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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명궁>, <둔황의 사랑>, <부활하는 새>를 펴낸 시인 겸 소설가 윤후명. 이 책은 그의 등단 40년을 기념해 윤후명의 제자 27명이 직접 뽑은 스승의 시와 소설에 화가들의 그림을 한데 묶어 헌정한 작품집이다.

스승이 발표한 11권의 소설책에서 사랑에 관한 글귀를 발췌하고, 시집 2권에서 사랑 시 31편을 추려 총2부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윤후명의 작품을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김원숙, 임만혁 두 화가의 그림 52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우리시대 ‘진짜’ ‘순정한’ 마지막 로맨티스트의 대명사 윤후명 별세계로 떠난 목마와 숙녀를 깨어진 술병을 부여잡고 명동거리에서 노래하던 댄디보이 박인환이 갔습니다. 종로거리에서 순수한 심혼을 둥둥 울리던 북치던 소년 김종삼 시인도 갔습니다. 온갖 아름답고 짠한 것들 보면 술잔을 부여잡고 엉엉 울던 박용래 시인도 갔습니다. 생활 능력이 아예 없던 천진무구한 천상의 시인 천상병도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윤후명 선생님만이 외롭게 남아 순수를 지키고 있습니다. 현실의 때가 조금이라도 끼면 부패해버리는 순수, 해 떠오르는 현실적 이성에 의해 자취 없이 사라지는 아침 이슬 같은 순수, 그 자멸파의 숙명. 그 순수를 매양 새롭게 지키기 위한 윤후명 선생님의 비이성적인 음주벽, 그리고 ‘윤후명 브랜드’가 되어버린 여자들에 대한 막무가내의 음란성 횡포 등으로 윤 선생님은 자주 화제 거리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제자들은 선생님에 대한 그런 가쉽적 관심이 싫습니다. 선생님의 삶과 문학의 순정성을 바로 보고 알리고자 이런 조촐한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우주적 사랑의 길을 튼 윤후명 문학 40년 운후명 선생님의 문학적 연대기 40년은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 자신의 고독이, 외로움이, 그리움이 어떻게 타인과 사물과 우주와 어우러져 사랑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순수혼을 술과 허탕방탕으로 맑게 씻고 지키며, 고요히 들여다보며 우주적 사랑을 여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이 시와 소설의 문학이었고, 문학이 곧 삶이었고 다시 그런 문학은 윤선생님과 우리들 삶의 구원이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불안과 고독의 백척간두 끝에 올려놓아야 만이 비로소 열리는 순수 문학 자체의 비극적 숙명을 윤선생님의 삶과 문학은 온몸으로 온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의 순수와 원류, 근본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이 윤선생님의 삶이고 문학입니다. 우리는 그런 삶과 문학의 순수성을 지키고 이어받기 위해 이번 조촐한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작가의 말 : 사랑의 마음, 사랑의 등불

LOVE EPIC - 서정 소설의 아우라
한국 말 배우는 소년
둔황의 사랑
로울란의 사랑
협궤 열차
외불 짐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새의 초상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원숭이는 없다
여우사냥
하얀 배
가장 멀리 있는 나
무지개를 오르는 발걸음
삼국유사 읽는 호텔

LOVE POEM - 사랑이 머물며 떠나는 시
얼굴
가요
숙맥
곰취의 사랑
홀로 가는 사람
길
관계
추억의 마개
희망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어디에도 본디 없는 너
마음 하나 등불 하나
투병기
순간과 영원
저녁 골짜기
존재
어떤 흐린 날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사랑의 허물
어느 날의 확인
하늘가 어디에 우리 사랑 있으니
전설
자하문 고개
가슴앓이
너의 눈빛
무엇이냐고 묻는 마음
숲 속에 누워
고향
소설가 Y씨의 하루
사나사에서 여쭙다
몰랐습니다

해설 : 사랑의 언어 현상학 / 이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