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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산업사회의 인간소외와 냉혹한 생존경쟁을 그려낸 스릴러소설. 심리학 전공자인 저자가 인간의 숨겨진 폭력적 본능이 드러나는 과정을 마치 한 편의 게임을 즐기듯 가벼운 터치로 풀어놓는다.

주인공 제롬 카르스빌은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 정리해고를 당한 유능한 간부 직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유럽 최고 수준의 인재관리 회사이며, 자신들의 연수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우수한 기업들에 취업이 보장된다는 '드와브르 인터내셔널' 이라는 헤드헌팅 회사에게 제안을 받는다. 그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러 차례의 시험을 통과한 후, 알프스 호수의 외딴섬에서 열리는 최종 연수 과정에 초대를 받는데….

이 책은 물질적 풍요와 현란한 미사여구 뒤에 숨겨진 현대사회의 정글적 생존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정글의 법칙'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은밀하고 폭력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류는 수렵사회에서 한 발자국도 진보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른바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물자는 풍족하며 모든 면에서 공정한 법과 질서를 향유하는 사회…… 얼핏 보기엔 현대인은 과거 그 어느 시대보다도 행복한 삶을 사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헤드헌터>는 물질적 풍요와 현란한 미사여구 뒤에 숨겨진 현대사회의 정글적 생존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단히 수준 높은 심리소설이자 기업스릴러이다. 우리가 누리는 생활의 질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한다는 ‘정글의 법칙’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오히려 더욱 은밀하고도 폭력적인 형태로 현대사회를 관류하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이다.

저자 미셸 크레스피는 본래 심리학 전공자로, 한편으로는 작가로 활동하며 여섯 편의 작품을 썼지만 현재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의 사회학부 교수라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 곳곳에서는 인간의 심리가 움직이는 패턴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을 엿볼 수 있다. <헤드헌터>가 본래는 추리소설을 목표로 쓰인 작품이 아님에도 2001년 프랑스 추리문학상 대상(Grand prix de littérature policière)을 수상한 것은 바로 그런 점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드헌터>는 또한 21세기형 장르문학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소설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보여주는 온갖 복잡한 범죄 테크닉이나 난해한 의학지식과 선정적인 범죄 현장 묘사에 주력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 내면에 숨겨진 폭력적 본능이 드러나는 과정을 마치 한 편의 게임을 즐기듯 가벼운 터치로 풀어놓는다. 읽는 동안은 스릴러소설다운 긴박감을 마음껏 즐기게 해주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는 심오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인 것이다.

“당신을 유럽 최고의 인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드립니다.”

주인공 제롬 카르스빌은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유능한 간부 직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드와브르 인터내셔널’이라는 헤드헌팅 회사에서 접촉 제안을 받는다. 자신들은 유럽 최고 수준의 인재관리 회사이며, 자신들의 연수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유수한 기업들에 취업이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면접과 테스트에 응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우수한 관리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그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러 차례의 시험을 통과, 일주일간 진행되는 최종 연수 과정에 초대를 받는다. 연수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알프스 호수의 외딴섬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연수의 마지막 단계는 참여자들이 세 팀으로 나뉘어 가상 기업을 운영한다는 기묘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낸 카르스빌은 그중 한 팀의 리더가 된다.

현실세계의 온갖 종류의 권모술수와 작전, 금융투기와 정보전이 총동원된 이 게임에서 카르스빌의 팀은 결승까지 올라가지만 결국 패배한다. 그러나 선발 과정에 음모가 숨겨져 있었을 것이라 의심한, 그리고 취업 전망이 사라진 채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제롬 카르스빌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마침내 평가 데이터를 모두 없애버리려는 유혹에 빠져든다.

실직의 가장 큰 불편 가운데 하나는 돌이키고 되새길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흘러간 시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면서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기는 것, 그것은 실수다. 결국 그 상황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사람들은 상황이 그 지경이 된 것은 어디선가 분명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다. 단 하나 실수가 있다면 내 마지막 고용주의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한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