기가 일어났고, 그러고는 끝이었다. 길고 긴 공허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과시주의에다 …… 의지 부족” 이런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101쪽)



    상처 입은 짐승



    정신적 고통을 숨기기 위해 나는 강인하고 지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방패막이가 되어준 것 같다. 나는 연체동물처럼 물렁물렁하고 너무나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꺼운 껍질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말을 가지고 그런 껍질을 만들어내는 요령을 터득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우울하고 딱한 인간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말과 재치로 사방에다 바리케이드를 쌓아올렸기 때문에 아무도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몰랐다. (176쪽)



    나는 내 손으로 벌어서 먹고 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기우라고 생각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나한테는 없었다. 나의 미래는 암담해 보이기만 했다. 사회로 돌아와서도 나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이 죽어 있는데 어떻게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문학 작품을 읽어도 나만의 감흥이 없는데 무슨 수로 학자가 되겠는가? ‘괴상한 발작’에 자꾸만 시달리는데 어떻게 사람 구실을 하겠는가? 앞날을 생각하면 내가 가 있을 곳은 열쇠가 채워진 독방 아니면 자해를 못하도록 스펀지로 벽을 댄 방이었다. 수녀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세상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고 내 안의 무언가가 망가져서 나 자신을 추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안 생겼다. (187~188쪽)



    공포의 절규



    1971년 가을 나는 뭔가를 보여주었다. 한꺼번에 삼킨 수면제를 게워내면서 병원에서 눈을 떴다. 이번에도 기억이 통 안 났다. 제인이 내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며 선물로 준 셰리주를 나 혼자 잔에 따랐던 기억은 분명히 난다. 환각과 공포와 혼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잊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숨을 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수다 박사가 내 불면증 때문에 처방해준 보라색 수면제를 한 움큼 삼킨 것은 기억이 안 난다.

    그날 밤 일을 가만히 곱씹어보니 내가 매달렸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내가 삼킨 수면제도 치사량은 아니었다. 그 수면제는 웬만큼 먹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나는 그것까지 다 감안했을 것이다. 내가 튀는 행동을 한 것은 결국 도와 달라는 호소였다. 그날 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얼마나 절박한 상태에 있는가를 똑똑히 알리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무서움에 떨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226쪽)



    인생이라는 것이 워낙에 그렇지 않은가.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것을 놓치고, 자기 삶을 놓치는 사람은 그것을 살리기 마련이다. 이것은 신이 자의적으로 정한 계율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조건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법칙이었다. 완전히 포기할 작정으로 빵을 강물에다 던지면 비록 모습은 달라져도 그것은 결국 나한테 돌아오고야 만다. (252쪽)



    절망 속의 엑스터시



    희망을 버리니까 한편으로는 속박에서 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책 읽기가 다시 즐거워졌다. 문학 작품에는 진작부터 반응이 되살아났지만 아직도 의무감과 불안감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추방된 지금은 누구한테도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 예리한 통찰력을 굳이 과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할 말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나한테 두드려 맞아서 목석이 된 마음이 되살아났다. 활자에서 다시 희열을 맛보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나한테는 은총이요 값진 선물이었다. 이것도 내 안에 감수성의 씨앗을 뿌렸다. 통찰은 얻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상 무언가를 ‘건지려고’ 들면 다시 태어날 수가 없다. (309쪽)



    나는 멍한 상태로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간질로 진단이 나면 열이면 열 이것을 흉보로 받아들이겠지만 나한테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지저분한 건물, 처마 주위에서 더러운 날개를 퍼덕거리는 런던의 병든 비둘기, 휴지가 널린 길바닥, 넘쳐나는 쓰레기통 같은 도시의 치부도 내게는 아름답게 비쳤다. 정말로 오랜만에 나의 감각을 믿어도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들었다. 내 정신이 글러먹은 것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았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정신병동에 갇혀서 여생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것은 기우였다. 나는 세상을 다시 얻은 기분이었다. (317쪽)



    나를 향한 용기



    《좁은 문으로》를 쓰면서 나를 수녀원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머무르게 만들었던 그 이상주의의 매력에 정말이지 오랜만에 빠져들 수 있었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나에 대해서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과거의 경험을 깊이 캐들어 가면 갈수록 내가 과거를 바로잡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내면 탐구는 언론에서 선정적 기사로 변질되었다. (366쪽)



    나는 다시 모르는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내가 다시 궤도에 올라와 있는 듯한 안정감이 들었다. 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안정된 직장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왠지 제대로 올라탔다는 예감이 들었다. (379쪽)



    발견과 공감



    나는 서양사에서 십자군이 차지하는 자리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의 눈으로도 십자군을 보아야 했다. 처음 희생당한 것은 유럽에 살던 유대인이었다. 하지만 십자군의 주된 표적은 이슬람이었다. 이제 나는 아브라함에서 세 번째로 갈라져 나온 종교와 씨름해야 했다. 이슬람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옛날부터 나는 이슬람교는 당연히 폭력적이고 광신적인 종교이려니 생각했다. 그것은 칼을 앞세우는 종교, 전쟁으로 교세를 넓힌 종교라고 믿었다.

    옛날에 바울로를 연구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동안 내가 젖어 있던 편견을 벗어 던져야 했다. 그것은 내가 우연히 그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문화가 깊숙이 주입시킨 그릇된 편견이요 무지였다. 서양인은 이슬람을 혐오할 필요가 있었다. 서양인이 지어낸 환상 속에서 이슬람은 서양인이 바라지 않는 모든 것을 담았고 서양인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을 지녔다. 이슬람은 서양의 어두운 분신이 되었다. (435쪽)



    십자군 전쟁은 내 가슴을 찢어놓았다. 인간의 고통, 광신, 야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십자군이 탄 말의 무릎까지 핏물이 차 올랐다는 학살극을 묘사한 기록을 읽었다. 유대인을 예배당으로 가축 떼처럼 몰아넣고 산 채로 태워 죽인 이야기, 아녀자를 강간하고 도륙한 이야기도 읽었다.

    얼어붙었던 가슴이 조금씩 녹았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십자군 연구는 이렇게 나라는 사람을 바꾸어놓았다. 나는 자꾸만 ‘다른 쪽’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작정했고 도대체 상대방이 왜 나와는 다른 소리를 하는지 이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436~439쪽)



    빛을 향해 한 걸음



    어쨌든 그 망할 놈의 신한테 넘어가서 수녀원에 들어갔고, 그 얼어죽을 완벽주의 때문에 나 자신한테 넌더리를 치게 되었고, 신의 무관심 때문에 나는 퇴짜를 맞았다는, 가망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런 신이 누구한테 필요하다는 건가? 이제 신과는 인연을 끊었다고, 그래서 훨씬 더 행복해졌다고, 벌써 몇 번이나 떠들고 다녔던가. 그렇지만, 내가 그토록 고통스럽게 긁어모았던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내 무의식 어딘가에서는, 비록 내가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신과 나 사이에는 아직도 깨끗이 정리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452쪽)



    외로운 길을 걷기는 정말로 싫었지만 신에 관한 책을 쓰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 나는 내가 다시 그 길로 나섰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싶었을 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적이 몇 번 있었다.

    난파한 배의 뱃사람처럼 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떠도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 일이 5, 6년마다 한 번씩 규칙적으로 나한테 생겼다는 사실이 어떻게 보면 희한했다. 20년 동안 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려고 이 일도 해보고 저 일도 해보았지만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그것은 주류 사회로 들어가려고 더는 아등바등하지 말라는 소리인지도 몰랐다. 나를 자꾸만 평균에서 벗어난 곳으로, 조직 밖으로 몰아내는 편견과 맞서 싸울 생각일랑 하지 말고 한번 그것과 같이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때가 온 것도 같았다. (453쪽)



    신앙은 실천이지 믿음이 아니라고 했다. 종교는 아침을 먹기 전에 스무 가지의 실천 불가능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교는 도덕의 미학이요 윤리의 연금술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신화라든가 종교가 참다운 까닭은 그것이 어떤 형이상학적, 과학적 혹은 역사적인 실재에 부합되어서가 아니라 생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신화와 종교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다고 가르치지만 그런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나의 삶으로 끌어와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진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457쪽)

    저자소개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4~
    출생지 영국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4,911권

    영국의 저명한 종교 역사학자이자 종교 문화 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은 1944년 영국 워스터셔에서 태어났다. 열일곱 살에 옥스퍼드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을 정도였지만, 대학 대신에 로마 가톨릭의 ‘성스러운 아기 예수회’에 들어갔다. 1967년부터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종교 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지만, 예수회의 엄격한 규율 등에 실망하고 7년간 지내던 수녀원을 떠났다. 옥스퍼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암스트롱은 런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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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1~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뒤, 20여 년간 전문 번역가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반(反)자본 발전 사전] [히틀러] [마음의 진보] [번역사 오디세이] [미완의 시대] [문명의 충돌] [마음의 진화] [그린 마일] [몰입의 즐거움] [소유의 종말]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번역의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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