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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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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001년 제4회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에 「야경」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표명희의 첫 소설집이다. 세련되고 안정된 문체를 바탕으로 개성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내면서 작가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문제를 독특한 리얼리즘으로 형상화한다.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작품집에 실린 8편의 소설 중 「온이」와 「新 어가행렬」 두 편을 뺀 나머지 6편의 주인공이 모두 여성일 정도로 작가는 여성들의 삶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 작가가 묘사한 여성들은 때로는 죽은 남편의 정부로 의심되는 여자를 찾아가는 주부로 그려지기도 하고(「죽령터널, 지나다」), 가부장적 질서에 숨막혀하며 시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애완견에게 씰리카겔을 먹이는 위악적인 며느리로 드러나기도 한다(「씰리카겔」). 주인공들은 모두 독특한 성격과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다. 그런데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이 모두 우리 사회의 하류층을 대변하는 어떤 전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은 대부분 내세울 만한 학벌이 없고 집안도 넉넉하지 못하다. 「3번 출구」의 주인공은 전문대 출신 디자이너이며 「누드 에스컬레이터」의 안내원 107은 대학졸업장이 없어 피아노 학원에서 쫓겨난 전직 강사이다. 또한 「야경」의 Y는 갑자기 쓰러진 엄마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여성이고 「탑소호족 N」의 N은 전세금을 사기당하고 옥탑방에 세들어 사는 번역가로 그려진다. 이처럼 작가의 많은 소설들은 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기 자신 외에는 의지할 곳 없이 점점 하류층으로 밀려나는 여성들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나 가진 자들에 대한 저항감을 섣불리 내비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은 채 누구나 그렇다는 듯 하나같이 이기적이다. 「탑소호족 N」의 N은 “이 (옥탑방)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거리를 늘리고, 「누드 에스컬레이터」의 107은 동료 안내원 103이 실장한테 당한 몹쓸 짓을 외면하면서 오히려 103의 나약한 면을 꼬집는다. 이는 자신이 빼앗긴 지위와 사랑을 성형수술로 보상하려는 「3번 출구」의 주인공이나 아이를 못 가진다는 결함을 시어머니에 대한 복수로 풀어가는 「씰리카겔」의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떤 장벽 앞에 있으면서도 그 장벽을 적극적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눈앞의 이기심이나 엉뚱한 자기표현으로 장벽 안에 갇혀버리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렇듯 머뭇거리면서도 엉뚱하게 당당한 캐릭터들은 표명희 소설이 가진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하류층 여성들을 권위적으로 지배하고 재생산해는 메커니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전체적으로는 관리화된 현대 사회의 비정하고 어두운 이면에 대한 강한 비판적 발언을 담고 있다. 점점 더 이기적이 됨으로써 자신을 현시하고자 하는 이들 주인공들은 우리 사회 하류층 여성들의 출구 없는 현실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탑소호족 N」은 전세금을 하루 아침에 날리고 옥탑방에 세들어 살게 된 외화 번역자를 화자로 도시의 주변으로 밀려난 다양한 인물을 보여준다. N을 비롯한 이들 모두는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지만 외로워하지는 않고, N은 이들을 마주하면서도 어려운 처지에 쉽게 마음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자신이 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고 결국 이 옥탑방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일거리를 늘리고 좀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가는 데 몰두한다.

    「온이」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동생을 둔 초등학생이 화자로 등장한다. 이 아이는 언제나 모범생인 자기를 두고 엄마가 말썽꾸러기 동생을 예뻐하는 이유를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한다. 엄마는 “너무도 번듯한 이 세상이 싫다”고 몸부림치고,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동생 온이가 있어서 우리가 완전한 세상을 산다는 걸 느끼게 된다.

    「3번 출구」는 한 직장 여성의 위태로운 삶을 빼어난 서사구조와 독특한 캐릭터로 그려낸 수작이다. 외모도 학벌도 별볼일없는 디자이너 ‘나’는 전문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사랑 때문에 박실장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빼앗기고, 결국 사랑도 잃게 된다. 회사를 그만둔 ‘나’가 퇴직금 전부를 성형수술에 쓰면서 점차 정신착란에 빠져드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야경」은 작가의 데뷔작이다. 간결한 문체와 탁월한 장면 묘사로 한 여성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주인공 Y는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 여성이다. 엄마의 이기심과 그것을 견디는 딸의 심리가 적절히 반복되면서 극적 긴장을 더해주는 작품이다. 「씰리카겔」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서사 양식을 택하되, 며느리의 당당한 면모와 위악적인 행위를 전면에 내세운다.

    「누드 에스컬레이터」의 주인공 107은 초현대식 건물의 안내원이다. 학원 강사로 일하다 대학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쫓겨난 107은 이 초현대식 건물을 자신의 황금빛 미래와 겹쳐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러나 작가가 묘사하는 이 건물의 차갑고 현대적인 느낌은 107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경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신 어가행렬」은 마치 박태원의 소설 같은 기법으로 서울에서 벌어진 어가행렬을 생생하게 재현하되, 이 우스꽝스럽고 시대착오적인 행사를 억척스러우면서도 여유있는 여성인 ‘물귀신’과 대비시킴으로써 우리 시대 여성의 한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죽령터널, 지나다」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잔잔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죽은 남편의 정부였다고 의심되는 자신의 친구를 찾아나선 주부가 전직 가수인 버스운전기사를 만나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그렸다.

    『3번 출구』는 평론가 소영현이 말하듯 “모두 한통속인 세상을 견디면서 점점 발칙해지고 영리해지는 여성 캐릭터”를 객관적 시선으로 리얼하게 묘사해낸다. 이 여성들의 은밀하고 치명적인 반란이 우리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리라 기대한다.

    목차

    탑소호족 N

    온이

    3번 출구

    야경

    씰리카겔

    누드 에스컬레이터

    신 어가행렬

    죽령터널, 지나다



    해설 ㅣ 소영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5~
    출생지 -
    출간도서 9종
    판매수 1,811권

    2001년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야경]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 이웃의 안녕] [하우스 메이트] [3번 출구]가 있으며, 장편소설 [황금광 시대] [어느 날 난민] [오프로드 다이어리]가 있다. 오영수문학상,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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